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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차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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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렬 편집국장

 

 

기자생활 27년이지만 나는 자가용이 없다. 운전면허증도 없다. 앞으로도 면허를 따거나 차를 살 생각은 없다. 그동안 ‘신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기자가 왜 차가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번 기회에 그 이유를 밝히자면 이렇다.

환경문제를 생각해서라든지 그런 거창한 건 아니다.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였다. 1988년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사회부 기자로 발령받고 나니 차를 사라는 선배들의 권유가 있었다. 실제 그때 취재기자들은 대부분 차를 몰고 다녔다. 당시 내 월급은 50만 원 정도였다. 그 월급으로 어떻게 차를 사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월세로 10만 원, 겨울에 난방 겸 취사용 LP가스 네 통 가격이 10만 원인데…. 게다가 밥도 사먹고 술도 마시고 옷도 사 입고 친구도 만나고, 가끔 부모님 용돈도 줘야 하는데…. 결국 ‘촌지’라는 뒷돈을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는 한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그 무렵 우연히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대부로 통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구에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여 시장에서 온갖 잡일을 하면서 일을 배웠다는 그는 몇 해가 지나고, 약간의 모은 돈으로 조그만 야채가게를 시작했는데 하루에 3시간만 자면서 열심히 일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이 모이면, 고향에 집안이 어려운 후배를 서울로 불러다가, 자신의 가게 옆에다 가게를 하나 내주고, 일도 가르치며,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다 돈이 모이면 또...그렇게...

이 분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한 달 매출이 약 20억 정도 되는데도 자가용이 없었다고 한다. 출퇴근은 자전거로 하고, 좀 멀리 가야할 때는 택시를 이용하고, 심지어 지방 출장 갈 때도 택시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런 분도 차가 없는데…. 월급 50만원 주제에...

그 후 한 호텔 신축공사장이 붕괴돼 7명이 숨지는 사고가 터졌고, 그 현장에 내가 택시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함으로써 ‘기자의 신속성’은 차량 유무와 무관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었다.

월급 100만 원이 넘은 후에도 차 없는 생활에 이미 익숙해진 터라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오고 있다. 사실 좋은 점이 더 많다. 장거리 여행 땐 버스나 기차 안에서 미뤄뒀던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여유롭게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술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고, 주차할 곳을 못 찾아 뺑뺑이를 도는 수고도 없다.

서산에서 시청 부근을 지나다 택시를 기다리던 중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조규선 서산시장의 관용차를 얻어 타는 호사를 누린 적도 있다.

그리고 또 있다. 당시 변웅전 국회의원, 이창배 도의원, 이수영 과장(현재 복지산업국장), 오세호 시의원 등 수많은 사람과 동승한 적이 있다. 이게 다 내 차가 없으니 가능했던 것이다.

요즘도 그렇다. 밤늦게 야근을 하는 날엔 지인들이 기다리다 집에까지 태워다 주는 일도 있다. 차가 없어 누리는 호사에 그저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물론 차가 없으니 불편하거나 기분 나쁜 일도 있다.

우선 거리 곳곳의 불법주차가 우선 못마땅하다. 아파트 1가구당 1대의 주차공간을 ‘기본’으로 주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고 차가 없는 사람에게 관리비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자기 차가 있는 사람은 주행 중이든 주차 중이든 항상 주차 1면 공간(2.3× 5m 이상, 약 4평)만큼의 공용면적을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욕심이 많은 나라에서 불법주차에 대해선 왜 이리 관대한지 모르겠다.

더 기분 나쁜 건 매일 차량 배기가스를 내뿜고 다니는 사람들이 길거리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장할 때다. 얼마 전 이런 만화를 봤다. 굴뚝에서 엄청난 매연을 뿜어내고 있는 화학공단의 길목에 ‘금연’ 표시가 붙어 있었다. 과연 담배연기가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나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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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1 12:13:21 등록 , 서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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