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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 시원한 물을 끌어올리기위해 필요한 마중물! 그러나 새물이 올라오면 사용했던 미지근한 마중물은 버려지기 십상이다. 꼭 필요로 했다가 희생되어 버리는 존재가 마중물이다. 그러나 지금은 펌프 샘이 없어지면서 마중물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희미한 추억 속에만 남아있다. 비록 보잘것없는 한 바가지의 물에 불과 하지만 우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만을 남겨놓은 채 숨 가쁘게 밀려오는 세월 공간속으로 숨어 버렸다. 잠시나마 우리와 함께 했던 고맙고도 소중한 마중물이 어버이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식에게는 아무리 아끼는 것이라도 다 주어야 되고 뼈를 깎아서라도 주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이다. 진정한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길러주신 어버이의 마음, 자식을 위하는 부모마음이 모두 한결같다. 변변히 가르치지 못해서 미안해 하는 부모마음, 매일 전화를 기다리면서 어쩌다 전화한번 걸려오면 전화비 많이 나온다며 빨리 끊으라고 성화를 하는 것도 부모의 마음이다. 두 눈을 감고서야 자식걱정을 멈추시는 어버이의 숭고한 희생정신. 마중물처럼 소중한 어버이의 마음을. 그리고 따뜻한 사랑과 깊은 정성이 듬뿍 담긴 어버이의 숭고한 마음을 다 써버린 미지근한 마중물처럼 버림을 받는 것은 아닐는지?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면서 저만치 잊혀 가던 숭고한 어버이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본다. 어버이의 사랑이 담긴 마중물 같은 마음을 가슴에 담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작은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마중물 같은 사람으로 남아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지곡=정봉수 시니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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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절실하다
-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가 흔들리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적신호는 이제 모두가 체감하는 위기가 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대산석유화학단지는 우리 서산의 자부심이자 대한민국 석유화학산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랑스러운 산업단지가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산업구조 전반의 심각한 균열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문제다. 대산석유화학단지는 그동안 연간 수조 원의 세금을 납부하며 국가와 지역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2024년 내국세는 전년 대비 35% 이상 줄어든 3조 2,750억 원, 지방세는 2023년 665억 원에서 2024년 291억 원으로 무려 56%가 급감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금의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침체에서 비롯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것이다. 최근 참여한 대산석유화학단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촉구 SNS 인증 챌린지에서도 밝혔듯이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위기는 곧 서산시의 위기’이고 나아가 대한민국 제조업 전체의 위기다. 대산석유화학단지는 국내 석유화학 생산능력 2위를 자랑하며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원인은 분명하다.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생산설비 증설로 글로벌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은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15% 이상 늘렸고 중동 국가들 역시 대규모 신규 플랜트를 가동하며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의 불안정성,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한 환경규제 강화, 산업구조의 경직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 근로자들의 불안한 표정, 협력업체들의 한숨, 지역 상권의 침체 등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다. 엊그제 만난 대산공단 근로자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시장님, 이러다가는 다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그의 한 마디가 가슴을 무겁게 울렸다. 이것이 지금 우리 서산시가 처한 현실이다. 5월 1일, 정부는 여수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다. 여수시는 이를 통해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지방투자촉진보조금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지역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도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 대원칙에 입각하여 여수시와 동일한 위기를 겪고 있는 서산시도 즉각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돼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 기간산업의 미래와 18만 서산시민의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요구다. 서산시는 대산석유화학단지의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국회 및 중앙부처, 충남도 등 관계기관과 함께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상공회의소 유상만 회장을 비롯한 지역 경제인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결단과 강한 의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는 여전히 대한민국 제조업의 중심이자 미래 산업 전환의 플랫폼으로 도약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위기의 순간,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서산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은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대한민국 석유화학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다. 수십 년간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 온 대산석유화학단지와 많은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묵묵히 감내해 온 서산시민들의 절박한 마음에 이제 정부가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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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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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보초’다?
