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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x+b

가기천의 일각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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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6.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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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천.jpg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사람도 공휴일은 왠지 느긋해진다. 월요일이 현충일이라 사흘 연휴가 되고 보니 어디엔 가라도 나가고 싶었다. 시골 정경을 찾아 드라이브했다. 긴 가뭄이 사람들의 속을 태우고 있지만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이앙기가 지나간 자리엔 어린모들이 줄을 만들고 있었다. 나란히 서서 못줄을 넘겨가며 허리 굽혀 모 심던 광경은 볼 수가 없었다. 머리에 새참을 이고 손에는 주전자를 든 채 논두렁길 걷던 아낙의 정경도 옛 일이 되었다. 농촌에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데 만일 이앙기가 없었더라면 넓은 논에 어떻게 모를 심을 수 있을까? 다 살게 마련인가? 요즘도 일선 기관에서는 모내기 실적을 일일 보고할까 문득 떠올랐다.

그랬다. 70년대까지 읍면행정의 절반, 어쩌면 그 이상이 농업과 관련된 일이었다. 소관업무보다 분담 마을에서 농사일을 지도(?)하고 파악하는 일이 주 업무이다시피 했다. 보고할 거리도 많았다. 얼음장이 녹을 무렵이면 보리밭에 토입답압(土入踏壓)’이라 하여 흙넣기와 밟아주기 실적을 보고해야 했다. 밭에 서릿발이 녹으면 보리 뿌리가 들떠 마르지 않도록 하는 농사일이었다. 요즘은 좀처럼 보리를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 격세지감의 하나다.

그때는 논두렁 태우기도 장려했다. 봄철에는 모내기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연히 일일보고 사항이었다. 그렇다고 날마다 담당 마을의 진도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설령 나간다 한 들 어떻게 할 것인가?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화조차 없던 시절에 이장께 묻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방법을 찾았다. 일차함수 y=ax+b를 소환했다. y는 이앙 면적, a는 하루 이앙 추정 면적으로, 전체 논 면적을 모내기 기간인 대략 30일로 나눈 것이다. x는 기간이고, b는 변수, 예를 들어 비가 내린다든지, 일손돕기 인력이 지원 나왔다 던지 하는 상황을 감안하여 가감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산출하여 담당자에게 제출하는 식으로 모내기철을 보냈다.

필지별로 모 심은 상황을 기록하는 야장(野帳)도 있었다. 모 포기수를 적게 하고 빽빽하게 심으라는 소주밀식(小株密植)은 기존 관행을 바꾸는 일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소주밀식이란 소주마시고 밀가루 음식을 먹는 것이냐라는 우스개로 어려움을 달랬다. ‘보리밥보다 낫고 밥맛은 없더라도 주린 배 채우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논리로 다수확 품종 통일벼를 장려할 때는 일반 못자리를 짓밟고 심은 모를 뽑아내는 곳까지 있었으니 지금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뭄이 심하여 모를 심지 못한 채 7월이 되면 논바닥을 파고 심는 호미모, 흙이 풀풀 날리는 논에 볍씨를 직접 뿌리는 건답직파(乾畓直播), 콩이나 다른 작물을 심는 대파(代播)까지 해야 했다.

도랑이나 개울에 물이 조금이라도 고이면 바가지로 쥐어짜듯 해서 물을 댔다. 2, 3단 양수라도 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었다. 아전인수(我田引水) 끝에 물꼬싸움도 일어났다. 모내기철이 지나면 벼 이삭이 익어갈 무렵까지 병해충 방제 회수와 면적을 파악해야 했다. 여름철 퇴비증산 독려가 곤혹스러웠다. 농가마다 퇴비장을 만들거나 손질하고 잣대(尺棒)를 세우도록 도록 했다. 아침저녁으로 풀을 베어 퇴비장에 쌓도록 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소먹이 꼴도 모자라는 판에 퇴비는 농토의 보약이라고는 하지만, 몰라서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앙이나 도에서 점검 나온다고 하면 솔가지나 볏짚 위에 풀을 덮어 많이 한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가을이면 벼 베기 실적도 일일보고 사항이었다. 역시 y=ax+b 공식을 끄집어냈다. 벼를 베고 난 뒤에도 해야 할 일이 기다렸다. 땅 힘을 높이는 심경(深耕)이라 하여 논을 깊이 갈고, 황토를 뿌리는 객토(客土)를 하는 일이었다. 소가 쟁기를 끌어 논바닥을 뒤집었다. 우마차나 덤프트럭으로 황토를 실어 나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정부에서 시중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들이는 양곡수매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담당 마을의 돼지 사육 두수를 급히 파악하라고 했다. 그것도 암수로 구분하라는 것이었다. 마을에 다녀오는 시간조차도 되지 않았다. 그냥 암퇘지 28마리, 수퇘지 4마리 하여 32마리라고 했다. 그런데 기적이었다. 나중에 파악해보니 한 마리도 틀리지 않았다.

통계청은 벼, 마늘, 사과 등 120종 작물에 대해 전국 79만 곳 논밭 가운데 표본농지 22천 곳을 선정, 사람이 직접 방문해 측정하는 방식을 올해 벼부터 인공위성, AI통한 재배면적 파악 시작한다고 한다. 어느 경제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통계도 과학이다./가기천/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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