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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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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2.0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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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배, 본지칼럼리스트

엊그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Y 장로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였습니다.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야 우리들의 일상 소식이지만, Y 장로님의 소천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엊그제까지 멀쩡하던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잘 아는 교회의 시무 장로님이었기에 담임목사님을 통해 늘 소식을 듣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일 오후, 올해 마지막 당회를 했다며 Y 장로님이 칠십 은퇴를 앞두고 “그간 담임 목사님을 잘 보필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라는 인사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런 Y 장로님이었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소천 소식은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시골집에서 김장을 마치고 월요일 아침 일찍, 시내에 있는 집으로 김장을 옮기던 중에 장로님이 보이지 않아서 부인 권사님이 찾아다니다가 승용차 안에서 실신한 장로님을 발견하여 구급차를 불러 이송했으나 끝내 소천하였다고 했습니다.

 

장로님은 시내에 빌딩도 가지고 있고 농지도 많은 대농이어서 바쁘게 사시던 분이었습니다. 고인은 필자도 몇 번 본적이 있는 초등학교 후배이기도 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 게 산 게 아니라’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생(生)과 사(死)는 종이 한 장 차이란 말도 있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허망하게 갈 수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득 김지수 기자가 쓴 고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이란 책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는 라틴어로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걸 기억하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이 시가행진할 때 행렬 뒤에서 노예를 시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마라. 오늘은 승리했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라’라는 걸 상기하기 위해 외치는 경고의 소리입니다.

 

전도서에 보면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메멘토 모리’와 같은 의미입니다.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날을 기억하며 늘 겸손한 마음으로, 믿음으로 살라는 교훈입니다. 지나온 인생길을 돌아보게 하는 곳이 초상집입니다. 내가 맞이할 죽음을 생각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걸 생각하라는데 우리는 죽음은 마치 남의 일처럼 살아갑니다.

 

미국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이 쓴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부제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질문’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째야 하는 가를 가르쳐 준 책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법정에서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아테네 시민들이여! 오로지 돈을 모으고 명성과 위신을 높이는 데 매달려 진리와 영혼의 향상에는 조금도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이 살고 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바로 이 말은 그 옛날 아테네 시민이 아니라, 오늘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하는 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기 전 제자 플라톤에게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바로 사는 것이란, 진실하게 사는 것, 행동도 바로 하고, 생활도 바로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치 있는 삶입니다.

 

우리 인간은 반드시 죽습니다. 그 시기와 시간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마치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삽니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온갖 뉴스거리를 보면 유한한 인생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TV 뉴스를 보다가 얼른 꺼버렸습니다.

 

초상집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엔 돌아가신 분의 인생 성적표가 남아 있었습니다.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죽음을 기억하고 사는가? 바로 살고 있는가? 정말 가치 있는 삶,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새삼 부끄러움을 느끼며 전도서의 말씀을 상기합니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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