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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6.0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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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에 자전적 에세이집을 출간한 이영월 시인. 그녀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남편의 힘이고 공부의 힘이라고 했다. 사진=최상임 작가

 

대산에 살고 있는 이영월(70) 시인이 지난 3일 자전적 에세이집 ‘노을에 비친 윤슬’을 들고 필자를 찾아왔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의 살아온 삶이 마치 나의 삶이요,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지사지랄까? 감동과 연민이랄까?

1989년 필자가 수필집 ‘내 마음의 빈터’를 발간했을 때 책을 보내 달라는 편지 한 장을 받았다. 바로 이 시인이었다. 그 인연으로 30여년을 이어 오고 있다.

이영월 시인은 대산중학교 전신인 대산고등공민학교를 졸업하고 15세 소녀시절에 서울 마포소재 약국의 약사보조원으로 취직을 했다. 그가 20세가 될 무렵 약사는 미국으로 이민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함께 가자고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약사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한 청년을 소개해줬다. 그 청년의 임무는 공휴일마다 남산 등 서울구경을 시켜 주는 일이었다. 청년과 함께 서울 구경에 나선 그녀는 길을 잃을까봐 청년의 신발만 보고 따라 다녔다고 한다. 어느 날은 그 청년이 잠깐 나가있으라고 해서 주위를 살펴보니 남자 화장실이었다.

이렇게 순진했던 21세 처녀는 30세인 그 청년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다. 행복한 나날이 계속 되었다. 그녀에게 불행이 다가온 것은 2005년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이 시인도 같은 해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 바닥에 앉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렇다고 절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릴 적 가졌던 글 쓰는 소녀, 시인이 되고자 했던 꿈을 찾기로 했다. 그것이 희망으로 작용했던 것은 당연한 일. 이 시인은 남편을 간병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를 쓰기 위해 쉬운 책을 닥치는 데로 읽었어요. 이해가 되질 않을 때는 좋은 글을 베껴 쓰기를 수십 권. 성당에 다니면서 성서도 필사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노력의 결과는 2009년 월간 「문학세대」에 ‘장애인의 아픔’ 이란 시로 등단했다. 정말 시인이 된 것이다. 그녀는 시집에 “아플 때 마다, 견디기 힘들 때마다 써 놓았습니다. 그때마다 시는 눈물을 닦아 주었고 아픔을 덜어 주었습니다. 문든 혼자 간직하고 있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고 썼다. 지난해는 300여 편의 시 중에서 107편을 골라 칠순과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기념해 시집 ‘메화꽃 필 때’를 발간했다. 이 시잡에도 그녀는 “남편이 곁에 있어 주어 행복하다”며 “잘 참아준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라고 말해 부부의 진정한 사랑을 느꼈다.

그녀의 노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7년 계간 「화백문학」에 ‘어머니 표 된장’이라는 수필로 등단해 수필가가 되었다. 60세에 중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3번 만에 합격하고 65세에 한국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며 문학사가 되었다. 여기에 한자능력급수 3급, 아동 한자 지도사, 문해 교육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처럼 질곡의 삶을 살아온 그녀가 나이 일흔에 자전적 에세이집을 출판했다니 마치 내일 같이 기뻤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꾸 잊어 버려지는 것이 아쉬워 책으로 정리해서 나중에 자식들에게 엄마가 이렇게 살았노라고… 그냥 삶의 흔적을 남겨야 될 것 같아 책을 출판하게 됐어요”

이제 그녀는 또 다른 희망을 찾아 여정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치매에 걸리기 전의 남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치매전문교육과정도 수료했어요. 제가 치매를 알아야 남편을 돌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조규선 전 서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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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남편을 찾고 싶어요”||[조규선이 만난 사람 12] 이영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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