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그 의미에 관하여
가기천의 일각일각

‘인사’라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언뜻 두 가지가 서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연관성을 찾으면 그 의미는 예사롭지 않다. 하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의례화된 언어와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에서 구성원의 임용, 승진, 전보 등에 관한 제도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하는 인사는 안부를 묻거나 공경, 친애, 우정을 표현하는 예의이며 말이나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예절을 중시했는데 인사는 기본적인 예절가운데 하나이다. 인사는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며 자칫 소원하거나 단절되는 것을 막아 준다. 위계와 서열을 나타내는 역할도 한다.
인사하는 방법은 상대와 때, 장소,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아침, 점심, 저녁이 다르고 만나거나 헤어질 때도 방식을 달리한다. 예전에는 문안과 경조사 등에서 매우 엄격한 격식을 요구했으나 서구 문물의 영향으로 점점 간략해지고 있다. 악수나 포옹과 같은 인사법도 익숙하게 되었다. 인사가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방법도 다양한데 말로, 행동으로, 서신으로, 선물로 하는 인사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말로 하는 인사는 가장 일반적인 행위로서 쉽고 간단하면서도 효과는 크다. 흔히 ‘입인사’라고도 하는데 교분 관계나 상황에 따라 표현 방식을 달리한다. 전화로 하는 인사도 포함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 ‘평소에는 전화 한 번도 안 하더니…’라는 말은 그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절은 행동으로 하는 인사로써 예절의 구체적인 표현 방식이다. 연소자나 아랫사람이 연장자, 상위자에게 경건한 마음과 태도로 인사하고자 할 때는 절을 하게 된다. 절은 서서 고개를 숙이는 인사와 반절, 큰절이 있다. 손바닥을 펴서 이마나 모자에 대는 경례가 있고 악수도 인사의 범위에 넣을 수 있다.
서신으로 하는 인사도 있다. 과거에는 서신을 쓸 때 방식이나 호칭에 일정한 형식과 규격에 따라 격식을 갖추어야 했는데 꽤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격식과 내용이 많이 변화하고 간소화되어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최근 이런 손 편지는 크게 줄었다. 요즘은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통한 문자 송수신이 활발하다.
말, 행동, 서신으로 하는 인사는 비물질적임에 비하여 선물로 하는 인사는 물질로 한다는 면에서 궤를 달리한다. 흔히 ‘인사치레’라고도 한다. 현금, 상품권, 기프트 카드가 있고 카카오톡으로 보내기도 한다. 선물이 인정이나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 과분하거나 의도가 있는 선물은 물의가 일기도 한다. 그에 따라 어떤 대가가 수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뇌물과 구별이 애매하고 공직선거법, 청탁금지법 등으로 규제하는 것을 보면 선물의 부작용을 예방하려는 목적도 있다. 하니 순수한 정이 담긴 선물만을 인사의 범위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조직 안에서 사람의 신상에 변동을 주는 인사도 관심 사항이다. 인사는 개인이 조직의 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도를 분석, 평가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당사자는 물론이고 조직 내외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의 현재와 장래를 좌우하고 주위에 영향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본인과 소속기관은 물론이고 시민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주위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게 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예절과 소통의 한 분야인 인사와, 개인의 신상에 변화를 주는 인사는 다른 듯하면서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필자가 겪은 두 가지를 들어본다.
군청에 있을 때 승진하여 읍으로 갔는데 몇 년 후 다시 군청으로 가게 되었다. 강임 조건이었다. 매우 불합리하다 할 수 있는데 그 조차도 ‘인사’를 해야 수월할 것이라는 귀 뜸을 받았다. 도에 근무할 때였다. 시의 어느 부부 공무원을 한꺼번에 도와 인접 시로 옮기는데 역할을 했다. 애향심도 한몫 했다.
세월이 흐른 후 주말농장에서 그들을 한 번 스쳐본 것이 전부였을 뿐 대면한 적이 없었다. 다시 몇 년이 지난 뒤 도에 문의할 일이 있었다. 마침, 업무를 담당하는 그에게 몇 번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망덕(忘德)’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서운함이 떠나지 않았다. 올해 도 정기 인사에서 주요 부서로 영전한 그의 이름이 보였다.
인사는 글자대로 사람에 관한 일이다. 인사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를 소홀히 한다면 관계가 소원해진다. 인사를 잘함으로써 상호 유대와 존중이 이루어진다. 신년 첫날부터 설날까지 이어지는 시기에 덕담을 주고받는다. 의례적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다.
새해 인사와 공무원 인사 시기가 겹치면서 인사의 두 가지 의미를 떠올린다. 을사년 정월, 새봄을 기약하는 입춘 즈음에 필자의 졸고에 많은 관심을 주시는 독자님들께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하는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