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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지경까지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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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3.0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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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꼴찌랍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도 합계출산율이 통계를 집계한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2020년 세계 252개국 중에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이 0.8명대에 진입하였는데 2년 만에 0.7명으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범죄율이나 실업률 같은 것이 꼴찌라면 얼마나 좋을까만, 다른 것도 아니고 출산율이 꼴찌라니, 그것도 세계 신기록이라니요.

 

갑자기 예비군 훈련하러 갔다가 정관 수술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예비군 훈련장에 나왔던 보건소 직원(?)의 말솜씨는 우리를 감동케 했습니다. 구구절절 실감 났고 옳았습니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없는 사람들이 자식만 잔뜩 낳아서 뭘 어쩔 거냐고 물었습니다. 땅덩이는 작은 나라에서 인구만 많으니 어떻게 잘 살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중대장이 그랬습니다. 이번 훈련은 아주 고된데 정관 수술하는 사람은 훈련을 빼주겠다고. 우린 우르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때 산아제한 구호는 ‘셋만 낳아 잘 기르자’ 였다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바람에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속도가 빨라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산아제한 정책이 불과 몇 십 년 전인데 여기까지 왔나 싶어 놀랍기만 합니다.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물론 억지로 갖다 붙이긴 했지만, 여기다 인구 정책을 대입해보니 실감 납니다. 지는 건 잠깐이지만, 피기는 어렵습니다. 한 번 떨어진 인구 증가는 결단코 쉽지 않습니다. 이는 선진국이 이미 증명한 결과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30년 후엔 우리나라 현재 인구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 합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인구는 나라를 구성하는 국력입니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문제들은 우리 같은 범부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노동력의 저하, 부양 능력 감소, 경제 성장 퇴보, 등등.

 

프랑스로 시집간 딸이 첫아이를 낳아 데리고 왔을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제법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나라가 부럽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딸 아이 말로는 임신 초기부터 산부인과 병원은 무료 진료를 받고 7개월부터는 800유로씩을 받고, 출산하면 세 살까지 매달 160유로를 받으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완전 무료이고 일반 대학도 최저 수준의 학비만 부담한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무상 교육 수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큰 외손녀는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의과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환경이라도 딸은 아이를 둘밖에 낳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인구 증가는 어렵습니다.

얼마 전 저출산 고령화 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이 정부 기조와 다른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가 집중포화를 받고 자리를 물러났습니다. 그동안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지 않은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다면, 근본 대책과 효율적 방안을 검토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발화되지 못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꺼져버린 것이 안타깝습니다.

 

창조주는 최초 인간 아담과 하와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가정에 있습니다. 작가 오진영은 자식을 키우는 일은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보살피는 건 살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보다 중요한 존재가 생기는 일이라 했습니다. 어린 생명을 돌보는 시간이 만든 그 기적을 체험하자 세상은 더는 예전의 세상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온 세상에 혈육만큼 가까운 존재가 어디에 있을까요? 살다 보면 인생에는 반드시 노년이 찾아옵니다. 모두 내 곁을 떠났을 때 홀로 남게 되는 외로움을 상상해 보았는가요? 고독은 노년의 적이라 했습니다. 지금 나에게 아이들이 없었다면 그 얼마나 쓸쓸한 세월을 보내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예비군 훈련장까지 찾아온 그 열정의 반만이라도 출산 장려가 이루어진다면 이 아찔한 인구절벽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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