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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기다리며
    계절도 오기가 있나 봅니다. 대한이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던 소한 때도 그렇게 춥지 않아 겨울답지 않다고 했습니다. 문고리를 잡았다가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었다는 옛날이야기를 하며 지구온난화 걱정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구정이 지나고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한파는 물러갈 줄 모르고 연일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하 15도 안팎의 추위는 근래 경험하지 못한 추위였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물컹하다고 얕보는 게 괘씸해서 겨울이 본때를 보여주려는 듯도 합니다. 오늘도 예배 인도를 위해 주간 보호센터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추위를 느껴 다시 들어와 외투를 걸쳤습니다. 바깥 온도는 영하 4도나 되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도대체 겨울은 언제쯤 끝나려나 해서 달력을 보았더니 바로 이틀 후인 2월 4일이 입춘 날이었습니다. 지난달 가스 요금 통지서를 받아 본 일반 서민은 누구나 깜짝 놀랐을 겁니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에 전기료, 택시 요금의 인상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를 멈추게 하는 건 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봄이 더 기다려집니다. 봄을 기다리는 건 인간만이 아닙니다. 꽃과 풀과 나무들이 사람들보다 더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죽은 듯 땅속에서 자고 있을 씨앗들, 줄기까지 말라버리고 겨우 뿌리만 살아 생명을 이어가는 풀, 이파리 다 떠나보내고 찬바람에 앙상한 가지만 흔들고 있는 나무들은 얼마나 봄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달력을 보고 입춘을 알았지만, 어쩌면 지금쯤 풀과 나무는 머지않아 봄이 오리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저들은 인간보다 먼저 봄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 꼬리를 내리기가 무섭게 꽃과 잎을 피웁니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땅속에서 웅크리고 앉았다가 봄소식이 들리면 총알처럼 튀어나가 한꺼번에 핍니다. 하도 급변하는 세상이 되어서인지 꽃들도 피는 시기를 무시하고 핍니다. 복수초, 개나리, 수선화, 튤립, 앵초, 꽃마리, 민들레, 벚꽃, 목련, 진달래,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꽃들이 순서 없이 핍니다. 봄이 되면 세상은 꽃 천지요 꽃 대궐이 됩니다. 봄은 부활이요 생명입니다. 봄은 꿈이요 희망입니다. 청춘(靑春)은 푸른 봄이 아니든가요? 그래서 우보 민태원 선생님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풀밭에 속 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고 아름다운가를 물으셨습니다. 지구상에는 일 년 내내 꽁꽁 언 땅도 있고 여름만 있는 땅도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무엇보다도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이 땅에 산다는 것이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겨울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가정도, 기업도, 국가도, 겨울은 있습니다. 연일 신문에는 어두운 경제 지표를 내놓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란 말도 나옵니다. 경제 성장 전망도 어둡습니다. 그러나 잿더미 속에서, 전쟁의 참화 속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춥고 어두운 겨울일지라도 반드시 봄은 옵니다. 빼앗긴 땅에도 봄은 왔습니다. 고난은 또 다른 축복이란 말이 있습니다. 봄이 되면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꽃들도 겨울의 혹독한 시련이 있었기에 더욱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고 나무들도 나뭇잎을 떨어내고 알몸으로 견뎠기에 파란 새잎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빈약한 자기자본비율로 인해 휘청거리던 기업이 IMF로 인해 더욱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게 되고 사드 배치로 ‘한류는 끝났다’라고 탄식했던 시절 한한령(한류 금지령) 이후에 중국의 의존도를 끊고 시장 다변화로 오히려 체질 개선으로 글로벌 콘텐츠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틀림없이 이번에도 시련을 이겨내어 더 단단하고 튼튼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새봄이 되면 재활치료를 받는 L 장로님, P 집사님도 벌떡 일어나 걷기도 하며 뛰기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한파가 끝나면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성큼 와 있을 것입니다. 봄 아가씨를 두 손 맞잡고 기다립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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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7
  • 정말 무서운(?) 운영위원들
    서산타임즈에는 시민들로 구성된 2개 단체가 있다. 운영위원회와 지역기자회다. 현재 운영위원회는 20명이, 지역기자회는 9명이 활동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의 사전적 의미는 ‘조직이나 기구 등에서, 운용과 경영의 실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만든 합의제 기관(合議制機關)’이다. 그러나 서산타임즈 운영위원과 지역기자는 언론사의 특징을 살려 ‘옴부즈맨(ombudsman)’역할까지 하고 있다. 옴부즈맨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의 권리 옹호자 또는 민원 도우미다. 언론계에서는 독자위원, 독자권익위원이라 칭한다. 이를 더 확대하면 ‘독자의 대표’라고도 일컬어진다. 언론의 공정성, 객관성이 중요해지는 요즘 언론 구성원과 독자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옴부즈맨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자마자 서산타임즈 운영위원회 제6대 회장 이임식과 제7대 회장 취임식이 열렸다.