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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어느 인사에게 온 전화

가기천의 일각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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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1.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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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 고향의 한 인사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다. 신년 덕담으로 시작된 대화가 진행되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잊었다. 너무 진지하여 귀 기울여 듣게 되었다. 먼저 대산~당진 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 서산공항 기본 설계비, 가로림만 해양 정원 조성사업비 등 많은 국비를 확보하여 본격 추진단계에 있음이 화제에 올랐다. 서산으로서는 일찍이 없었던 성과임은 이미 알고 있는 터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인사는 서산의 미래에 많은 변화와 발전을 기대한다면서 염려도 빼놓지 않았다. 예를 들면 숙원사업인 대산까지 고속도로가 연장될 경우 물류이동이 원활해지고 만성 체증을 일으키는 교통량 분산 등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나, 오롯이 서산 발전과 시민을 위하여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고 했다. 자칫 인력이나 자원의 유입이 아니라 유출은 없을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지역에 정주하고 현지에서 소비하는 것보다는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많아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수도권으로의 빠짐 현상까지도 예측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90년 대, 서산출신 한 도의원이 성연에서 당진 정미를 거쳐 당진읍으로 연결되는 도로 사업을 추진하며 들려준 일화가 떠올랐다. 건설위원인 그 의원은 공사구간을 서산 방면에서부터 시작하여 우선 일정 구간을 완성하고 주변 주민들을 서산생활권으로 정착시킨 다음 당진방면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도로는 지역발전과 변화를 이끄는 데 동맥과 같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예를 들어본다. 대전~공주 간 국도는 80년대 말까지 편도 1차로에다 높은 고개가 많고 구불구불하여 매우 불편하고 위험했다. 게다가 모래 운반 트럭 통행까지 빈번하여 교통체증이 일쑤였다. 이후 일부 노선은 변경하며 4차선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교통은 편리해졌으나 웬만한 물건은 대전에서 구입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더욱이 지금은 고속도로로 둘러져 있다. 그러하니 시내를 통과하며 기름 넣는 일도 식당에 들를 일도 없이 지나치기 일쑤다. 공주 시내에 들어가 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태안 안면도 영목 항에서 대천까지 다리를 놓고 해저 터널이 뚫렸다. 편리해진 교통과 호기심까지 더하여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태안에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 눈여겨 볼 일이다. 머무는 곳에서 지나치는 곳이 된다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펜션과 식당 등이 맞게 될 앞날이 어찌될지 궁금하다. 하니 태안은 대천보다 나은 관광‧레저산업 콘텐츠 개발, 접객 시설개선과 서비스 향상, 원산도보다 월등한 안면도 관광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넓게 보면 서산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인사는 천수만철새도래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는 살기 좋은 고장, 철새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지는 것 이상 실질적으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십만 마리 철새가 배설하는 분변으로 인한 간월호, 부남호의 수질 오염이나 조류 인플루엔자 방역 같은 부담을 상쇄할 만한 이점은 무엇인지, 버드랜드 운영에 따른 행‧재정력 수요와 홍성 조류탐사과학관과의 관계 등도 냉철하게 비교, 분석해보고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가로림만 해양공원조성과 대산~이원 간 교량 연결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사업이 시행될 경우 서산에 미치는 영향과 얻어야할 것은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역을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되 그에 따르는 효과와 함께 혹시 모르는 부정적인 면을 세심하게 찾아내어 대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이야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진지한 의견에 지역 일에 많은 관심과 식견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외형만 보지 말고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서산의 어제와 오늘을 바탕으로 내일을 그려가는 그 인사의 심정이 그려졌다.

 

듣다보니 평소 생각이 떠올랐다. 가능한 것들은 브랜드를 ‘서산’으로 통합하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대산~당진 고속도로 건설사업’이라는 사업구간 명칭을 그대로 계속 사용하여야 하는지 여부다. 이 구간은 이미 국토교통부에서는 서산시와 경상북도 영덕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명칭이 ‘서산영덕고속도로’로 정한 것을 감안하여 ‘서산(대산)~당진구간’으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서산은 대산까지 고속도로 연장, 서산공항 민항기 취항, 가로림만 해양 정원 조성, 대산~이원간 교량건설 등 국가차원의 굵직한 사업추진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사업들을 순조롭게 추진하는 한편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깊이 있는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그 인사의 의견에 공감하는 시간이었다./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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