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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군복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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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6.15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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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면 생각나는 시 한 편이 있습니다. 어느 문학관에 견학하러 갔다가 벽에 걸린 시를 보고 베껴왔습니다. 해마다 6월이 오면 이 시를 꺼내어 보며 나라를 지키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시는 2007년 울산 보훈 지청에서 공모한 보훈 문예 현상공모 일반부에서 우승한 조명숙 시인의 승천한 아버지의 군복이란 시()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늘 말씀하셨다/ 사람의 행동은 입고 있는 옷이 만든다고/ 한평생 군복만 입고 살아온 아버지는/ 세상 옷, 입자마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전국 해안의 초소를 돌던 아버지의 군복/ 방 안 구석 짭쪼롬한 바다 냄새 풍기며 걸려있었다/ 식구들 어느 누구도 선뜻 입지도 버리지도 못하였다/ 점점 먼지가 쌓여가도, 아버지가 벗어두고 간 영혼 같아서/ 버리기도 태우기도 어려웠던 아버지의 낡은 군복/ 몸을 비운 헐렁한 아버지의 군복은/ 캄캄한 밤이면 이따금 스님의 승복처럼/ 신부의 사제복처럼 성스러운 빛을 내뿜곤 했었다/ 얼마나 많은 유혹을 이겨온 옷인지/ 얼마나 많은 땀을 받아낸 옷인지/ 얼마나 많은 총알을 받아낸 옷인지/ 어느 누구도 아버지의 낡은 군복에 관심이 없었지만,/ 늘 함구가 장끼이던 선임하사 아버지처럼/ 방 안 구석 있는 듯 없는 듯 십자가처럼/ 못 하나에 걸려있었던 아버지의 군복/ 어느 날 단단한 못 하나 남겨 놓고/ 승천(昇天)하고 없는 아버지의 군복.

 

아버지는 일생을 전국 해안 초소를 돌아다니며 근무한 직업 군인이셨습니다. 그 아버지가 퇴역을 하자마자 몹쓸 간암에 걸려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습니다. 남들이 늘 입고 다니는 세상 옷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끼던 직업 군인이셨던 아버지. 아버지는 평생 입었던 군복을 벗어 놓고 이제 막 세상 옷을 입고 살아보려는 순간 군복 한 벌을 남겨 놓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사람의 행동은 입고 있는 옷이 만든다.”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 마음도 행동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 아버지는 군복이 좋아서 입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군복을 입고 있으므로 나라를 더 사랑하게 되고 군복을 입고 있으므로 더욱 더 국토방위에 그 책임을 느낄 수 있다는 그 뜻을 이렇게 자식 앞에, 아니 스스로에게 다짐하곤 했습니다.

너무도 갑작스런 이별 앞에 가족들은 아버지가 평생을 입고 있던 군복을 차마 버리지 못하였습니다. 점점 먼지가 쌓여가도 아버지의 영혼이 깃든 군복을 어느 누구도 감히 입거나 버리지 못하고 벽에 걸어 놓았습니다. 아버지의 군복은 한낱 의복이 아니었습니다. 벽에 걸린 아버지의 군복은 아버지의 혼이 배어 있고 땀이 배어 있고 아버지의 정신이 배어 있습니다. 아버지의 군복은 도를 닦는 승복이었습니다. 아니 신부의 성스러운 사제복이었습니다.

아버진들 왜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넓고 넓은 세상에 나가 마음껏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세상으로 향하는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오직 나라 사랑에 대한 집념으로 일생을 군인으로 보내셨습니다.

못에 걸려있는 땀내 나는 아버지의 군복 속에서 딸은 십자가의 예수님 형상을 발견합니다. 비록 장교도 아닌 부사관 신분이었지만. 오직 나라를 사랑하고 지킴이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사랑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사랑과 희생으로 온 국민이 마음 편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입었던 군복은 그래서 더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군복은 십자가처럼 숭고하고 위대한 사랑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아버지의 군복은 언젠가는 버려지겠지요. 그러나 아버지의 정신과 큰 뜻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요.

생각해 보면 이 땅에는 수많은 조명숙 시인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려 이 땅을 지키신 호국 선열들이 있었고, 지금도 처처에서 명절도 없이 밤잠도 자지 못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러한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내 나라 내 조국을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그 정신을 상기하며 <승천한 아버지의 군복>을 조용히 읊조려 봅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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