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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첨지놀이로 세계1등 마을 만들고파”

[조규선이 만난 사람] 80. 이태수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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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1.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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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박첨지놀이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다는 이태수 회장. 그는 서산박첨지놀이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세계1등 마을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사진=최상임 작가

 

이태수(54)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장은 서산박첨지놀이(충남무형문화재 26호) 전수조교이자 음암면 탑곡4리 이장 등 1인 3역을 맡고 있다. 필자가 서산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당시에 그는 박첨지놀이보존회 사무국장이었다. 이 회장을 지난 22일 만났다.

“마을주민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세계민속 인형극제를 우리 마을에서 열어 인형극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 회장의 당찬 포부다. 사실 이 회장은 어릴 적부터 박첨지놀이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다. 탑곡리에서 농사를 짓던 이남성(1921-1998)ㆍ주평근(1928-1993)의 5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몸이 쇠약해 태어나지 못할 아이가 태어났다며 ‘태’자를 넣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3~4살 때로 기억하는데 어머니 등에 업혀 물 빠진 하천이나 사랑방 마루에서 외할아버지(주연산, 1903-1993)가 하시던 구렁이가 새 잡아 먹는 모습(박첨지놀이)이 나오면 무서웠습니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친구들하고 놀다가도 풍물소리가 나면 무조건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서산박첨지놀이는 이 마을에서 예부터(고려?) 전승되어온 민속인형극이다. 마을 주민이었던 주연산이 남사당패 출신 유영춘에게서 인형제작법 등을 배웠다. 그 후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가 구성되어 주연산에게 본격적으로 배운 전승자 김동익(1934-2018)회장이 충남무형문화재 제26호 예능보유자로 지정되고 이어 이태수 회장에 이르고 있다.

이 회장은 서산박첨지놀이는 3마당(박첨지, 평안감사, 절 짓는 마당) 4거리(유람, 살림 나누는, 매사냥, 상여거리)로 구성되어 주인공 박첨지를 통해 가부장적이고 퇴폐적인 양반사회의 모순을 해학과 풍자로 승화시킨 민속 인형극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인형극 놀이라는 점, 전문 연희패나 유랑광대패가 아닌 순수한 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내려오고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1954년 주연산씨로부터 시작된 박첨지놀이는 하천 뚝→ 사랑방 마루→ 마을회관에서 공연하다 1989년 KBS ‘사랑방중계’에 방영되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 1992년 KBS 한국의 미, 1995년 SBS ‘전국을 달린다’, KBS2TV ‘맛 따라 길 따라’, 1998년 KBS1TV 다큐멘터리 ‘그곳에 가고 싶다’에 방영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서산문화재 출연을 시작으로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2000년 서울 예술의 전당, 2013년 세계마당극 페스티벌, 2017년 전북문화재단 ‘삶, 흔적으로 만나다’등 매년 20~30회가 넘는 초청공연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것은 2004년 일본 야마구찌 대학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아 4개국 인형극 학술대회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했다.

2000년대부터는 민속마을 체험학습을 위해 전국에서 이 마을을 찾고 있다. 주민들의 단합된 힘은 정부와 서산시 도움으로 2016년 서산박첨지놀이 전수관(128평)을 건립했다. 내년에는 전수관 2층을 증축해 체험장(10억원) 등을 만들고 아름다운 마을 경관조성(5억 원)에도 나선다.

이 회장은 요즘 주민들과 함께 마을 곳곳에 조롱박, 긴박 등 68종류의 박을 심고 있다.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는 87세의 어르신부터 48세 청년, 고2년 학생 등 남녀노소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회장은 서산박첨지놀이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행복하고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찾고 있다. 탑곡4리 주민들이 주인공인 서산박첨지놀이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서산은 물론 대한민국의 가치를 높이며 세계 1등 마을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한다. /조규선 서산문화대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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