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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1.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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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에서 탈출한‘토생원’,  육지서도 여러위기 모면

토끼처럼 지혜 발휘하며, 2023년 새해 잘 넘겼으면

 

◆전통문화 속 토끼 이미지

 

우리나라 민속 문화에서 토끼는 꾀 많고 귀여운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지만,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상상의 대상이기도 하다. 친숙한 동물이면서 신령스러운 존재이기도 했던 것이다.

토끼는 포식자의 사냥감 대상이기에 항상 주위를 경계하며 민감한 모습을 보여, 겁이 많고 나약한 사람에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용궁으로 잡혀가나 기지를 발휘해 다시 도망 나오는 내용인 ‘토끼전’등의 옛날이야기에서 토끼는 영리하고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동요 가사처럼 우리나라 사람은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었다. 달나라의 계수나무 아래서 절구질을 하는 토끼는 우리의 대표적 토끼 이미지이다. 달나라에 사는 토끼는 옥토끼(玉兎)다. 동아시아의 전설에서 달에 산다는 옥토끼 전설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중국 신화에서는 절구로 불로장생의 약초를 빻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떡방아를 찧고 있다. 또한 중국과 한국에서는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서 절구를 찧는다고 전해지지만, 일본 설화에는 나무가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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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이라는 동요에 나오는 계수나무

 

옥토(玉兎)는 은토(銀兎)라고도 불리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월토(月兎)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옛날부터 이를 옥토끼라고 불러왔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의 모습은 이미 5세기 후반 고구려 고분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이 벽화의 토끼는 불사약(不死藥)을 찧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토끼는 꾀가 많은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토끼가 기발한 꾀를 내 위기를 모면하는 구토설화(龜兎說話)에서 비롯됐다. 용궁에 끌려갔다가 자신의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 토끼의 이야기다.

삼국사기에도 구토설화가 등장한다. 백제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한 신라의 김춘추는 고구려 연개소문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지만, 연개소문은 김춘추에게 고구려의 옛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그를 볼모로 잡아둔다. 김춘추는 고구려를 탈출하기 위해 고구려 신하에게 뇌물을 주며 도와달라고 청한다. 이때 그가 김춘추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바로 구토설화다. 이후 김춘추는 자신을 풀어주면 왕을 설득해 땅을 돌려주겠다고 연개소문을 속여 무사히 신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러한 구토설화는 고전소설 ‘토끼전’, ‘별주부전’, 판소리 ‘수궁가’등으로 전해지고 있다.

토끼는 만약을 대비해 3개의 구멍을 만든다는 뜻의 ‘교토삼굴(狡兎三窟)’도 신중하고 영리한 토끼의 지혜를 상징하는 이야기다. 

 

◆판소리 ‘수궁가’속 토끼 이야기

 

바다 궁전에 사는 용왕이 병에 걸려 온갖 약을 다 써보지만 낫지 않는다. 용한 의원이 땅 위에 사는 토끼의 간이 좋다는 처방을 내놓자 용왕은 별주부(자라)에게 세상으로 나가 토끼를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바깥세상으로 나간 자라는 고생 끝에 토끼를 발견하고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가는 데 성공한다.

토끼가 왕궁에 도착해 얘기를 들어보니 자기 배를 갈라 간을 내어 용왕의 약으로 쓴다고 했다. 토끼는 궁리 끝에 꾀를 부려 자기 간이 약효가 탁월하다는 소문 때문에 간을 떼어놓고 다닌다고 말했다. 용왕이 그 말을 믿지 않자 자신의 밑을 보여 주면서 “하나는 오줌 싸는 구멍, 하나는 똥 싸는 구멍, 하나는 간을 뺐다 들였다 하는 구멍”이라고 대답했다. 토끼 말을 믿게 된 용왕은 자라에게 다시 토끼를 세상으로 데려가 토끼 간을 가져오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자라는 토끼를 등에 업고 다시 육지로 나가 숨겨 두었다는 토끼 간을 가져오라고 했다. 제 세상을 만난 토끼는 자라를 응징하고, 자라는 뭍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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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가 중 자라 등에 업혀 육지로 향하는 토끼.

 

죽을 목숨이 살아나게 된 토끼는 좋아서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까불다가 사람이 쳐놓은 덫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토끼는 이 위기에서도 또 탈출한다. 망연자실한 토끼 옆으로 쉬파리 떼가 날아들자 꾀를 부려 쉬파리 떼에게 자기 몸에 오줌을 잔뜩 발라 달라고 하고, 쉬파리들은 토끼 몸에 오줌을 잔뜩 뿌려주었다. 아이들이 덫에 걸린 이 토끼를 보고 잡아먹으려고 하다가 냄새가 심하게 나자 썩은 줄 알고 버리고 가버렸다. 토끼는 또 좋아라고 달아나다가 이번에는 독수리에게 잡힌다. 그러나 또 꾀를 내어 독수리 욕심을 유발해 도망을 치게 된다.

이처럼 토끼가 한국문화 속에서 어떤 존재로 상징화되든지 간에 그 바탕에는 꾀가 많고 지혜로운 동물이라는 변치 않는 사실이 존재한다. 체구가 크고 힘은 강하나 우둔한 동물들에 저항하는 작고 민첩하며 의로운 토끼들이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는 2023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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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외모와 날쌘 동작…꾀 많은 동물로 여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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