- 6.3 대선과 맞물려 국민의 시선은 여기에 쏠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한 통신사 해킹 사고와 관련하여 가입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개인정보 유출 염려와 몰래 자기 이름으로 대출받는 금융사기 걱정이 크기 때문이었다. 소설가 한은형은 해킹 사고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유심칩을 갈게 된 경위를 시간대별로 글을 썼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아침부터 대리점 앞에 줄 선 사람들을 보며 11시 30분 그 줄에 합류했다. 오후 1시 반에 번호표를 받고 그늘도 없는 곳에서 기다렸다. 3시간 20분 만에 드디어 유심칩을 교체했다. 버텨서 해냈다. 하지만 뭘 해냈나? 내가 유심칩을 교체해서 얻은 이익은 없다. 겨우 현상을 유지했을 뿐이다. 미미한 안심을 얻었을 뿐이다.」 여기에서 ‘현상 유지’ ‘미미한 안심’이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긴 시간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며 고작 해 낸 일이 무엇을 얻거나 이룬 것이 아니라 현상을 유지한 것에 대한 소감을 실감 나게 썼다. 하지 않아도 될 일에 공연히 에너지를 썼을 때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뜬금없이 ‘공무원은 보초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공무원이 보초라니? 옛날 낮과 밤, 평일과 공휴일을 구별하지 않음을 당연하게 여기고 사무실을 지켜야 했던 시절에 길든 인식을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탓도 크다.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서도 그냥 ‘5분 대기조’ 상태로 말이다. 요즘 기준으로는 너무 뒤떨어진 행태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당연하듯 그랬다. 의문을 품지 않았다. 보초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았거나 어떤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근무 중 아무런 일이 없었다고 하여 보초가 놀거나 일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자리를 뜨거나 다른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뚫리면 큰 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민원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민원실을 비울 수는 없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상황이 없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직원이 밤을 지새우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면 그냥 논 것인가? 당직원은 없어도 되는가? 평온하더라도 상황을 파악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이 24시간 대기하는데 화재나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여 근무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언제라도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믿음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보초론’을 유지한다. 한편, 국민은 공무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손과 발을 움직이며 무언가 하는 모습과 결과를 바란다. 성의 있는 자세를 원한다. 가령 민원인은 기다리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모여서 잡담이나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릴없이 앉아 있거나 지루한 모습을 보인다면 불만을 느끼게 된다. 심리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은 물리적인 시간보다 길게 느껴진다. 때로는 별것 아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시대는 공무원의 의식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공무원법과는 별도로 공무원으로서 지향하는 선언이고 추구하는 규범으로 ‘공무원 헌장’이 있다. 1980년 처음 제정된 ‘공무원 윤리헌장’은 공무원들은 암송해야 했다. ‘이 생명은 오직 나라를 위하여 있고, 이 몸은 영원히 겨레 위해 봉사한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헌장은 ‘충성과 성실은 삶의 보람이요 공명과 정대는 우리의 길이다’라고 이어졌다. 마치 비장한 지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2016년에 ‘윤리’가 빠지고 ‘공무원 헌장’으로 개정되었다. 새 헌장은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며 ‘창의성’, ‘전문성’, ‘다양성’ 등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고쳤다. 타율성에서 자율성으로 바뀐 것이다. 아울러 사생활 보장과 비효율적인 근무 문화를 개선하려는 제도적 조치도 마련되고 있다. 최근 부산 동래구의회는 근무 시간 이후에는 급하지 않은 업무 연락을 금지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자연 재난이나 사회적 재난, 당직, 비상근무와 특별한 행사 때 사전 협의로 조율된 경우는 예외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듯 상황이 바뀌고 근로와 사생활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규정이 마련되는 등 근무 환경에 제도적 변화가 일고 있다. 다만 이러한 추세가 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을 흐리거나 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작가는 이번 해킹 사건으로 ‘잘못한 건 내가 아닌데 왜 힘들어야 하나’하는 의문을 품었다. 마찬가지로 공무원은 국민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든든한 버팀목이요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국민과 공무원 서로의 인식은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되며 공유되어야 할 것인가? 공무원은 언제나 보초라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국민이 공무원을 보는 눈은 ‘할 일 없는 보초’로 인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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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보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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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이야기