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이·취임식은 본사 구성원들만 참석했지만 평소 지역 언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수의 부의장과 김용경 의회 운영위원장, 안원기 산업건설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들 의원들은 운영위원들을 향해 “서산타임즈 발전을 위해 운영위원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언론이 지역의 중요한 한 축이니 지역과 함께 조화롭게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지향점을 잘 세워달라”는 뼈 있는 의견을 직접적으로 제시했다. 이·취임식을 마친 후 이어진 저녁식사 자리. 이 자리에서 운영위원들은 서산타임즈가 개선해야 할 점이나 잘한 점 등 위원들의 송곳 질문에 신문사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본지의 속살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언론에 대한 위원들의 돋보이는 식견이 놀라웠다. 서산지역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운영위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시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더욱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간지와 전문지, 주간지 등을 두루 섭렵한 필자로서 나름 언론에 대한 이해도, 독자들의 권익 침해나 이익을 가슴속에 오롯이 품고 생활하고 있다. 물론 불편부당, 정론직필이라는 저널리즘의 본령은 최우선 가치다. 여기에는 ‘사회적 공기’로서의 공적 기능과 사기업이라는 사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애로사항이 있지만, 여태까지 변함없이 무탈하게 버텨왔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정신세계를 교감할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하는 언론사의 조타수로서 ‘불변의 고객’인 독자를 위해 “단 한 명의 독자가 있더라도 나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는 어느 노 언론인의 철언을 차근차근 실천해 옮길 것이라는 다짐은 요즘 들어 더욱 도타워지고 있다. 세월의 더께가 쌓이면 현실과 타협하거나 안주하게 되는데, “뼛속까지 언론인 DNA가 새겨진 못 말리는 이놈의 체질이라곤.”이라며 살짝 자괴감이 들곤 한다. 똑똑한 독자들이 언론과 언론인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체급을 저울질하거나 그들의 머릿속에 이미 언론에 대한 견적서가 작성된 게 현실이다. 독자들의 대표인 운영위원회와 지역기자회는 매너리즘에 빠져 나태해지려는 유혹을 물리쳐주는 매서운 조언자이자, 신문의 질을 높여주는 훌륭한 협력자다. “주위에서 들려주는 저희에 대한 날카로운 비난, 비판을 가감 없이 전해 달라”는 게 필자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자리에서 한 운영위원이 던진 메시지는 아직도 귓전에 어른거리면서 나의 방향타가 되고 있다. “신문 기자는 평범하면 안 되죠. 기자다운 맛이 있어야 하죠. 소금과 같은 역할 말이죠. 짠맛이지만, 때론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의 훌륭한 재료, 때론 이 사회의 부패를 막아야 하는 방부제 역할을 하는 그런 거죠” 잠시나마 자만해 있던 나를 채찍질을 하는 그런 발언이었다. 「파이 이야기」로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 부커상에 빛나는 캐나다 출신의 작가 얀 마텔(Yann Martel)은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라고 말했다. 이 말 가운데 ‘소설’과 ‘작품’을 ‘신문’으로, ‘작가’를 ‘기자’로 달리 표현하면 신문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질 것이다. 독자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살아 꿈틀대는 신문, ‘미지의 독자’를 향한 우리의 황소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운영위원 그리고 지역기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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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31
  •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마음이었습니다
    얼마 전 김형석 교수님의 신년 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104세가 되셔도 글을 쓰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마음과 정신이 건강하면 늙은 신체도 끌고 갈 수 있다’였습니다. 김 교수님의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정서적으로 늙지 않는다’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사실 글을 쓰면서 더구나 목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큰 애로는 자꾸 잠정이 메말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모든 일이 시들해지고 호기심도 줄어들고 감동도 적어집니다. 가뭄 끝의 저수지 바닥같이 쩍쩍 갈라지는 메마른 감성으로는 좋은 글도 좋은 생각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감정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책장 속에 묶어 두었던 사랑 시 뭉치를 발견했습니다. 그래도 젊었다고 했던 시절, 처음 문학에 입문했던 시절에 쓴 사랑 시였습니다. 오랜만에 읽어보니, 내가 쓴 글 같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감정과 감성이었습니다.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시도, 어느 글도 고통 없이 쓴 글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 산고를 겪고 태어난 글입니다. 갑자기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발간 비용이었습니다. 문득 노인 일자리 생각이 났습니다. 시간을 쪼개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무턱대고 동사무소에 가서 문의했더니 이미 지난해 신청이 마감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서 대한노인회 서산시지회를 찾아갔더니 역시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조금만 생각했어도 하지 않아도 될 헛수고였습니다. 