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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7.08.1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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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의 추계(推計)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모든 가정에서 지출한 경조비는 총 7조 3,000억원 가량이 된다. 또한 2인 이상 가구에서 지난해 지출한 경조비는 연간 50만8,000원 정도로 추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조비가 모든 가정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조비 부담이 가중하자 내부 기업체 경조사의 경우 직급별로 경조비 상한선을 정해 운영하는 기업체도 있다고 하니 확실히 잘못된 관습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관습은 결국 고통으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경조사비 돈이 결국 국내에서 돌고 도는 돈이라고 할지라도 생산 활동에 직접 투입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과정상의 낭비 요인과 사회 구성원들의 심적 부담 등까지 고려하면 현재와 같은 경조문화 개선은 불가피하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야 하는 농경시대에서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품앗이’라는 것이 있었고,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 바로 부조제도였다.

이 부조제도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형태로 넉넉지 못한 가정에 상부상조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 또한 미풍양속(美風良俗)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조제도는 오늘날 IT 정보산업시대에서는 부적합한 측면이 많지만 어찌된 셈인지 관습이란 명분으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부조금 액수도 인플레현상으로 웬만한 경조사에 5만원을 내놓기가 낯부끄러울 때가 없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달에 20~30만원이 부조금으로 지출되는 가정도 허다하다. 비용 문제뿐이 아니다. 이러한 부조제도에 편승하여 허례허식이 만연해지고, 이로 인해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나,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성년이 되어서도 부모에 의지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 등도 잘못된 경조사의 관습이 낳은 폐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굳이 미국 등 선진국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성년이 되면 자립하는 훈련을 쌓아가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관습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은 21세기에 들어 와서도 여전히 결혼은 물론이거니와 결혼 후에까지 부모로부터 ‘에프터 서비스’를 받을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그 점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위층이나 부잣집 상가에서 받자마자 떼어내는 화환, 줄을 길게 늘어서서 돈봉투를 접수시키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것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을 도와주는 상부상조제도라고 알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이는 단순하게 모양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이고 아주 후진적인 광경들이다.

모두의 부담도 부담이려니와 날로 바빠지고 합리화 하는 지구촌의 현실에 비추어 으레 관습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정당하게 보아 넘기는 우리의 의식구조는 너무 후진적이고 게으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제까지 경험으로 봐도 이 일 역시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경조문화 개선에 앞장 서 주면 좋겠지만 그쪽에서도 크게 신경쓰는 시민단체는 별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경조문화의 개선을 위해서는 벼슬 높은 사람들이나 잘 사는 부자들이 수범을 보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으로 보아 이 또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의 ‘블레스 오블리주’실천은 결혼식과 장례식 간소화에서부터 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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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조문화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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