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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똠방각하’

 


이병렬(
본지 발행인)

 

 

1990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방송 드라마가 있었다. 미니시리즈 ‘똠방각하’다.

최고의 시청률을 연일 경신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은바 있다. 당시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거리는 한산했다.

순전히 이 드라마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TV앞에 모여 앉았기 때문인데 그 인기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똠방각하는 최기인의 소설을 각색한 코믹스런 드라마다.

시골 좁은 바닥에서 안하무인으로 거들먹거리는 주인공을 통해 세태를 꼬집고 있었는데 주어진 직책을 완장에 새겨 팔뚝에 차고 무능력하지만 능력이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주인공의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기가 정말 기가 찼었다.

그 포악의 정도가 워낙 심하다 보니 드라마 방영이 막을 내린 이후 우리들은 되먹지 못한 행세를 하는 사람을 보고 ‘똠방 각하’라고 부르기도 했다.

‘똠방’이란 말은 실속 없이 덜렁거리고 다니거나 아무데고 아는 체하고 나대며, 머리보다 몸이 앞세우는 사람의 행동거지를 일컫는 말이다.

즉, 무능력하면서도 마치 자기가 무슨 큰 능력이나 있는 것처럼 행세하다 시쳇말로 ‘왕따’ 당하는 사람을 뜻한다.

더구나 이러한 똠방에게 완장이라도 채워주면 자기가 가진 권력을 마음대로 교묘하게 휘두르는 각하가 된다. 바로 똠방각하가 된다는 얘기다.

당시의 드라마에서 주인공 똠방은 보란 듯이 완장을 차고 그동안 억눌려왔던 동물적 본능을 그대로 자기의 행동으로 표현하며 오지랖도 넓게 이일 저일에 참견하고 다니면서 위세를 뽐냈다.

혹시 누가 자기를 몰라주는 것 같다고 생각되거나 어떤 일에 반대라도 할라치면 왼쪽 팔뚝에 찬 완장을 톡톡 치면서 자기가 누구라는 걸 과시하며 천방지축 입에 거품을 물며 날 뛰었다.

똠방은 완장을 믿고 설치다가 결국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는 것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당시의 시청자들을 매혹시킨 오래된 연속극 ‘똠방각하’가 문득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무려 25년이란 기나긴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곳곳에서 똠방각하들이 완장을 차고 날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완장을 차기위해 비열하고 치사한 언행을 일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도 내 주위와 우리 주변에는 똠방각하들이 많다. 완장병에 걸린 자신을 알리가 없는 이들 똠방들은 자기만의 정의를 앞세워 자기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늘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무능력하지만 능력이 있는 것처럼 허풍 떨고, 허세를 부리는 것이 이들 똠방각하들의 공동적인 행태다. 그들은 늘 그게 정의고 봉사이며, 속한 조직과 사회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참으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이들 똠방들은 자신 주변인의 불편함과 어려움, 그리고 고통과 불쾌함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아랑곳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똠방들이 바라보는 것은 오직 하나, 완장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결국 그런  똠방들의 무소불위 권력은 미래에 대한 자기 자신을 옥죄게 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서서히 끓어오는 냄비 속에 개구리처럼 유영하다 몸이 마비되어 옴을 느끼고서야 깨닫고 후회하지만 그땐 이미 너무 늦는다.

2014년 연말. 이 시점에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런 불쌍한 똠방, 왼쪽 팔뚝에 완장을 찬 똠방들의 황폐한 영혼을 위해 그저 기도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 깊은 안타까움만 밀려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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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8 17:09:56 등록 , 2017-10-11 11:14:55 최종수정 , 이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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