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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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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8.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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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순.jpg


1893년 중국 주강. 길게 뻗은 강을 서서히 거슬러 올라가며 쏘아대는 함포. 중국의 정크선은 괴물 철선 네메시스 앞에서 하나 둘씩 침몰해 갔다. 반쯤이나 넋이 나간 중국인들은악마의 배가 왔다며 베이징 조정에 떠들썩하게 보고한다. 영국. 아편전쟁 승리의 최고 공신인 네메시스. 중국은 전쟁 패전국으로 난징조약을 체결하고 덩치 큰 중국은 열강에 의해 이리저리 찢겨 나갔다.

전쟁 후 정착을 시작한 영국인들의 까다로운 입맛. 날아다니는 밥알, 찐 곡식 요리, 향신료 음식은 도통 적응이 안 됐다. 자존심 상한 황궁의 즐비한 요리사들은 영국 스타일로 튀김옷을 바른 고기와 단짠 소스의 조합으로 맛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렇게 탄생한 음식이 바로 탕수육이다.

120년이 지난 2013. 엉뚱하게도 탕수육은 한국에서 논쟁(?)의 대상이 된다.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먹어야 하나? 부어 먹어야 하나? 찍먹이 맞다. 부먹이 맞다.” 한 온라인 유저(user)는 이러한 탕수육 논쟁을 조선의 붕당정치에 비유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부먹파의 거두 이황. 찍먹파의 거두 이이. 노론의 거두 송시열. 그는 탕수육을 소스에 오랫동안 담그는 행위 자체를 사문난적으로 보았다. 싸우지 말고 반은 부어 먹고 반은 찍어 먹자는 탕평론. 백성들은 말한다. ‘뭣이 그리 중헌디?’

권력의 흐름은 돌고 도는 게 이치. 어제의 승자는 내일의 패자가 되고 민심의 흐름은 누구 한편의 손을 온전히 들어주지 않기에 패자는 실망할 이유가 없고, 승자도 승리에 도취 돼서는 안 된다.

중앙과 지방무대에서 의원의 역할은 참 다르다. 민생정치를 책임지는 지방의원.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의원들의 대표이지 갑이 되는 자리일리가 있나? 대화와 타협. 약속하고 지키면 된다. ‘정해진 법과 원칙에 따라 의장이 되시면 됩니다. 그리고 상대편에서는 부의장을 하시지요. 다음에는 바꿔서 해보시지요. 왕을 뽑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만들 합시다. 시민들이 보고 있지 않습니까? 시민들이 우리가 이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한여름 한 어린아이가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이 자기가 해보겠다며 하나둘씩 달려든다. 처음에는 그래도 집중해서 풀려고 하지만 날은 뜨겁고 풀려는 매듭은 풀리지 않고 더 꼬이자 신경질이 잔뜩 난 아이들은 실을 땅바닥에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다른 놀이를 시작한다.

매듭을 푸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풀릴 때까지 처음부터 차분히 다시 시작하는 것. 원점 검토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가위로 꼬인 매듭을 잘라 버리고 다시 잇는 방법. 참 쉽다. 원형 유지는 어렵겠지만, 그나마 제 기능은 할 수 있겠다. 지금의 서산시의회의 모습. 닮아도 너무 닮았다.

여기저기 다시 이어진 줄이 보기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묶음의 기능은 해낼 수 있다. 새로운 실을 사려면 앞으로 4년이나 기다려야 하니, 있는 대로 임시방편으로 쓰면 된다. 헌 실이 새 실이 될 수는 없지만, 헌 실도 새 실만큼 튼튼하다는 것을 입증하면 되는 것이다.

내 탓 네 탓 하지 말고, 억울하다 하지 말자. 나는 홀로 잘했다. 나는 옳고 너는 잘못됐다는 식의 생각을 버리자. 양보했다고 생각하지도 말자.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제부터 시작 아닌가? 각 지역구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의지를 가져야 하는 일들이다. 소통과 대화를 해야 하는 사항들이다. 투정 부리지 말고 약속을 하나하나 지켜나가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방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당색이 아니라, 시민의 생활이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지. 실로 진심 몰라서 그러는 건지 참으로 답답하다.

거슬러 얘기하자. 소스를 고기에 부어서 먹든지, 고기를 소스에 찍어서 먹든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가? 취향대로 먹게 놔두자. 우리의 몸에 이득이 됐으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민생을 돌보고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4년 결코 길지 않다. 할 일이 참 많다. 당신네들! 머가 그리 중헌디? /장갑순 전 서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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