- 5월은 가정의 달이고 5일 어린이날에 이어 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새삼 효를 생각합니다. 효란 과연 무엇일까? 하나님은 십계명 중 인간이 지킬 첫 번째 계명을 부모 공경으로 꼽으셨습니다. 인간의 근본이 바로 효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안타깝게 효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가리켜 효도의 종말을 고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역대 최고의 불효 시대라는 글도 보았습니다. 한때는 아파트 이름도 외국어로 지어 시골 부모님이 찾아오기 어렵게 한다는 말도 있었고 부모를 요양원에 버리고 갔다는 기사도 가끔 봅니다. 오죽하면 불효자에 맞설 ‘불효자 방지법’까지 법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어두워도 촛불처럼 세상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서산이 낳은 지게 효자로 널리 알려진 이군익 박사입니다. 이군익 박사를 알게 된 건 필자가 서산시인회 회장을 맡고부터입니다. 물론 그의 효행은 일찍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92세 아버지를 지게에 태워 금강산 유람을 다녀온 이야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까지 알려졌습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효가 사라진 중국에 경종을 울렸다’라는 기사와 함께 한중삼국문화교류회에 초청받아 한국의 효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박사의 효 이야기는 매년 어버이 주간만 되면 늘 회자(膾炙)합니다. 필자도 어버이 주간 설교를 준비하다 이군익 박사가 생각나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더구나 지난 5월 8일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제53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2025년 효행 실천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된 걸 축하하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그때 이야기 좀 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좀처럼 말을 아꼈습니다. 그저 묻는 말만 짧게 대답하며 자식으로 응당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이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상을 받게 된 뒷이야기라도 해달라 사정했더니 짧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효도를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한 가지 공통된 느낌을 받습니다. 바로 겸손이었습니다. 이군익 박사도 같았습니다. 대화 내내 겸손함이 몸에 밴 듯했습니다. 메일에도 그런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글 끝에 “이번 대통령 표창의 영광은 제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그 뜻을 함께 나누는 모든 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멀리서나마 고향 어른들의 응원에 마음 깊이 감사하며 앞으로도 겸손한 마음으로 더욱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제 고향 서산에서 팔봉산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모든 분의 가정마다 언제나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조 한 수를 보내주셨습니다. ‘효의 나라 대한민국 동방의 불꽃이요/삼천리 금수강산 효자 효부 넘치는데/ 과분한 대통령상에 몸 가릴 곳 없어라’ 아흔을 넘기신 아버지는 아들의 등짝에 난 피멍을 보시고 다음 날 지게를 타지 않으시겠다고 고집하는 글을 읽고 울컥했습니다. 아무리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이 아름답다고 한들 자식 사랑만큼 크겠습니까? 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우렁이 껍데기를 보고 울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 못난 지식을 위해 우렁이처럼 속 다 빼주시던 부모님은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주자십회(朱子十悔) 중에 으뜸은 부모 돌아가신 후 후회라지요. 가물치는 새끼를 수천 마리를 낳고 난 뒤에는 기력이 쇠하여 눈이 먼다고 했습니다. 먹이 사냥이 어려워 배고픔을 참아야 하는데 이때 부화 된 어린 가물치들이 한 마리 두 마리 어미 입속으로 들어가 먹이가 된다고 했습니다. 어미가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그런다고 했습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는데 가물치만도 못한 죄가 큽니다. 효자 지게는 대전 뿌리 공원 앞에 있는 한국 효문화진흥원의 제5전시실 효 나눔 실에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한노인회 서산지회장이신 우종재 회장님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뒤늦게 알고 축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노인복지와 효행 실천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지요. 서산의 겹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효의 고장. 내 고장 서산이 자랑스럽습니다. 요즘 화제의 영화 ‘효자’를 보고 나서 스스로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당신은 지금, 부모님께 어떤 마음을 전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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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결국 사람이 문제다
- 지난 몇 주간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은 자연재해의 한계를 넘어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타들어 간 산림과 파괴된 생태계는 단순히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는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삶의 기반 그 자체이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나무를 잃는 것이 아니라, 공기와 물, 땅,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산불 사태는 이상 기후와 인간의 방심이 결합해 만들어낸 참사이다. 매년 반복되는 비슷한 재난 속에서도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응급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이제는 산불의 원인을 넘어 숲의 공익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산불 발생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초래한 구조적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기상청에 따르면, 봄철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이 줄어드는 추세가 지속되며, 이는 산림의 건조 상태를 심화시키고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엘니뇨현상과 같은 글로벌 기후 현상도 기온 상승과 함께 산불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인간 활동도 산불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각 작업 중 부주의나 불법 벌목, 관리되지 않은 산림 등은 산불을 촉발하거나 피해를 확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인근 지역에서의 소각 작업이 원인으로 밝혀지며,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이 얼마나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숲은 단순히 나무가 자라는 공간이 아니다. 숲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며,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생태계이다. 