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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운동장에서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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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1.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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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촌의 모든 이목이 카타르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제22회 월드컵 대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4일 FIFA 랭킹 28위인 우리나라가 랭킹 14위인 우루과이를 맞아 0대0으로 비겼습니다. 객관적 전력 차이를 극복하고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면에 검정 마스크를 쓰고 투혼을 불사른 손흥민 선수도 그가 월드클래스임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흔히 인생을 운동경기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만큼 운동경기 중에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길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운동경기에서는 결코 땀을 배반하지 않습니다. 역도 선수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 선수는 역도를 통해 인내를 배웠다고 하며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면 가질만한 준비가 필요하고 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받을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4전 5기로 유명한 홍수환 권투선수가 197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널드 테일러를 이기고 밴텀급 타이틀을 차지했을 때 그의 연습 과정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산 계단이 몇 개인 줄 아나? 1,978개다. 그걸 매일 뛰었다. 정상을 쳐다보지 않고 계단만 보고 뛰었더니 눈앞에서 계단이 사라지는 순간이 왔다. 몸이 새처럼 가벼워지는 걸 느끼면서 단숨에 정상까지 올라갔다.”

 

인생사 역시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과 그저 대충대충 사는 사람의 삶의 결과는 당연히 다릅니다. 바로 주저앉고 싶다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때 포기한다면 안 한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뒤에는 반드시 땀과 눈물이 숨어있습니다. 인생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성공이란 여신이 동행하는 것입니다.

운동경기에서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IMF로 실의에 빠져있던 국민에게 LPGA 프로골프대회에서 우승하여 새로운 희망을 주었던 박세리 선수는 “실패가 두려워서는 성장할 수 없다. 일단 해보면 성공하건 실패하건 내 자산이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많이 쳐보고 많이 실수해 보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이든 단번에 이룬 성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복권에 당첨되어 거액을 한꺼번에 손에 쥔 사람들의 99%가 불행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차곡차곡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사람의 성공은 반석 위에 세운 집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운동경기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닌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1958년 마드리드에서 세계 마라톤 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1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불과 1km를 남겨놓고 다리에 쥐가 났습니다. 2위 주자가 멀리 떨어져 있다가 점점 다가왔습니다. 2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1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운동장 한 바퀴를 남겨놓았습니다. 운동장에 가득한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두 선수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2등으로 달려오던 선수가 1등으로 달리던 선수를 부축하며 같이 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승 지점에 왔을 때 1등으로 뛰던 선수를 반발 앞서 골인 지점을 통과하도록 해 주고 자기는 그 뒤로 2등으로 통과했습니다. 1등을 양보하고 2등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쥐가 나지 않았다면 당연히 앞서 달린 선수가 1등을 하게 된 걸 인정하여 그렇게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시상식에서 월계관은 1등에게 씌워 주었습니다. 그러자 1등 한 선수는 그 월계관을 벗어서 2등 한 선수에게 씌워 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남을 속이거나 남을 딛고 이뤄낸 성공에는 결코 박수를 보내주지 않습니다. 흔히 운동경기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카타르 월드컵 대회에서 어떤 감동적인 사연들이 전해질지 모릅니다. 연장전 마지막 시간에 골을 터뜨리는 것처럼 ‘인생은 후반전이야’라고, 인생이란 운동장에서 승리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시인·수필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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