이상한 건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꾸만 내가 만났던 두 사람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결코 동사무소 직원의 태도는 불친절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감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인회 사무실 직원에게는 고맙고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노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직원은 마치 자기 일처럼 안타까운 듯 일일이 설명하면서 대기자가 많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연락처를 남기고 가라 했습니다. 두 곳 모두 결과는 같았지만 느낌은 달랐습니다. 한 곳은 단절이었지만, 한 곳은 1%일지라도 희망의 문을 열어 놓은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아내가 TV에 빠져있는 걸 보았습니다. 잠시 멈춰 그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앞뒤 맥락은 잘 모르겠으나 병원에서의 경험담 같은 걸 말하는 듯했습니다. 차인표 배우가 어느 병원에 문병 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병실에 함께 입원한 젊은 환자가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체구도 컸을 뿐만 아니라 벽을 치면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소동 소리를 듣고 달려온 병원 관계자들은 왔다가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 엉거주춤 서 있고 젊은 간호사들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60여 세나 되어 보이는 간호사 한 분이 들어와 환자 곁에 가더니 어깨를 감싸며 조용하게 뭐라고 속삭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젊은 환자는 나이 많은 간호사를 붙들고 순한 양처럼 흐느껴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후에 그 환자는 순순히 그 간호사를 따라 나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다른 배우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힘이 아니라 마음이네요.”라고 한 말이 화살처럼 가슴에 파고 들었습니다. 카네기의 인간관계 30가지 원칙에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비결은 이 세상에 오직 한 가지. 그건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치장을 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잘살아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보릿고개를 넘어서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고. IMF 시절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때 결혼반지는 물론 아기 돌 반지까지 모아 나라의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국민의 하나 된 마음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요즘 정치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가 되게 하는 감동의 정치가를 우리는 원합니다. “나는 탄약이 필요하지, 탈출할 교통편이 아니다”라며 결사행쟁의 모습을 보여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은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마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한마디의 말이, 한 줄의 문장이, 작은 몸짓 하나가 얼마든지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할 수 있음도 알았습니다. 일자리를 찾겠다고 나섰던 길이 결코 헛수고를 한 건 아니었습니다./시인, 소설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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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31
  •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겨울철이 되면서 배뇨증상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60대 이상의 남성 중 60% 이상이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소변을 보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최근 전립선암의 발생 빈도 또한 높아지고 있어 전립선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비례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해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유독 전립선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많았는데, 그것이 SNS의 발달로 인해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따라서 전립선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첫째,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전립선암과 전립선비대증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자연적으로 전립선이 커지면서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불편함이 동반되는 질환입니다. 반면 전립선암은 전립선 크기와 상관관계가 없으며, 대부분의 초기 전립선암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비뇨의학과에서는 50세 이상 남성에게 전립선암에 대한 정기 검진을 적극 권유하고 있습니다. 둘째, 빈번한 성관계나 자위행위가 전립선비대증을 유발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연구를 통해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오히려 주기적인 사정이 전립선 건강에 좋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셋째, 자전거, 웨이트 트레이닝 등 회음부가 압박되는 운동이 전립선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회음부에 위치한 요도 및 그 주변부가 압박되면서 다양한 배뇨증상이 유발되는 것으로, 전립선 자체와는 큰 연관성이 없습니다. 간혹 전립선에 통증이 있다며 하복부나 회음부를 지칭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 전립선은 외부에서 만져지기 어려운 곳에 있으며, 해당 증상은 전립선 주변의 방광 및 요도에서의 불편으로 생각됩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대부분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꾸준히 투약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적 치료는 언제나 치료에 있어 한 축을 차지하게 됩니다. 