또한, 우리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고, 홍수와 가뭄을 완화하며, 휴식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한반도의 산림은 전체 국토의 약 63%를 차지하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산림 자원을 보유한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 산불 사태는 우리가 이 소중한 자원의 가치를 얼마나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산불의 원인을 단순히 정부나 특정 기관에 돌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특히, 산림 인근에서의 소각 금지와 같은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산림 훼손 행위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등 개인의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국은 위성과 드론을 활용한 조기 탐지 시스템을 통해 산불 발생을 빠르게 감지하고, 초기 진화를 위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호주는 화재에 강한 식물을 심는 ‘방화림’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사전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산불 위험 지역을 지정하고,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산림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더 적극적인 예방과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산불 조기 경보 시스템의 확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화재 위험 예측, 방화림 조성을 통한 피해 최소화 등은 이미 검증된 대책이다. 또한, 산림 관리 예산의 대폭 확대와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산불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단순히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연간 탄소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약 2~3%에 달한다. 이는 한국의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따라서 산불 예방은 단순히 재난 관리 차원을 넘어,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산림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탄소 중립 달성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산불 피해를 줄이고 산림 복구와 관리에 집중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번 산불 사태는 우리가 얼마나 자연에 의존하며, 그 자연을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경고이다. 숲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소중한 자원이며, 이를 지키는 것은 단순히 환경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정부는 산불 예방과 대응을 위한 구조적 개선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국민은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숲을 지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 산불은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이다. 이번 산불을 교훈 삼아 숲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숲이 사라지면 우리의 미래도 함께 사라진다.” 이 경고를 마음에 새기고,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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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결국 사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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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점
- 국회 본회의에서는 지난 3월 20일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4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연금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는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루어진 연금개혁이자,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보험료율이 인상된 개혁이기도 하다. 이번 개혁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모수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이 현재 9%에서 13%로 인상되며, 2026년부터 매년 0.5%P씩 8년간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소득대체율은 2026년부터 43%로 상향 조정되며,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출산과 군복무 크레딧 지원이 확대된다. 출산크레딧은 첫째 아이도 가입 기간 12개월을 인정받게 된다. 기존 50개월로 제한되던 상한도 폐지되었다. 군 복무 크레딧의 인정 기간 역시 기존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확대되었다. 셋째,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이 확대되었다. 기존에는 보험료 납부를 재개한 지역가입자가 최대 12개월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개혁으로 일정 소득수준 미만의 지역가입자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넷째, 연금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의 보장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지급보장이 법률로 명문화되었다. 이번 개혁으로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할 사항은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상향이 자신의 연금 수급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언론에서 제공되는 일반적인 예시만으로는 개별적인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공단은 지사를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예상 연금액을 문의하는 국민에게 개정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반영한 예상 연금액을 신속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 구축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자신의 개별적인 연금액에 대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출산크레딧, 군복무 크레딧,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해당 지원을 받을 자격이 되는 국민이 누락되지 않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와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혜택을 방송, 라디오, 신문, 소셜 미디어, 쇼츠 등 다양한 세대에게 친숙한 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설명회 등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할 