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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춘동에서 본 어떤 실마리

가기천의 일각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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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5.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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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사회에서 ‘시보 떡 돌리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부춘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시보근무를 마치고 정식 공무원이 된 2명의 직원을 위한 축하행사를 해주었다고 한다. 건강한 공직문화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시보 기간이 끝나면 동료들에게 떡을 돌리는 관행이 생겼다고 한다. 부춘동은 이러한 관행을 씻어내고 정규 임용된 공무원을 격려하며 앞으로의 공직생활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축하 꽃다발과 함께 자기개발을 위한 책을 선물로 주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 여자 동기는 시보 떡 때문에 운 적 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논란이 일었다. 글쓴이는 “그 동기는 그냥 백설기만 하나 돌렸는데, 옆 팀 팀장이 받자마자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맙다’고 하고서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며 마침 그 직원이 쓰레기통을 비우다가 그걸 봤다는 것이다. 그 동기는 밤새 울었다고 한다. 그런 고약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 공직에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수건이나 다른 선물을 돌리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고액의 회식비를 부담한다고도 하니 과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선배가 후배를 격려하고 이끌어 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등치 듯’하는 행위가 개탄스럽다. 하얀 종이와 같이 순수한 새내기에게 스며든 부정적인 인식은 공직에 봉직하는 동안 얼마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있고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선배나 상급자는 한 번이라도 생각이나마 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4월 시행된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 시험 경쟁률은 35대 1이었다. 5,662명 모집에 19만8천 여 명이 지원했다. 평균 연령은 29.2세였다. 해마다 응시자 중에서 이만큼의 경쟁률을 통과한 사람만 공무원이 된다. 그러나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재직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가 6,664명으로 2018년 5,670명, 2017년 5,181명에 비해 대폭 늘었다고 한다. 이 중 임용 1년도 안 돼 공무원을 그만둔 경우가 전체의 26.5%인 1,769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서산시도 최근 3년 동안 1년 미만 근무자 가운데 18명이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인 9명은 다른 시험에 합격하여 사직하였지만 9명은 ‘일신상의 이유’로 퇴직하였다고 한다. 기약 없는 수험생 생활동안 갖은 유혹과 좌절을 견디며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손에 쥔 공무원증을 반납하는 속사정이 안타깝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이직하는 이유로 민원 대응의 어려움, 과도한 업무량, 보수적이고 경직된 업무환경 등 조직문화를 꼽았다.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이 어렵다, 더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일을 하고 싶다, 보수가 적다는 등의 이유도 있다고 한다. 오늘도 학원에서, 도서관에서 시험서와 씨름하고 있는 공무원 지망생들에게는 부러운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고참 공무원 중에는 요즘 신세대공무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상사나 선배가 일과시간 후에 일을 하고 있어도 먼저 퇴근하고 회식에도 빠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승진에 미련이 없다며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보다는 비교적 한가한 부서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숨이다. 시대 차, 세대차의 단면이다.

물은 흘러간다. 옛날을 말하고 과거에 머문다면 변화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로 다가오는 미래를 말할 수도 없다. MZ세대 공무원들에게 안정된 직장, 국민에 대한 봉사, 공직 윤리, 무한 책임만 강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많은 절차를 거쳐 확보한 인재가 의욕을 잃게 해서는 모두에게 손실이다. 개인의 일로 치부해서는 결코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 시대변화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혹시 떠나고픈 마음을 가진 새내기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적성에 맞고 이상과 포부를 펼쳐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가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다만 나름의 이유로 다른 직장을 찾아간다다 하더라도 그곳이 지금보다 더 나으리라는 보장과 확신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느 조직이든 그곳에서 적응하고 도전하며 성공을 맛보는 기쁨도 크다. 공직을 선택하였을 때 이유와 목적을 되살피고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갈등 없는 사람, 갈등 없는 사회는 없다.

오은정 부춘동장은 “요즘 행정환경이 달라져 저희가 신규직원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며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서 잘 정착할 수 있는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오랜 경륜과 신선한 바람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부춘동에서 어떤 실마리를 본다./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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