현재 전립선비대증 수술의 표준 요법으로는 ‘경요도적 전립선 절제술’과 ‘홀렙수술’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수술적 치료 방법이 존재하나 현재까진 장단기적으로 위의 두 수술을 능가하는 효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립선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보다 덜 침습적인 수술 방법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 경과에 따라 배뇨 개선 효과가 없거나, 요실금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합병증은 최근 수술 기구, 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 빈도가 매우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대부분의 중년 남성에게 찾아오는 흔한 질환이지만, 전립선의 형태와 크기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주변 지인이 받았던 약물 치료,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었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에게도 맞는 치료인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배뇨증상에 불편함이 있다면 가까운 비뇨의학과에서 진단을 받고, 본인에게 맞는 치료를 적절하게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약물과 수술 기술의 발달로, 적절하게 치료만 받는다면 상당한 개선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못된 정보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 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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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31
  •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성립요건
    [개요]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성립요건에 대한 사건.(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163 판결) [요지] 의사인 피고인은 2019년 7월경 환자인 피해자의 어깨부위에 주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손·주사기·환자의 피부를 충분히 소독하는 등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주사부위에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감염시켜 피해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극상근 및 극하근의 세균성 감염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의사인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는지, 의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상해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단]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였거나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지 못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하고,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평균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사고 당시의 일반적 의학의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102 판결 등 참조).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더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이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4도6540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설령, 의료행위와 환자에게 발생한 상해·사망 등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검사가 공소사실에 기재한 바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의 존재 또는 그 업무상과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였다면, 의료행위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나 사망 등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추정하거나 단순한 가능성·개연성 등 막연한 사정을 근거로 함부로 이를 인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시행한 주사치료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공소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이 주사치료 과정에서 피고인이 맨손으로 주사하였다거나 알코올 솜의 미사용 및 재사용, 오염된 주사기의 사용 등 비위생적 조치를 취한 사실에 대한 증명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공소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은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평가될 만한 행위의 존재나 업무상과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의사인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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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31
  • 고향의 어느 인사에게 온 전화