방침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군복무 크레딧과 출산크레딧 지원 확대가 연금 수급액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전달할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이 있듯이, 국민연금 개혁으로 마련된 지원책과 이를 알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번 개혁을 통해 내 연금이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고 나의 노후를 어떻게 준비할지, 또한 크레딧 지원과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확대 대상에 나는 포함될 수 있는지 등 국민 개개인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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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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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읍면동 효 잔치를 지적하다
- 제53회 어버이날 기념 효 잔치가 지난 4월 30일 팔봉면과 대산읍을 시작으로 5월 8일 마지막 지곡면 행사로 마무리 했다. 이 행사는 새마을 남녀지도자협의회에서 주관 하는데 예산은 대산읍의 경우 한화토털 협찬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산시에서 지원하는 일괄적인 예산에 지역 협찬금으로 추진됐다. 일정도 5월 8일이 어버이 날이지만 각 읍면동의 사정에 따라 4월말부터 어버이날인 5월 8일 사이에 개최됐다. 장소 또한 행정복지센터 주차장, 커뮤니티 센터, 문화회관, 학교, 농협출하 조절센터, 예식장 등 다양했다. 참석 인원도 적게는 400명에서 많은 곳은 1500여명으로 지역마다 차이가 많았다. 축하 공연은 주로 주민자치 프로그램에서 습득한 공연이 대부분이었고 노래자랑을 곁들인 지역도 있었다. 유공자 표창은 거의 똑 같은 내용이었다. 경로효친으로 이루어지는 이 큰 행사가 과연 수많은 어르신들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됐을까? 5월 2일 노천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고북면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발 빠르게 다음날로 연기 했지만 해미면과 운산면은 부득이 빗속에서 행사를 치러야 했으니 얼마나 불편했을까? 음암면의 경우는 주민자치센터 주차장에 특설 무대를 설치하고 남녀새마을 지도자회에서 음식을 준비하여 게이트볼장에서 대접할 때도 있었다. 대형예식장이 생기면서 2015년 43회에 무료로 음식을 제공받은 후로는 이곳에서 10여년간 개최하고 있다. 음식준비에 신경 쓸 일 없고 장소가 넓으니 우천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15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음식을 준비했지만 인근 시내 어르신들도 참석하여 항상 음식이 부족하고 장소도 복잡해 어르신들을 살피는 봉사들은 식사도 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소리도 많았다. 또한 거리가 먼 어르신들은 이런 효 잔치가 그림의 떡을 뿐이라는 말도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그 예산으로 각 마을별로 어버이날 하루 경로당에서 편히 어르신들을 모시는 것이 좋지 않은가 하는 의견도 있다. 경로효친이라는 미명 아래 선출직 정치인들이 합동으로 얼굴 알리는 행사로 변질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읍면동 마다 개최되는 효 잔치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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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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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읍면동 효 잔치를 지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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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을 찾아서 –1-
-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가 강원도 영월이었습니다. 영월엔 비운의 주인공 단종과 김삿갓 두 분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입니다. 춘원 이광수의 단종애사를 읽으며 영월에 가고 싶었고, 김삿갓 방랑기를 읽으며 영월을 생각했습니다. 마침 한국문인협회 서산시지부에서 문학기행 장소가 영월로 결정되었을 때 소리를 지를 만큼 기뻤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4월 19일.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들고 나오며 슬픈 역사를 안고 있는 땅을 찾아가는데 어찌 하늘도 무심할까 싶었습니다. 7시 정각, 관광버스는 문인협회 회원 24명을 태우고 영월 땅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습니다. 빗방울이 차창을 때립니다. 눈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보며 이내 생각에 잠겼습니다. 비운의 단종을 생각하고 술과 글을 벗 삼아 살다 간 방랑시인 김삿갓을 생각했습니다. 슬픔의 유적지 영월. 이들을 품은 영월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상념에 잠겼다가 차창을 바라보니 빗방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산 휴게소에 오니 햇살마저 비쳤습니다. 3시간 반 정도 달려 드디어 청령포에 도착했습니다. 청령포는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한 암벽이 있어 마치 육지의 섬 같은 곳입니다. 배가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천연 감옥이었습니다. 세조는 어떻게 이런 곳을 발견해 단종의 유배지로 삼았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배를 타고 건넜습니다. 어소(御所)에서 해설사를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소나무, 바위, 초가집, 비석 등등 심지어는 샛길까지 각각의 서사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소나무 길을 걸으며 청령포에 얽힌 세 사람의 주인공들을 생각했습니다. 단종. 그는 조선 6대 임금입니다. 아주 짧은 동안(1441~1457년) 살다 간 비운의 왕입니다. 12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외아들로 태어나 어머니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자라서 왕이 되었습니다.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는 단종을 낳고 하루 만에 산후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머니 소헌왕후도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습니다. 어머니도, 할머니도 없이 자란 단종은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며 자랐습니다. 더구나 아버지 문종마저도 서른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에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단종. 그는 숙부 세조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이곳 영월 땅 청령포에서 외롭게 살다가 사약을 받고 한 많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얼마나 원통하고 얼마나 억울하고 분했을까요? 