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1-24(금)

농업이 미래인 세상을 희망하며

[의정칼럼] 장갑순 서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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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2.1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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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란 무엇일까? 동양에서 농업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한 마디로 대변된다. 즉, 농업이 세상의 가장 큰 근본이라는 것이다. 서양에서 농업은 역사가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수렵과 함께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 그래서 영어로 ‘농업(Agriculture)’은 ‘문화(Culture)’와 어원이 유사하다. 농업이 인류문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신석기 시대를 맞이한다. 뗀석기보다 정교하고 날카로운 간석기가 등장하고 생산물을 저장 보관하기 위한 토기도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이때의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농업에 유리한 장소에 정착해서 농경과목축을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적극적으로 이용 개발하는 단계로 흔히‘신석기혁명’ 또는 ‘농업혁명’이라 부른다.

이로써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발전고 비로소 경제관념이 싹트면서 원시자본주의가 태동한다. 그리고 이 같은 맥락은 큰 틀에서 볼 때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2002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방하게 됐다. 그러면서 농업은 경쟁력 저하 및 생산성 약화 등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지난 10월 우리정부는 향후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농업분야에서 특별ㆍ민감 품목에 대해 관세 및 이행 기간 등에서 전체적으로 17.3%의 혜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 선진국 지위가 되면 4%로 혜택범위가 줄어들고 그 외는 관세를 대폭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예민한 품목은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쌀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간 40만 톤에 달하는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선진국 지위가 되면 최대 513%에 달하던 수입쌀에 대한 관세가 154%로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한국시장에서 수입쌀의 가격이 대폭 낮아지면서 그야말로 ‘쌀 전쟁’이 일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익형직불제 전환을 전제로 내년도 직불금 예산을 올해보다 8000억 원 늘어난 2조2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농업인들의 반발과 농업계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협상에서 쌀과 채소 등 민감품목을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내년도 농업예산이 증액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가 전체 예산 대비 3%에 턱걸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WTO 개도국 지위는 그동안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위축됐던 농업분야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던 방패 막이었기에 농업인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인 농업인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수십 년 간 논의조차 없다가 미국과의 교역 문제 때문에 하루아침에 결정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해명은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농업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농업인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 농업 현실이 그러하냐는 것이다. 이번 WTO 개도국 지위 포기가 농업 현실을 도외시한 성급한 결정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어쨌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로 인해 앞으로 국산과 수입산이 무한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너무나 자명하다. 성토만 쏟아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자급자족 형태를 벗어나 생산성 향상 및 효율성 제고 등 농업의 체질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송골매는 하늘의 제왕이다. 한쪽 날개의 길이가 30센티 부리의 길이가 2.7센티 정도인데 부리와 발톱은 갈고리 모양이고 수명도 사람과 비슷한 70년 정도 산다. 그런데 송골매는 처음 40년 동안은 왕성한 삶을 살 수 있지만 40살이 넘어서게 되면 자신의 몸에 털이 너무 많이 자라 털 무게 때문에 제대로 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부리와 발톱이 뭉툭해져서 더 이상 사냥이 불가능해 진다. 이 위기에서 송골매는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털을 부리로 뽑고 바위에 부리를 일부러 부딪쳐서 부러뜨리고 발톱마저 다 뽑아버리는 극한 고통을 감내해 다시 돋아나게 함으로써 하늘의 제왕으로 재등극한다.

WTO 개도국 지위포기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라면 이번 일을 농업·농업인·농촌 발전의 계기로 삼아 말 그대로 우리농업이 개도국을 벗어나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뼈와 살을 깎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송골매의 환골탈태(換骨奪胎)가 주는 교훈을 우리는 무겁고도 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서산타임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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