    새해 초, 고향의 한 인사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다. 신년 덕담으로 시작된 대화가 진행되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잊었다. 너무 진지하여 귀 기울여 듣게 되었다. 먼저 대산~당진 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 서산공항 기본 설계비, 가로림만 해양 정원 조성사업비 등 많은 국비를 확보하여 본격 추진단계에 있음이 화제에 올랐다. 서산으로서는 일찍이 없었던 성과임은 이미 알고 있는 터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인사는 서산의 미래에 많은 변화와 발전을 기대한다면서 염려도 빼놓지 않았다. 예를 들면 숙원사업인 대산까지 고속도로가 연장될 경우 물류이동이 원활해지고 만성 체증을 일으키는 교통량 분산 등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나, 오롯이 서산 발전과 시민을 위하여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고 했다. 자칫 인력이나 자원의 유입이 아니라 유출은 없을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지역에 정주하고 현지에서 소비하는 것보다는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많아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수도권으로의 빠짐 현상까지도 예측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90년 대, 서산출신 한 도의원이 성연에서 당진 정미를 거쳐 당진읍으로 연결되는 도로 사업을 추진하며 들려준 일화가 떠올랐다. 건설위원인 그 의원은 공사구간을 서산 방면에서부터 시작하여 우선 일정 구간을 완성하고 주변 주민들을 서산생활권으로 정착시킨 다음 당진방면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도로는 지역발전과 변화를 이끄는 데 동맥과 같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예를 들어본다. 대전~공주 간 국도는 80년대 말까지 편도 1차로에다 높은 고개가 많고 구불구불하여 매우 불편하고 위험했다. 게다가 모래 운반 트럭 통행까지 빈번하여 교통체증이 일쑤였다. 이후 일부 노선은 변경하며 4차선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교통은 편리해졌으나 웬만한 물건은 대전에서 구입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더욱이 지금은 고속도로로 둘러져 있다. 그러하니 시내를 통과하며 기름 넣는 일도 식당에 들를 일도 없이 지나치기 일쑤다. 공주 시내에 들어가 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태안 안면도 영목 항에서 대천까지 다리를 놓고 해저 터널이 뚫렸다. 편리해진 교통과 호기심까지 더하여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태안에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 눈여겨 볼 일이다. 머무는 곳에서 지나치는 곳이 된다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펜션과 식당 등이 맞게 될 앞날이 어찌될지 궁금하다. 하니 태안은 대천보다 나은 관광‧레저산업 콘텐츠 개발, 접객 시설개선과 서비스 향상, 원산도보다 월등한 안면도 관광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넓게 보면 서산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인사는 천수만철새도래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는 살기 좋은 고장, 철새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지는 것 이상 실질적으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십만 마리 철새가 배설하는 분변으로 인한 간월호, 부남호의 수질 오염이나 조류 인플루엔자 방역 같은 부담을 상쇄할 만한 이점은 무엇인지, 버드랜드 운영에 따른 행‧재정력 수요와 홍성 조류탐사과학관과의 관계 등도 냉철하게 비교, 분석해보고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가로림만 해양공원조성과 대산~이원 간 교량 연결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사업이 시행될 경우 서산에 미치는 영향과 얻어야할 것은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역을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되 그에 따르는 효과와 함께 혹시 모르는 부정적인 면을 세심하게 찾아내어 대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이야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진지한 의견에 지역 일에 많은 관심과 식견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외형만 보지 말고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서산의 어제와 오늘을 바탕으로 내일을 그려가는 그 인사의 심정이 그려졌다. 듣다보니 평소 생각이 떠올랐다. 가능한 것들은 브랜드를 ‘서산’으로 통합하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대산~당진 고속도로 건설사업’이라는 사업구간 명칭을 그대로 계속 사용하여야 하는지 여부다. 이 구간은 이미 국토교통부에서는 서산시와 경상북도 영덕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명칭이 ‘서산영덕고속도로’로 정한 것을 감안하여 ‘서산(대산)~당진구간’으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서산은 대산까지 고속도로 연장, 서산공항 민항기 취항, 가로림만 해양 정원 조성, 대산~이원간 교량건설 등 국가차원의 굵직한 사업추진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사업들을 순조롭게 추진하는 한편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깊이 있는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그 인사의 의견에 공감하는 시간이었다./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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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7
  • 졸업식과 퇴임사
    지인에게 축하할 일이 생겨 화원에 갔습니다. 꽃다발을 주문하러 온 손님이 많았습니다. 웬일인가 했더니 바로 졸업 시즌이었습니다. 졸업식장에 참석한 일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까마득한 그 옛날 초등학교 졸업식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하는 졸업식 노래.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지금 생각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찡합니다. 시골 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은 몇 명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졸업하면 뿔뿔이 헤어졌습니다. 그때 나는 학생 대표로 답사를 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울먹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재학생이나 졸업생 모두 눈물바다였고 선생님들까지도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지금은 어떨까 해서 얼마 전에 정년퇴임하신 초등학교 선생님께 지금의 졸업식 모습을 물어보았습니다. 지금의 졸업식은 축제의 장이라 했습니다. 