부부의 연을 맺은 정순왕후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요?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요? 해 질 무렵 ‘노산대’라는 바위에 걸터앉아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을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어떻게 한 인간의 생이 그토록 비극적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조를 생각해 봅니다. 권력이 무엇일까요? 그는 수많은 충신을 죽이고 심지어는 피를 나눈 형제들까지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나름대로 왕위 찬탈의 명분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어떤 명분도 추악한 권력 쟁취의 역사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천하의 권력을 쥐었다 할지라도 어린 조카를 폐위하고 머나먼 영월 땅으로 유배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사약을 내려 죽게 했으니 어떻게 마음이 편했을까요? 형님 문종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은 없었을까요?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가 말없이 눈물 흘리는 꿈을 꾸었다 하니 마음이 편했을까요? 더구나 그 많은 충신의 원혼인들 그를 편하게 놔뒀을까요? 결국 그는 피부병과 각종 병마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또 한 사람 엄흥도를 생각합니다. 그는 강원도 호장(戶長)이었습니다. 세조의 명으로 단종이 이곳 청령포에 유배되었을 때 어명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강을 건너와 단종의 말동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단종이 사약을 받고 승하하였을 때 사람들은 화가 미칠 것이 두려워서 시신을 돌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위협 속에도 엄흥도는“爲善被禍 吾所甘心 옳은 일을 하다가 그 어떤 화를 당해도 나는 달게 받겠다”라는 말을 남긴 채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영월 엄씨들의 선산에 모시고 나서 모든 벼슬을 버리고 숨어 살았다고 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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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을 찾아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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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이 충남도립박물관의 보물창고인 이유
- 충청남도 도립박물관 유치 논의는 지역적 이익을 넘어 충남 전체의 문화적 정체성과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다. 서산은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지리적 이점을 모두 갖춘 도시로, 도립박물관이 위치할 최적의 후보지다. 서산에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지역적 가치를 확장하는 동시에 충남 전체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서산은 백제,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역사적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국보 제84호 서산마애여래삼존상은 백제 불교의 정수를 보여주며, 삼국시대 해양 교역 중심지였던 것을 증명하는 부장리 고분군 등은 서산의 역사적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서산은 이처럼 가치 있는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 시설이 부족하다. 유물의 체계적 보존과 지역적 정체성 강화를 위해 도립박물관이 서산에 필요하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도립박물관은 단순히 전시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의 교육과 연구를 위한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서산에 박물관이 설립된다면, 지역 학교 및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청소년들에게 지역 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학문적 성장을 돕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체험형 프로그램과 학술 연구는 서산뿐 아니라 충남 전역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서산은 관광과 경제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해미읍성, 천수만 철새도래지, 가로림만 등은 이미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도립박물관이 이를 보완한다면 충남 관광산업은 획기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다. 서산에서 박물관 관람 후 생태 관광을 즐기거나, 역사적 유물을 중심으로 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방문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넘어 충남 전역에 걸친 선순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서산은 교통망도 뛰어나다. 서해안고속도로, 국도 29호선, 대산항 등 기존의 교통 인프라는 물론 2028년 개항 예정인 서산 민항은 도립박물관 방문객들의 편의를 한층 더 증대시킬 것이다. 민항 개항 후 국제 관광객의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박물관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충남의 문화적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서산은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려한 생태 문화 관광을 접목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다. 가로림만과 천수만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태 자원으로, 이를 기반으로 한 관광 모델은 충남의 문화와 생태를 연결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도립박물관은 생태적 가치와 역사적 자원을 결합하여 지속가능한 관광과 문화적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생태와 역사 전시를 연계한 프로그램은 충남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와 환경의 조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충남 내 다른 주요 도시들이 이미 다양한 문화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서산은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 도립박물관의 서산 유치는 충남의 지역 간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균형적 발전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충남 전체의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서산은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생태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서산의 천수만 철새 도래지와 가로림만 해양 보호 구역은 세계적인 명소로, 이러한 생태 자원을 박물관과 결합시켜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서산은 고대 백제와 삼국시대의 문화적 교차점으로, 동아시아 역사 연구의 핵심적인 거점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도립박물관은 이러한 연구와 전시를 통해 국내외 연구자와 관람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충남 도립박물관의 위치 선정은 충남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다. 