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유산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정체성과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것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부심이며, 미래 세대에게 우리의 역사와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친 과정을 통해 수많은 문화유산이 국외로 반출되었고, 그 중 많은 유물이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다. 그 중 일부는 강제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빼앗긴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되찾는 일은 단순한 소유권 회복을 넘어, 역사적 정의를 회복하는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특히, 서산 부석사의 금동관음보살좌상 사건은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불상은 고려 말에 제작되어 부석사에 봉안되었으나, 13세기 조선 초기 왜구의 약탈로 일본으로 반출되었고, 이후 일본 쓰시마에서 도난당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법원은 이 불상이 약탈된 문화재이므로, 본래 소유자인 부석사로 반환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일본 측은 이를 반박하며 대법원은 일본에 소유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한불교조계종은 대법원의 판결을 "반역사적"이라 비판하며, 약탈문화재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소유권 문제를 넘어, 약탈문화재의 역사적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은 취득시효를 이유로 일본 측에 소유권을 인정한 것인데, 이는 향후 약탈문화재 문제에 있어 약탈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즉, 약탈문화재의 반환은 그 자체로 단순히 소유권 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회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정의를 회복하고, 민족적 자존심을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중요한 사례는 조선 초기의 명화인 ‘몽유도원도’와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다. 몽유도원도는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 안견이 그린 작품으로, 자연과 이상 세계를 환상적으로 묘사한 걸작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재 일본 궁내청에 소장되어 있으며, 일반 대중과 학계에서도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일본으로 반출된 경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 작품이 약탈적 맥락에서 빼앗긴 문화유산으로 보고 있다. 몽유도원도를 되찾는 일은 단순히 예술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조선 시대의 문화와 정체성을 온전히 복원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직지심체요절은 1377년 청주에서 간행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구텐베르크 활자본보다 78년 앞선 혁신적인 인쇄물이다. 현재 이 책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19세기 프랑스 외교관 콜랭 드 플랑시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와 국제 협력을 통해 직지심체요절의 반환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도전과 과제를 안고 있다. 직지심체요절의 반환은 단순히 문화유산을 되찾는 것을 넘어, 한국의 금속활자와 인쇄 문화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문화유산의 귀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과거 약탈된 유물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문화유산 반환의 중요성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베냉에서 약탈한 유물 26점을 반환했으며, 독일은 나미비아에 약탈 유물을 돌려주었다. 그리스는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엘긴 마블의 반환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문화유산의 반환은 단순히 국가 간의 논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사회의 협력과 공감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도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국외로 반출된 문화유산의 반환 운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반환 협상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 사회에 우리의 당위성을 설득할 구체적인 자료와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국외에 있는 문화유산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이는 문화유산의 반환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문화유산의 반환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역사적 주권을 회복하고,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을 되찾는 일이다. 과거 약탈된 문화유산을 되찾는 일은 우리가 그동안 겪었던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또한,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정부, 학계, 시민 사회가 하나 되어 힘을 모아야만, 흩어진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문화유산의 반환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을 고국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이 하나 되어 함께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사적 정의를 회복하는 일은 과거를 바로잡고,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국외로 반출된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하루빨리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