그 옛날 불렀던 졸업가 가사는 시대에 맞지도 않고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했던 과거와는 달리 졸업생만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저 간단하게 간소하게 졸업식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모습으로 하던 졸업은 위대한 것입니다. 졸업은 정상까지 왔다는 사실이며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이름만 달리할 뿐 우리 인생에는 시작과 끝의 연속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가요? 책장을 정리하다가 뜻밖에 반가운 종이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꼭 20년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임했을 때 했던 퇴임사였습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한동안 눈을 감고 당시를 회상해 보았습니다.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나 되었습니다. “저는 이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외람되게 두 가지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 첫째가 정년퇴직이었고 두 번째는 제 인사기록 카드에 아무런 허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조금만 노력하면 되리라는 아주 평범한 목표였습니다만, 지나놓고 보니 결코 평범한 목표도 아니요 또 내 의지대로만 되는 목표도 아니었습니다. 한때는 서정쇄신이라는 서슬 퍼런 시절에 날자 없는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고 IMF 후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선배 동료들이 떠나가고 후배들이 뒤통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 남아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여기며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는 오로지 여러분 같은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평소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하셨던 이 말을 좋아했습니다. ‘(沓雪野中去) 눈 덮인 광야를 지날 때에는(不須胡亂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말라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 뒷날 사람들의 길이 되리니’ 이 시간, 제가 걸었던 눈 덮인 광야의 발자국이 혹여 여러분들에게 좋은 자국이 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면, 부디 좋은 기억만 남기고 용서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억지를 부린다면 저는 이 직장을 천직으로 알아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 여러분께 작별을 고합니다. 젊은 날 섣부른 혈기 하나로 오르는 일에만 골몰하느라 내려오는 길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기에 이제 이 작별이 서툴기만 합니다. 그러나 떠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작별코자 손을 내밀며 동료였던 여러분께 한마디를 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에 있어 노력이란 자전거의 페달 같은 것이라고요. 일 년을, 한 달을,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면서 자기 자신을 위해 또 직장을 위해 나름의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자전거의 페달을 밟듯 노력하십시오. 열심히 밟는 사람은 그만큼 앞서게 되고 게으르게 밟은 사람은 그만큼 뒤서게 되니까요. 영화 아카데미 뷰티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오늘은 당신의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입니다’ 이제 저도 저의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저도 다시 저의 페달을 힘껏 밟겠습니다.” 정년퇴임 후 나는 약속대로 나의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아왔습니다. 배우 김혜자 선생은 요즘 하는 고민이 “나를 잘 끝마치고 싶다. 어떻게 하는 게 내가 잘 막을 닫는 건가, 그런 생각을 열심히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소망은 비단 김혜자 선생뿐이 아니고 나이 먹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일 것입니다. 인생의 졸업식장에서 어떤 퇴임사의 내용을 남기게 될지 저 스스로 궁금해집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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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7
  • 검찰공화국에 대한 생각
    예나 지금이나 판·검사는 두려우면서도 무척 우러러 보이는 존재다. 죄를 묻고 처벌을 요구하거나 형량을 결정하는 것이 직업이어서 범죄자는 물론 죄를 짓지 않은 사람도 그들의 존재 앞에서는 위축되기 십상이다. 뭔가 없는 죄도 만들어 버릴 것 같은 기분 때문인데, 오죽 했으면 법원이나 검찰청에서 상을 준다고 해도 그런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까. 1970년대 권위주의 시절 이야기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제29회 광복절 기념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는 동안 별안간 총성이 울렸다. 재일동포 청년 문세광의 소행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단상을 향해 날아오는 총탄을 황급히 피해 연설대 아래로 몸을 숨겨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단상 위에서 청중들을 향해 마주보고 앉아 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는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머리에 총탄을 맞은 육영수 여사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후 뇌수술을 받았으나 그날 오후 7시경 향년 49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 육영수 여사 장례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국민장 영결식은 1974년 8월 19일 오전 10시 중앙청(현재 경복궁) 광장에서 조문사절과 내외인사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됐다. 