서산은 역사적 중요성과 지리적 접근성, 풍부한 관광 자원 그리고 지역 경제의 잠재력을 모두 갖춘 최적의 선택지다. 도립박물관이 서산에 건립된다면 충남의 균형 발전과 문화적 자긍심을 강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서산은 단순히 지역적 이익을 넘어 충남 전체의 문화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도립박물관 유치를 통해 서산은 충남의 역사와 미래를 아우르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이는 충남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화적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충남 도립박물관이 서산에 위치함으로써 충남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조명하며, 대한민국 문화의 미래를 설계할 거점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박물관 유치를 넘어 지역과 국가의 자긍심을 높이고, 문화적 르네상스를 실현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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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이 충남도립박물관의 보물창고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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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과 자랑
- 옛날에는 자기 자랑을 매우 부끄러워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조차 수치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자랑하는 것조차 덕스럽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마누라와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여 자기 PR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정도를 넘어 자기 자랑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은 물론 팔불출이라 여기는 아내 자랑, 자식 자랑은 대를 이어 손자까지 자랑합니다. 엊그제 차를 마시러 카페에 들렀다가 이웃 테이블에서 오십 대 주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억지로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돌아가며 자기 자식들을 자랑했습니다. 어느 분은 스마트 폰을 꺼내어 손녀가 재롱 떠는 동영상을 일행들에게 보여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단체 카톡방에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자랑하는 글을 자주 봅니다. 자기 글이 어디에 실렸다느니, 자기 시화가 어디에 걸렸다느니 하는 등 모임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까지 올려놓아 자랑합니다. 어떤 사람은 기회 있을 적마다 자기 업적을 자랑합니다. 모든 걸 자기가 다 했다고 합니다. 물론 자랑하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랑이 자존감을 높이고 타인으로 동기 부여의 계기가 된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 부담감이나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본능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누구든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그걸 자제하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요, 자존감이라 생각됩니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자기 자랑의 심리 상태는 열등감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나를 인정해달라는 욕구, 우월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고 했습니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습니다. 꽉 차 있으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깡통이 아예 비었든지, 아니면 꽉 채워졌다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무언가 조금 들었을 때 제일 요란한 소리가 납니다. 필자가 어렸을 때 고향에서 제일 부잣집은 양조장집이었습니다. 그렇게 부잣집인데도 양조장 댁은 늘 수수한 옷차림이었습니다. 남들 다하고 다니는 액세서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그녀를 무시하거나 낮춰보지 않았습니다. 오래전에 농협의 모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당시는 지금과는 달리 예금유치가 지점장 근무 평가의 절대적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고액 예금주는 책임자의 중점 관리 대상자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달랐습니다. 몇 천만 원을 예금한 분은 사무실에 들어오면서부터 거드름을 피웠습니다. 가끔 지점장에게 노골적으로 술 접대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진짜 몇 억 원을 예금하신 분은 그림자처럼 슬그머니 왔다 가셨습니다. 물론, 사무실이 좁은 관계로 창구를 피해 지점장실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거래가 끝나면 아무 티도 내지 않고 슬그머니 나갔습니다. 잠언에 ‘타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하지 말며 외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하지 말지니라’고 했습니다. 영국에서 목회하고 있는 어느 목사님의 신앙 칼럼에서 영국인과 한국인과의 모습을 비교한 글을 보았습니다. 한국인은 겉으로 울고 영국인은 속으로 운다고 했습니다. 기뻐할 일이 있으면 영국인은 겉으로 축하해주고 한국인은 속으로 축하한다고 했습니다. 영국 여성들은 화장을 잘 하지 않아서 얼굴에 주근깨가 그대로 보이는데 한국인은 화장하지 않은 본 얼굴을 대하게 되면 새로운 신자가 온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영국은 오랜 기독교 문화 속에 살아왔기에 외면보다는 내면을 더 중시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정보화 시대요, PR 시대를 살면서 남에게 알리는 건 참으로 중요합니다. 서울 어느 거리에서 ‘이 편한 치과’ ‘속 편한 내과’란 간판이 있다고 합니다. 재치 있는 이름이므로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근사한 간판을 걸었다고 해도 의사의 실력이 못 미친다면 고객은 발길을 돌리고 맙니다.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지나친 자기 자랑으로 타인의 마음에 불편함을 주지는 말아야 겠습니다. <gigic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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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과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