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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4.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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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배.jpg


한 세상 살다 보면 별일도 많다. 기막힌 일도 많고, 억울한 일도 많다.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산다. 하지만 도가 지나쳐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오히려 모함까지 받게 된다면 억울하고 분해서 긴긴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치를 떨며 어쩔 줄 모른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억울하고 분해도 자기 스스로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 이건 무책임하고, 비겁하며 신에 대한 모독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용서하는 일이다. 분노나 복수심, 보상받으려는 감정을 포기하고 용서해야 한다.

“나보다 누가 먼저 용서합니까?” 십여 년 전에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밀양’에서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목숨처럼 사랑하던 아들이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 주인공인 어머니는 살아갈 희망을 완전히 상실하고 방황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김 집사의 전도를 받고 하나님을 의지하게 된다. 마음의 평정을 되찾은 주인공은 문득 범인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교도소로 범인을 찾아간다. 범인을 만난 주인공은 오랫동안 고민하고 힘들게 결정했다며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인은 오히려 뻔뻔한 얼굴로 ‘저는 주님의 은총으로 평안합니다. 여기 와서 하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저의 죄를 용서받았습니다. 이제 평안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주인공은 교도소 밖으로 뛰쳐나간다. ‘나보다 누가 먼저 용서합니까? 내가 그를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 먼저 그를 용서할 수 있습니까? 그럴 권리는 주님에게도 있을 수가 없어요’ 그녀는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영화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용서도 완전한 용서라야 한다. 모양만 용서라면, 언제든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기 쉽다. 아니, 처음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완전히 포기하고 용서해야 한다.

위선(僞善)과 선(善)을 생각해 본다. 둘 다 겉으로 나타나는 행위는 다를 바 없다. 다만, 마음이 다를 뿐이다. 위선은 아무리 겉으로 드러난 행실이 착한척해도 언젠가는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겉으로 용서했다고 해도 마음 깊숙이 용서하지 않으면 ‘밀양’의 주인공처럼 원점으로 돌아간다.

내가 아는 권사님 한 분이 계시다. 갑자기 눈에 실핏줄이 터져 서울 큰 병원으로 가시게 되었다며 기도를 부탁해 왔다. 약물로 치료가 안 되면 대수술까지 받아야 하며 잘못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합심하여 기도한 후 이튿날 전화를 드렸더니 다행히 출혈은 멎었다고 했다. 하시는 말, 이제 다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떻게 번 돈인데, 그것도 거액을. 거기다가 모함까지 받고 있다니 누구라도 화나고 분할 노릇이었다. 그걸 당하고 나서 분하고 억울해서 잠을 못 잤더니 결국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는 것이었다. 병원에 다녀와서도 멎지 않았는데 용서하고 나니 출혈이 멎었다고 했다. 세상 올 때 빈손으로 왔는데 그 돈 없어도 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했다. 그 영혼이 불쌍해서 기도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너도나도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산다. 광속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면 가족 간 이웃 간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낸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하찮은 일에도 폭발하고 만다.

이럴 때일수록 참고 포기하고 용서하자. 용서는 결코 가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을 위한 가장 좋은 치료제다. 용서는 절망에서 건져주고 행복을 찾는 지름길이다. 포기하고 용서하고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 눈의 실핏줄 출혈이 멎는 기적을 불러왔다. 용서야말로 자신을 위한 진정한 평화요, 행복의 열쇠다.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책 맨 앞장에 있는 존 던의 시 마지막 문장이다. 용서의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린다./시인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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