평소 따뜻한 미소와 자애로운 성품으로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격려하고 위로하던 영부인을 갑자기 잃은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고 슬픔에 잠겼다. 한편 그 무렵 서산에서는 검찰 고위간부가 술을 잔뜩 마시고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대전지방검찰청 S지청 고위간부가 대전지방검찰청으로 발령을 받고 떠나기 전날 밤 마지막으로 동료 검사들과 같이 회식을 했다. 영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간인데도 이웃한 예산군 덕산온천으로 가서 밤새 술을 마시고 놀았고, 통금시간이 되어서야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검사들을 태운 관용차는 인적이 끊기고 왕래하는 차량도 없이 깜깜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덕산면 광천리 고갯길을 넘어 오면 해미읍 입구에는 검문소가 있었다.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경찰관이 차를 멈춰 세우고 차 안의 취객들을 향해 신분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해 있던 지청장이 대뜸 경찰에게 “내가 누군지 몰라? 이 새끼 바리케이트 치워.” 하며 고함을 질렀다. 경찰은 단순히 술주정꾼의 행패로 여기며 계속 신분증을 요구했다. 지청장은 계속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호통을 치다가 “내가 누군지 모르면 이 차를 잘 보란 말이야!” 하면서 경찰에게 주먹까지 휘둘렀다. 정신이 얼얼하도록 뺨을 맞은 경찰이 손전등을 비춰 차의 외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비로소 검찰청 마크가 찍힌 관용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억울하기도 하고 분통이 터지기도 했지만 그들을 그냥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는 경찰로서는 고양이 앞에 쥐새끼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엘리트 검사로서 우월한 신분을 이용해 안하무인격으로 말단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태도는 지나친 횡포가 아닐 수 없었다. 뺨을 맞은 경찰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상관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그대로 보고했다. 다음날 아침 지청장은 기분 좋게 일어나 짐을 싸다가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상부에서 발령을 취소한다는 전화였다. 오지 근무를 마치고 잔뜩 기대했던 대전행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서산에서 평생 공직생활을 하고 은퇴한 어르신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다. 물론 지금 이런 검찰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먼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검찰공화국’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법조인으로서의 신념 때문에 검찰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잘한 일이다. 아무리 힘있는 사회 지도층이라도 용납하기 힘든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려 심판을 받는 일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래야 약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법치주의 국가가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5공화국 군사정권 때처럼 생사람 잡아 죄인을 만들지 않은 이상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허성수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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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7
  • 또 한해를 맞으며
    2023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달력을 바꿔 달다가 예년과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2022년 12월 31일, 마지막 날이 달력의 맨 끝 칸을 채웠고, 2023년 1월 1일이 새 달력의 첫 칸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난해를 돌아보며 달력처럼 꽉 채운 마무리를 한듯해서 흐뭇하였습니다. 매년 새해를 맞을 때마다 한해 삶의 계획을 세워 다짐하고 결단합니다. 이제 새해에도 달력처럼 알차고, 빈틈없이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흔히 인생을 가리켜 고해라고 합니다. 현세의 괴로움이 깊고 끝없음을 바다에 비유해서 쓰는 말입니다. 망망한 대해를 건너가려면 무엇보다도 항해할 목적지가 뚜렷해야 합니다. 목적지가 없는 항해는 때때로 몰아치는 폭풍우에,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끝없는 방황이 있을 뿐입니다. 목적 없는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존재가치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삶의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청춘은 청춘대로, 장년은 장년대로 그리고 노년은 또 노년대로 주어진 환경에 맞춰 후회 없는 삶,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나라의 시책도 시대에 맞춰 바뀌어 시행합니다. 2023년에도 여러 가지가 바뀌게 되는데 그중에 눈길을 끄는 건 만 나이로 나이를 통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나이를 세 개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였습니다. 세는 나이는 태어날 때부터 햇수로 ‘세는 나이’(전 국민이 해가 바뀌면 다 같이 바뀌는 나이)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는 출생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셈하는 나이입니다. 그리고 ‘연 나이’는 단순하게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나이를 말합니다. 