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의정단상

강물이 둑을 삼키는 순간은 마치 갑작스러운 재난처럼 보이지만,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 균열의 축적이 불러온 결과다. 작은 금은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으며, 때로는 그 존재조차 무시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균열은 점점 커지고, 결국 둑을 붕괴시키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이 원리는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한민국은 현재 경제, 정치, 사회, 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균열을 겪고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심각한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소득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중산층은 축소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노동력 부족과 연금 제도의 불안을 가속화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농산물 가격의 급등과 농업 인구의 감소는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시장 경제의 변동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 농업 정책과 구조적 결함의 결과다.
정치적 신뢰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책 대안 제시는커녕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삶은 더욱 고통스러워지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립과 극단화만이 남아 있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사회 전반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법과 제도의 안정성마저 흔들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사회적 결속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는 대한민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단편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의 부족, 주거 문제, 교육비 부담 등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문화의 문제로 직결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 성장의 동력을 잃고, 사회적 비용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환경 문제 역시 대한민국의 둑에 깊은 균열을 내고 있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잦아지는 폭우와 가뭄, 그리고 해수면 상승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집중호우는 도시 기반 시설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방치된 하천 정비와 부실한 배수 시스템은 작은 문제처럼 보였으나, 기후 변화라는 변수와 만나 거대한 재난을 불러왔다. 이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한 단면일 뿐이며, 적극적인 대응 없이는 더 큰 재난을 피할 수 없다.
세계 역사에는 둑이 무너진 사례가 많다. 로마 제국은 군사적, 경제적으로 강대국이었지만 내부의 부패와 불평등이 제국의 붕괴를 초래했다. 소련은 중앙집권적 정책과 과도한 군사 경쟁이 내부 균열을 악화시키며 몰락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1980년대 부동산과 주식 시장 거품이 꺼지며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이들 사례는 처음에는 강력하고 견고해 보였지만, 오래된 균열을 방치한 결과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먼저, 정치권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명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권력형 비리와 부패를 강력히 처벌하고, 정책 논의에서 대화와 타협을 복원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을 복원하고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며, 농업과 같은 전통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과 환경 보호 정책도 시급하다.
사회적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주거, 교육, 노동 환경의 개선과 함께 가족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 가능한 도시 설계와 인프라 개선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작은 균열은 점점 커지고, 결국 사회 전체를 붕괴로 이끌 것이다.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다. 둑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균열을 방치하면 결국 무너지고 만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 서 있다. 경제, 정치, 사회, 환경 모든 영역에서 작은 균열을 발견하고 이를 보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석학들과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이는 곧 변화를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작은 금이 거대한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든 국민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