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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차 시장의 ‘자리’

가기천의 일각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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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7.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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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로 시작한다. 대전 야구장은 지은 지 오래되어 시민들의 욕구를 담아내지 못하니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지난 해 시장선거에서 후보들은 야구장 신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된 시장은 공모방식으로 유치신청을 받은 다음 심사를 거쳐 후보지를 선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모두 다섯 곳이 신청했고 각 구에서는 나름의 논리를 내세우며 치열한 유치운동을 벌였다. 구청장이 앞장서고 의회와 사회단체까지 뒤질세라 나섰다. 그만한 일에 삭발과 단식까지 하는 등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때 필자는 ‘승부가 끝난 게임’이라고 했다. 아무리 유치 활동을 하더라도 현재 야구장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는 이유였다. 다른 지역은 유치에 실패하면 얻지 못한 것일 뿐 잃을 것이 없는데, 만약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면 ‘뺏겼다’는 상실감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결국 현 위치에 새로 짓는 것으로 결정됐다.

서산에서는 공용버스터미널 이전과 수석지구 도시개발 사업을 두고 많은 말들이 있었다. 맹 시장은 취임 초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1년 안에 정책방향을 결정 하겠다’라고 약속했고, 지난 6월 약속대로 이에 대한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시장의 발표로 첨예했던 주장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그동안 이해 당사자들과 간담회, 시민토론회 등 여러 형태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쳤다. 이로써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에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지역의 갈등을 해소하고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차선의 방안’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 ‘집토끼는 놓치지 않고, 산토끼는 멀리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묘수를 찾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겸하여 얻은 것이 있다면 개방적인 의견수렴 절차에 따른 객관성확보의 가치와 더불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외로운 자리, 성패의 결과를 짊어져야 하는 ‘시장이라는 자리’의 무거움을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는 점이다. 앞으로 시정을 펼치는데 큰 경험과 자산이 될 것이다. 필자는 결정과정과 결과, 발표 형식과 내용을 보면서 ‘맹정호 호’의 시정 일 년을 짐작했다.

맹 시장의 트레이드마크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라고 한다. 소탈하고 민주적이며, 권위주의적이 아니라는 소문이다. 이러한 여론은 화끈하고 과감한 것을 능력과 성과라고 보는 사람들로부터는 박한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자칫하면 조직의 기강이 풀리고 느슨해질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조직원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하며 시민들의 이해를 얻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특히 공무원들이 방임이나 나태함으로 빠지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한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어느 대기업 임원의 경험담을 읽은 적이 있다. 직원 200여 명인 외국 지사장과, 수만 명을 거느리는 본사 부사장 자리를 거친 그에게 어느 자리가 더 힘들었느냐고 묻자 그는 “지사장자리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지사장은 작은 조직,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하지만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에 부담이 훨씬 컸다는 것이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불확실하더라도 결정을 해야 하고, 최선이 아니더라도 선택하여야 하며 그 결과에 고스란히 책임을 져야하는 고통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직 내부를 이끌어 가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지역의 장래까지 바라봐야 하는 위치이기에 그 중압감은 다른 자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제 시정 2년 차로 접어들었다. 어느 경우든 일 년쯤 지나면 여러 가지로 평가가 나뉜다. 더구나 선거를 거친 선출직에 대하여는 선거 때의 지지 여부를 떠나 현재의 잣대로 재게 된다. 현안 해결과 업무 성과, 공약이행, 비전제시에다 리더십에 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지난 1년은 조직의 특성과 공무원 개개인을 파악하는 시기였고, 공무원들도 시장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워밍업의 단계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뛰고 성과를 내어야 하는 때다.

스포츠계에는 이른바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신인선수를 처음 일 년은 ‘보아 넘기더라도’ 2 년차부터는 냉정한 눈으로 보고 평가하므로 이에 선수는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를 하는데도 부담감이 크게 되며,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유달리 눈에 띄고 비난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2년 차에 들어선 지금 시정에 대한 탐색기를 끝내고 변화와 전진을 기다린다. ‘따뜻한 햇볕이 외투를 벗게 했다’는 동화가 있지만 시민들은 이처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한 사람 주인의 눈이 열 사람 하인의 눈보다 밝다’는 옛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조직을 아우르고 시민통합을 이루는 가운데 역동적인 시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부를 펼쳐 볼 수 있는 자리, 간절함으로 얻은 기회를 성공을 향해 힘껏 뛸 것을 기대한다./전 서산시 부시장

서산타임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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