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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2.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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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사회가 점점 자기책임만 회피 하려 한다. 김하늘양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드린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 말을 믿어야 하는 게 숙명이다. 진단서 발행 당시 병의원에 규칙적으로 다니고 약물복용도 잘하여 증상 호전되면 업무 복귀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린다.

 

그 후 병의원도 오지 않고 약물 복용도 하지 않아 증상이 나빠졌다면 이걸 진단서 발행한 의사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사의 증상이 나빠졌을 때 즉각적으로 개입 할 수 있는 교육행정 시스템 부제가 원인이다.

 

진단서는 의학적 소견으로 환자의 특정 행동을 예측하거나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의학적 소견만으로는 특정 업무를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가릴 수도 없다. 환자의 휴직 및 복직 등의 처우에 대해서는 반드시 현장 판단을 우선시해서 결정권자가 진단서에 책임을 미룰게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요즘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하는 경우 운전이 가능하다는 진단서를 받아 오라고 하고 있다.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실제 운전을 해보게 하거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서 운전해서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아야 면허를 발급하다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비용은 운전면허 시험장에 받고 책임은 의사에게 미루는게  요즘 사회다.

 

최근에는 국제결혼을 하려면 정신과 전문의의 정신병이 없다는 진단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신병 유무 보다는 결혼해서 배우자를 잘 배려하며 갈등을 잘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인격이 더 중요 하다고 본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결혼 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정신병이 없어도 이기적이어서 결혼 생활이 부적합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임 회피 하려고 진단서를 받아 오라고 한다. 결혼 가능여부는 국가나 공무원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당사자가 잘 보고 자기 책임하에 결정 할 문제이다.

 

의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소견서를 써 달라’라든지 또 어떤 사람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소견서를 써 달라’고 한다. 채용 담당자가 판단할 문제인데 왜 의사에게 소견서를 적어 오라고 하는 모르겠다.

 

학교는 결석한 학생들에게, 예비군 훈련에는 안 나오는 예비군에게,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아는 병원에 가서 소견서 받아 오라고 책임을 떠넘긴다. 진단서를 발급해 주지 않으면 의사는 환자에게 야박하고 나쁜 놈이 되는 거고 해 주면 채용 담당자는 자기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으니까 좋은 거다.

 

이러할 경우 필자는 의학적 소견만 적어 준다. 나머지는 회사 책임자가 판단하라고 한다. 심지어는 치과의사도 발치해도 되냐고 의사에게 소견서 받아 오라고 한다. 그러면 필자는 투약 내용만 적어 주고 발치 가능 여부는 치과 의사가 판단하라고 한다. 그것도 못하면 치과 의사 자격이 없다./박경신(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전문의/순천향대 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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