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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어민들의 저금통장입니다”

[조규선이 만난 사람] 113. 박정섭 칠지도기념사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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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7.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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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섭.jpg
▲8세 되는 해 섬(우도)에 들어가 20여년을 살면서 어업인들의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박정섭 회장.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가로림만 지킴이다.

 

 

박정섭(61) 칠지도기념사업회장은 바다는 저금통장이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하니 맞는 말이다. 저금통장은 아무 때나 돈을 찾을 수 있다. 바다에서도 언제나 물고기를 잡으면 돈이 되니 하는 말인 것 같다. 바다에는 조물주가 저금해 놓은 자산이 가득하다. 필요한 사람이 나가서 찾아오면 된다. 저금통장을 가진 바닷가 사람들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조상대대로 바다와 함께 살아온 박 회장을 만난 것은 지난 18일 오후다. 초복인 지난 11일 지곡면 도성리 칠지도제작야철지기념비가 세워진 마을회관 광장에서 열린 제12회 칠지도 도장공추모문화제에서 만나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박 회장에 따르면 칠지도는 408년 백제시대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국보가 되었으며 텐리시 이소노가미 신궁에 봉안되어 있다. 칠지도 도장공추모문화제는 칠지도를 제작한 조상들의 예술혼을 기리는 행사로 지역의 대표 행사로 만들어야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지난해 지곡면 도성1리 이장으로 칠지도 표지석을 세우기 위해 후원금 모금에 나섰는데 1개월 만에 1,200만원이 모아질 정도로 주민들은 칠지도를 제작한 도장공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또 자타가 인정하는 가로림만 지킴이다. 가로림만 조력댐을 몸으로 막아낸 그다. 그런 삶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어부였던 박경환(1932~1987)41녀 중 2남인 그는 태어난지 7개월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릴적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녔다. 8세 되는 해 섬(우도)에 들어가 20여년을 살았다. 학교도 우도분교를 다녔다. 섬 주변에서 꽃게 산란의 모습, 우럭의 자라는 모습 등과 함께 생활하므로 어민들의 생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는 요즈음도 어업인을 만나면 아버지 생각이 먼저다.

생전 아버지께서는 늘 선덕(善德)을 쌓아야 복을 받는다그리고 바다는 복덩어리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했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말라”, “원수는 문 활짝 열고 버선발로 반겨라. 그러면 해치지 않는다”, “남의 유혹에 절대 넘어가지 말라”, “이웃에게 베풀고 옳은 일을 앞장서 봉사해야 큰사람이 된다는 말들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이러한 부친의 말이 오늘 날 그의 삶의 지표가 되었다.

박 회장은 바다에서 열심히 일만했다. 이를 본 어업인들과 주민들이 1999년 서산수협 대의원(19~22), 지곡도성어촌계장(2006.2.~2017.1)으로 선출해주었다. 어촌계장으로 선출된 해 3월 대도관에서 조력발전건설에 대한 설명회가 가로림만구역 어촌계장들을 대상으로 열렸다.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바다를 막으면 절대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바다가 없어지면 어촌계가 있을 필요가 없고, 어촌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서산수협도 없어진다. 바다가 있어야 어민이 있고, 어민이 있어야 어촌계가 있고 어촌계가 있어야 수협이 있고 조합원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강하며 반발했다. 가로림만은 어류의 산란장소로 어민들이 먹고사는 유일한 삶의 터전이고 나아가 국민들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천혜의 어장이란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리고 그해 4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건설반대투쟁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설명회에서 반대를 강력히 주장했던 모습을 본 어촌계장들이 박 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는 위원장으로 서산시청 앞 천막생활 187, 서산~과천종합청사 67일 도보행진, 서산~세종시와 서산~청와대 도보행진 등 10여년을 가로림만 조력댐 건설 반대를 위해 투쟁해왔다. 결과는 박 회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박 회장의 이러한 가로림만 조력발전 반대 투쟁은 가로림만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알리는 계기가 됐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이 그것이다. 현재는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조성 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쟁을 하는 10여 년 동안 후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은 서산시민과 태안군민 그리고 각 어촌계장과 수협조합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마음 놓고 투쟁할 수 있도록 가정을 지키며 내조해 준 부인에게는 평생 고마워하며 살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 군산대학교 최고수산경영자양성과정을 수료한 것이 학력의 전부이만 정규대학 3곳은 나온 꼴이라며 그간의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그는 자랑스러워했다.

박 회장은 2016년 한국수산업경영인 서산시연합회장(12·2016~2017), 서산수협이사(2017~현재), 한국수산업경영인 충남도연합회장(2018-~2020)을 거쳐 현재 수산업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충남해양수산업 9개 단체로 구성된 충남도 해양수산총엽합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수상실적으로는 SBS·환경부·환경운동연합이 공동주최한 물환경대상(2012)과 수산업 어촌진흥을 통해 국가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공으로 국무총리 표창(2021), 해양수산부장관 표창(2015) 등이 있다. 현재는 칠지도기념사업회장(2019.10~현재),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2021.4.현재)을 맡아 공익의 가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박정섭 회장은 그동안 일평생 바다를 지키며 살면서 바다의 중요성과 자연의 소중함, 수산업의 미래와 어업인들의 이익이 무엇인지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이것을 나 혼자만이 아닌 농어촌발전과 어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남은여생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조규선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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