현행법에서는 세금, 의료, 복지의 기준으로 ‘만 나이’로 정하고, 청소년 보호법이나 병역법 등 일부 법률에서 연 나이를 기준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혼선을 가져오기도 했고 불편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제 ‘만 나이’로 통일하게 되면 이런 불편은 해소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전 국민이 한살이나 두 살이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지인은 나이가 줄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노년일수록 나이 먹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늙어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줄었다고 해서 더 젊어지는 건 아닙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세월은 우리를 노화로 이끌고 갑니다. 그러나 젊게 살 수는 있습니다. 이참에 나이 따라, 한 두어 살 젊게 살 마음을 먹어봅니다. 제일 먼저 긍정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아서’라는 마음부터 버리기로 했습니다. ‘아직’이라는 단어와 ‘이제부터’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입니다. 톨스토이도 일흔을 넘어서 불후의 명작 ‘부활’을 썼습니다. 그러나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분수라는 브레이크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두 번째는 새로운 것을 꾸준히 배우는 일입니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따라가지 않으면 영락없이 뒷방 늙은이로 주저앉게 됩니다. 맨발로 험한 길을 걸어갈 때 유전자는 발바닥에 굳은살을 만들어 준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녹슨 세포라 해도 노력하다가 보면 다시 살아나지 않겠습니까? 세 번째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아무리 젊게 사려고 노력한다 해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생의 끝자락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는 바로 천국에 소망을 두며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며 사는 일입니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젊게 사는 비결에 종교를 가지라고 권한 것이 들어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보다 근본적인 것에 의지하며 사는 것이 바로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젊게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종교인이었다는 통계도 있다고 합니다. ‘잘 사는 것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늙는 것이다’란 말도 있습니다. “인생이 가야 할 곳, 혹은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다. 내일의 하루가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인생이다.” H.W. 롱펠로의 ‘인생 찬가’ 한 소절입니다. 출발은 앞날을 위해 있고 가장 좋은 것은 앞날에 남았으리라 믿으며 새해를 맞으라는 어느 지인이 보내준 연하장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처음 칸부터 채워진 달력처럼, 만 나이가 시작되는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줄어든 나이만큼 젊게 삽시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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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1
  • ‘부정당업자’의 의미
    [개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3호의 ‘부정당업자’의 의미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두57190 판결) [사안]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의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한 경우’는 법령상 제한규정을 위반한 경우만이 아니라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하도급을 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하는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판단]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27조 제1항은 “각 중앙관서의 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이하 “부정당업자”라 한다)에게는 2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하며, 그 제한사실을 즉시 다른 중앙관서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이 경우 통보를 받은 다른 중앙관서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1항 제3호는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하는 부정당업자의 하나로 “「건설산업기본법」,「전기공사업법」,「정보통신공사업법」,「소프트웨어 진흥법」및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른 하도급에 관한 제한규정을 위반(하도급통지의무위반의 경우는 제외한다)하여 하도급한 자 및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를 명시하였다. 이때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한 경우’란 발주관서의 승인을 받아야 할 법령상 제한규정을 위반하여 하도급을 한 경우는 물론 발주관서의 승인을 받아야 할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하도급을 한 경우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의 부정당업자는, ① 법률에 따른 하도급에 관한 제한규정을 위반(하도급통지의무위반의 경우는 제외)하여 하도급을 한 자, ② 법령상 또는 계약상 의무에 따른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한 자, ③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대법원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의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한 경우’는 법령상 제한규정을 위반한 경우만이 아니라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하도급을 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여 상고인인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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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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