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신
독자 시
밤새 단잠을 설친 진돌이
보금자리 처마밑에 서생원이 밀어 낸
흙 무데기에 코를 박고 낑낑
갸웃 갸웃 머리 조아리며
서생원 나와라 나와 목청 돗군다
단추구멍 같은 두 눈 회번덕거리며
호시탐탐
진돌이 밥상을 더듬어 도시락 싸들고
잽싸게 하수구 시궁창으로
도망치던 서생원
어제 밤
진돌이 안방밑에 아방궁을 짓고
신혼방을 꾸민 모양이다
캄캄한 시궁창으로 출퇴근할 망정
손자병법 정도는 익혔나 보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 이고
등잔밑이 어둡다는 것을 알아챘으니
도둑놈 잘 쫓기로 소문난 진 돌이 체면
개망신 당했으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겠다
감나무 끝에 앉아있던 참새가
한마디 거든다
서생원 나으리 먹고사는데
너무 목숨거는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