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전통한지 만들기 위해 닥나무 심고 가꿔요”

[조규선이 만난 사람] 118. 남기풍 종이그림 전통한지 교육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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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9.0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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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풍.jpg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도구를 보여주며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남기풍 대표.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전통한지를 알리고 한지를 활용한 한지조형작품전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한지는 내 종이입니다. 내가 만든 종이에 그림도 그리고 조형적인 작품을 창작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한지 예술가로 불리고 싶습니다.”

남기풍(55) 종이그림 전통한지교육농장 대표가 지난달 27일 부인 박정란(52) 작가와 함께 2021서해미술관(관장 정태궁)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작품전시를 하게 되었다며 팸플릿을 가지고 필자를 방문했다. 몇 차례 잠깐 만나기는 했지만 근 30여년만이다.

남 대표(이하작가) 부부와는 특별한 인연이다. 1987년 서산미술대학회(회장 박동수) 1회 화서회전시회를 개최할 때부터다. 그는 92년도 회장, 박정란 학생은 총무였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었고 96년 겨울 필자가 주례를 선 가운데 결혼식을 마쳤다.

다시 만난 박 작가는 50을 넘긴 중견 전업 작가가 되어 있었지만 웃는 모습은 대학시절 그대로 청년이었다. 이들 부부는 현재 서산에서 태안방면 3km, 국도에서 500m지점인 인지면 화수리에서 한지에 빠져있다. 남 작가는 서렁고(29)를 거쳐 중앙대 예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부인 박 작가는 성신여대 조소학과를 졸업하고 각각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고상한 한지 공예품을 보면서 한지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전업 작가로써 그림을 그리면서 한지의 깊이를 알아야한다. 그래서 남 작가는 한지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시작했다.

경기도 가평의 장지방, 문경세재, 충북 괴산의 한지무형문화재 등 한지 장인을 찾아 전국을 누볐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는 않았다.

한지공예작품은 상업적인 부분에 치중되면서 작품성이 떨어져 우리 전통한지에 관해 근본적으로 알아야 된다는 사명감으로 한지를 만드는 원료인 닥나무 재배를 위해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인대학 1년 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닥나무 묘목 500그루를 지원받아 심었다. 그랬더니 마을 이장님이 인근 산에 자생 닥나무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세상에 한지라 불리는 종이는 많다. 그러나 전통방식 그대로 종이를 뜨는 진짜 한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남 작가 부부는 10여년이 넘도록 진짜 한지를 만드는 한지박사, 한지선생님이다. 닥나무와 황촉규(닥풀)를 직접 재배하면서 학교 교과서 과정과 연계하여 교육하는 우리나라 전통한지 교육농장 종이그림을 운영하고 있다.

남 작가에 따르면 한지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인내를 요구한다. 그가 말하는 한지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닥나무 베기삶기흑피에서 백피 만들기백피 삶기티고르기두드리기황촉규(닥풀)와 닥나무 섬유, 물과 배합하여 종이 뜨기물빼기말리기다듬이질(도침)10여개의 가정을 거쳐야 한다.

남 작가가 운영하던 종이그림 교육농장 체험농가는 2014년 충남교육청과 농촌진흥청 인증기관으로 선정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한지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 만든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남 작가는 700년대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그 증거라고 했다. 또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철도 우리나라에서 제작됐으며 지난 625일에는 경북 안동에서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등재를 위한 학술포럼도 열렸다. 남 작가는 한지는 우리의 보물이라고 했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현대 최고의 과학이라고도 했다.

직접 만든 한지가 세계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는 남 작가는 한지위에 그림을 그리고 한지를 활용해 조형작품을 창작하는 한지예술가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코로나 전 지난해까지 1년에 서산, 당진, 홍성, 예산 등에서 유치원, 초중고, 일반인 등 1천여 명이 다녀갈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에는 관내 초중고 미술체험학습에 초청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그는 요즘의 학부모들은 주말을 이용해 야외로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예술을 체험하는 교육현장을 찾는다고 했다. 이러한 자연 친화적인 감각교육이 뇌를 발달시킨다는 것이 남 작가의 주장이다.

남 작가는 원초적으로 자연에서 종이가 탄생되면 그에 따른 글도 쓸 수 있고 그림도 그리고 공예품도 만들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바람, 햇볕, 자연에서 가꾸어 얻어진 닥나무를 사람의 손을 빌어 구십구 번의 손질을 다하고 받는 이에게 전달되었을 때가 백 번째라 하여 百紙(백지)라고도 합니다. 원초적인 한지가 탄생이 되면 그림 그리는 이가 되어 그에 밑거름이 되어 현재에 놓여 있습니다. 어차피 물질문명에 의존하고 현실의 틈새바구니에서 새롭게 출발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 한지를 알리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남 작가. 한지조형 작품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요즘 오래된 갤러리를 리모델링 중이다.

남 작가는 지금까지 개인전 3, 단체전 10여회를 가진 화가 농부다. 나무를 심어 한지를 만들어 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 부부에게는 고등학생(2), 초등학생(4)인 두 아들이 있다. ·사진=조규선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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