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유년기 머슴살이, 대목장이 되다

[조규선이 만난 사람] 92. 장운진 대목장(충남무형문화재 제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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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2.2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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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진.jpg
▲유년기에 고달픈 머슴살이를 했다는 장운진 대목장. 그는 앞으로 한식목공 전수관과 작업장을 건립하여 후계자 양성에 나서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장운진(69)씨는 충남 유일의 대목장이다. 유년기 시절 고달픈 머슴살이를 했던 그가 대목장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궁금했다. 지난 19일 그를 만나 기구한 사연을 들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부석에서 목수였던 아버지 장세봉씨의 4남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3년 중퇴가 최종학력이다. 어린 시절 교과서 살 돈조차 없었다.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매도 많이 맞았다. 결국 13살 되던 해 학업을 중단하고 부잣집 머슴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쌀 3짝을 새경으로 받던 것이 7짝, 10짝으로 늘어나면서 10여년이 지난 25살이 되어서는 13짝으로 늘어났다. 낮엔 농사일을, 밤엔 목수일을 익혔다. 10여년 넘게 모은 새경으로 땅도 구입했다.

26살 되던 해 동갑내기인 유세자씨와 결혼하면서 구입한 땅에 직접 살 집을 짓기 시작했다. 집을 짓기 위해 15만원을 5부 이자로 차용 받아 1년여 만에 7칸짜리 주택을 완성했다. 부인과 함께 새 집에 입주하면서 목수였던 부모로부터 받은 것은 고작 납작 보리쌀 2말이 전부였다.

그런데 새로 지은 집이 주위로부터 눈길을 끌면서 한옥을 지어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틈틈이 아버지 일을 도우며 시작한 목수의 일이 1975년부터는 홀로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의 기술과 기능이 연마되었다. 1988년 김나경 도편수, 1990년 서산 진충사 서재공사 현장에서 만난 무형문화재 제10호 서천 대목장 정영진 선생과 함께 일하면서 전통목조제작기법 등에 관한 기술을 전수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끈질긴 노력과 끊임없는 기술연마로 1995년 전국에서 600여명이 응시한 문화재수리국가기능사 실기 시험에서 한식목공부문 1등으로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장운진 대목장의 외기도리를 우미향에 결구하는 구조, 쇠사리 방법 등 대목장의 전통기법에 심사위원들도 놀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2019년 충남무형문화재 제55호로 지정되면 충남에서 유일한 무형문화재 대목장이 되었다.

대목장(大木匠)은 궁궐이나 사찰 또는 가옥을 짓고 건축과 관계된 일을 하는 장인을 일컫는다. 설계, 시공, 감리 등 나무를 재료로 하여 집을 짓는 전 과정의 책임을 지는 장인으로 오늘날 건축가를 일컫는 전통적 명칭이기도 하다. 문짝, 난간 등 소규모 목공일을 맡아하는 소목장과 구별하는데서 나온 명칭으로 와장, 드잡이 석장, 미장이 단청장들과 힘을 합하여 집의 완성까지 모두 책임지는 역할을 말하기도 한다.

잠을 잘 때도 집 짓는 일에 항상 궁리하며 머릿속에 그리며 살았다는 그는 “전통 한옥은 소나무 향기가 몸에 좋고 집의 주재료인 흙은 습하면 습을 빨아들이고 건하면 습을 내 뱉는 자연 작용으로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대목장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봉사와 재능기부에도 인색하지 않다. 사재로 버스 4대를 대절해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효도관광도 다녀오는가 하면 덕수장씨 문중사당 건립에 1억원 상당을 기증하기도 했다. 여기에 허물어져 가는 이웃과 인근 마을 3가구의 주택을 지어주기도 했다.

장 대목장은 부인 유세자(69) 여사와의 사이에 2남3녀를 두고 있다. 특히 문화재수리기능사(한식목공) 자격을 취득한 장남(장순부, 43)과 11명의 손자손녀들은 그에게 행복 그 자체다.

부석면 가사리 자택 옆에 ‘목공 전통 연장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는 장 대목장은 앞으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문화재를 지키고 복원하기 위해 한식목공 전수관과 작업장을 건립하여 후계자양성에 전력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조규선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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