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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0.0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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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는 추석을 전후하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입장거봉포도휴게소’에서 거봉포도를 판매하여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입장거봉포도축제위원회는 ‘입장휴게소’를 ‘입장거봉포도휴게소’로 변경한 것을 기념하여 새로운 휴게소 명칭에 어울리는 판촉전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경길에 들러 잠시 쉬면서 특산품을 사들고 가게 하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동시에 하행선에 있는 ‘천안휴게소’를 ‘천안호두휴게소’로 변경했다. 이름을 변경하고자 시민과 국회의원, 시의회 등이 나서서 갖은 노력 끝에 한국도로공사와 합의를 이끌어 냈고 사인 물, 폴 사인 등 시설물을 교체한 후 올해 5월부터 정식으로 사용했다.

최근 고속도로휴게소 명칭을 지역의 상징이나 명승지, 특산물, 축제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변경하는 곳이 늘고 있다. 지역의 랜드마크로 삼아 브랜드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자하는 것이다. 대강만 살펴보면 금산의 인삼 랜드. 천안삼거리, 보성녹차, 함평나비, 함양 산삼골, 고창고인돌, 진안마이산, 정안알밤, 정읍녹두장군, 곡성기차마을, 남성주 참외, 송산포도휴게소가 있고, 지난해에는 단양휴게소를 단양팔경휴게소로 바꾼 바 있다. 공주 ‘정안휴게소’는 ‘정안알밤휴게소’로 이름을 바꾼 후 밤 판매량이 1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익산에서는 호남고속도로 상하행선에 있는 ‘여산휴게소’를 ‘익산미륵사지휴게소’와 ‘백제왕릉휴게소’로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복원한 미륵사지와 백제시대 왕릉이 있었던 지역임을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다. 익산시에는 이미 ‘왕궁면(王宮面)’이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읍면 행정구역 명칭변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형, 인물, 문헌, 지역 고유의 역사성과 정체성 등 특성을 최대한 드러내어 인지도를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강원도 영월군에서는 서면의 선암마을 지형이 마치 한반도를 닮은 형태를 보이는 것에서 착안하여 ‘한반도면(韓半島面)’으로 변경하였다. 하동면은 ‘김삿갓면’으로 변경하였는데 조선시대의 풍류시인 김삿갓 김병연의 묘가 그 지역에서 발견된 것에서 착안했다. 또한 수주면을 무릉도원면(武陵桃源面)으로, 평창군은 도암면을 대관령면으로 바꾸었다. 충북 보은군은 내속리면을 속리산면으로, 영동군 황금면을 추풍령면으로, 경북 청송군은 부동면을 주왕산면으로, 고령군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바꾸었다. 방위를 면 이름으로 삼은 전남 담양군 남면은 송순, 정철의 가사 문학 작품이 전해지는 곳임을 기리기 위하여 가사문학면(歌辭文學面)으로, 경북 울진군의 서면은 금강송 군락지를 고려하여 금강송면(金剛松面)으로 변경하였다. 경북 군위군에서는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하고 입적한 인각사가 소재한 고로면을 ‘삼국유사면(三國遺事面)’으로 바꾸어 내년부터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묘지 하나, 문학작품, 책을 쓴 연고가 면 이름이 되었다.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지역을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 찾아올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전에는 면 이름에 ‘김삿갓’이나 ‘가사문학’, ‘삼국유사’를 넣는다는 발상이나 시도조차 하지 못했지만 이제 시대 조류에 따르는 것은 무리가 없고 오히려 적극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역사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쯤 하여 이 글을 쓰는 의도를 드러내고자 한다. 서해안 고속도로 서산관내에 있는 ‘서산휴게소’ 중 목포방향은 ‘서산해미읍성휴게소’로, 서울방향은 ‘서산백제의미소휴게소’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전국에서 읍성가운데 가장 보존이 잘 된 곳으로 알려진 해미읍성과 ‘백제의 미소’로 이름난 마애삼존불을 더욱 알리고 많은 사람이 찾게 하는 역할과 더불어 서산관광과 특산물 판매 촉진 등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방향을 ‘서산육쪽마늘휴게소’ 또는 ‘서산마늘휴게소’까지 생각해 보았는데 자칫하면 경쟁지역에서 꼬투리로 삼지 않을까 염려되어 일단 묻어두며 고향 분들의 의지와 공론에 맡긴다. 또한 면 가운데 이름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평지풍파가 일 것이라는 걱정으로 접는다.

 

어쨌든 비교적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고속도로휴게소 명칭 변경을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이름’은 사람, 사물, 현상을 구별하여 부르는 말이다. 이중 고유명사는 낱낱의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을 다른 것들과 구별하기 위한 독보적인 이름이고 상징성을 갖는다. 

요즘 사람 이름도 고치는 일이 흔하다. 명칭 변경은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시민의 뜻을 모으고 정치권의 강력한 뒷받침으로 추진이 필요하다. 이웃 군에서 휴게소 명칭 변경을 추진하였으나 무산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라면 뛰어들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치밀한 계획과 각계가 하나 된 노력, 끈기 있는 추진으로 꼭 성사되기를 소망한다. 서산이 이쯤 못하겠는가? /전 서산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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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해미읍성휴게소’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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