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7-05(화)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2.05.24 19:57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가기천.jpg


아파트 정문에 한 후보자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폴더 인사를 한다. 후보자에게 파이팅하세요라고 말해 주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후보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허리는 더 굽어졌다. 전혀 모르는 후보자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뒤편과 접하고 있는 네거리는 대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그런 곳이다 보니 후보자로서는 많은 시민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요충지다. 각지角地마다 후보자나 운동원들이 손을 흔들고 율동을 하며 인사한다. 일하고 싶은 의지나 열정으로 나섰거나 자신의 명예를 위하여 입후보 했거나 이유를 묻기 전에 그 뜻이 가상하여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관심을 보여줄 때 얼마나 힘이 솟을까 짐작한다면 재물을 들이지 않고 하는 보시布施가 아닐까 싶다.

선거운동처럼 간절하고 힘 드는 일이 흔치는 않을 것이다. 후보자는 자신이 선택한 일이기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까? 내리 꽂는 햇볕, 소음과 매연을 무릅쓰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심정은 요즘 가뭄에 타들어 가는 대지와 같을 것이다. 투표권이 몇 개라도 된다면 고루 한 표씩 주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쩌다 투표를 한낱 동정심의 하나로 치부하는 엉뚱한 망상에 까지 이르렀는지 후보자의 절실한 심정이 되어 본 것으로 변명한다. 어느 후보자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은 한낱 속담에 그칠 뿐이라고 했다. 노골적인 반감에는 움츠러들고 맥이 빠진다는 것이었다. 명함을 건네주면 뿌리치는 것은 고사하고 보는 앞에서 홱 집어던지더라도 섭섭한 감정을 꾹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런 수모를 겪고 비용을 들이며, 가깝게 지내던 사람마저 고개를 돌리게 하는 선거에 나서는 것은 당선 후에 펼쳐 보고픈 포부가 훨씬 더 크다는 판단에서 일까? 명예를 얻고자 해서일까?

가까이에서 선거운동을 지켜본 적이 있다. 후보자는 눈코 뜰 새 없이 돌아다니다 밤이 되면 녹초가 되었다. 가라앉아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을 약초 우린 물로 달래고 퉁퉁 부어오른 다리는 소금을 푼 따뜻한 물에 담근 채 내일 일정을 가늠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바닥이 드러나는 선거비용을 감당하느라 속은 타들어 갔다. 그래도 별빛 남아있는 새벽에는 용수철 튀어 오르듯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밤사이 에너지가 얼마나 충전되었는지 초인적 집념에서 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가 우편함에 들어있다. 꽤 무게감이 느껴졌다.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냈다. 시장 후보자 둘 가운데 한 분은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이고 한 분은 일면식도 없다. 교육감 후보는 넷인데 한 분은 몇 차례 만나 선이 닿고 세 분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구청장은 전·현직 양자 대결인데 역시 한 분은 알고 한 분은 손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다. 시의원 후보는 둘, 구의원 후보는 여섯인데 전혀 모르겠다. 현역의원 조차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비례대표를 소개하는 홍보물도 들어있는데 어느 정당은 이름조차 생소하기도 하고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찬찬히 읽었다. 인물을 살펴보고 공약도 훑어보았다. 30 분 쯤 걸렸다.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가하면 그저 공약에 지나지 않는 것도 없지 않았다. 공약대로 실행만 된다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설령 뜬구름일 지언 정 그마저 없다면 선거의 맛을 어디서 찾겠는가 싶었다. 모르는 인물보다 아무래도 아는 분에게 관심이 더 가겠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알고 모르고를 떠나 인물과 실현 가능한 공약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쪽으로도 마음이 기운다.

지방자치 무용론과 선출직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방자치의 효과를 가볍게 볼 수 없다. 외면하고 비판이나 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구성원으로서 성숙한 시민이라 할 수 없다. 지방자치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유권자의 책임이기도 하다. 선거일이 일주일 남짓 남았다. 선거는 축제다. 축제가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치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 청렴하고 역량을 갖춘 인물이 선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진정 시민과 미래를 위하여 사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인물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 이다. 나를 대신하여 일해 보겠다고 나선 후보자의 기개와 용기가 가상치 않은가? 절실한 심정으로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자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 보자. 자신을 충만하게 하는 베풂이다./전 서산시 부시장

태그

전체댓글 0

  • 0052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후보자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 보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