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6(목)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07.12.21 22:50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먼저 태안 기름유출사고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태안과 서산 주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반드시 역경을 딛고 삶의 터전을 복원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국민의 힘은, 주민 여러분의 옹골찬 삶은 위대합니다.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한 지 몇 개월 되지 않는 입장에서 이런저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습니다.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은 처지에서 주제 넘는 말과 글이 여러분에게 거슬릴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포플리즘’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포플리즘은 1890년대 농민과 노동자의 표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한 정책을 표방 한데서 비롯돼 제도와 원칙을 무시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즉 인기 영합주의의 다른 표현입니다. 우리 국민은 해마다 선거를 치룹니다. 수많은 후보자들이 나오고 수많은 공약들이 나옵니다. 물론 국민의 삶과 직결된 공약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공약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먼저 표를 얻겠다는 공약들이 난무합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포플리즘적인 공약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논외로 치겠습니다. 우리 서산의 경우도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공약들이 있습니다. 그 공약들에 대해 이미 많은 시민들이 기대반 우려반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을 유치하겠다’ ‘무엇을 세우겠다’ 약속했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좋습니다. 표를 얻기 위해 한 번쯤 그런 공약들을 내세웠다고 합시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책임은 물론 정치적인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시민들에게 솔직해지자’는 것입니다. ‘공약을 실천하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했는데 참으로 아쉽게 되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하는 말이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한 번의 무책임한, 그리고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던 공약을 놓고 반성이 없이, 이것을 미끼로 하여 시민들을 계속 그 틀에 가둬두고 재탕 삼탕하는 것은, 논의의 집중을 한 곳에 묶어 놓아 다른 가능성, 다른 정책을 사장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천수만에서, 0 0 기업 유치라는 족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지 못한다면 서산의 가능성은 그만큼 좁아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역량으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정책을 생산하는 일이 책임지는 정치의 시작이 아닐까요?

저는 충분한 논쟁과 토론이, 서산의 길을 건강하고 실속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사분란 한 진행도 중요합니다만, 조금은 늦고 더디더라도 충분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이 결정에 대한 시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시민자치이자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은 ‘정치선수’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이해와 요구 속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정책만이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은 참으로 큰 나라입니다. 서산은 그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그러나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기초단위입니다. 한 물건을 구성하는 요소는 많습니다. 그 가치를 서로 비교하여 뭐는 중요하고 뭐는 덜 중요하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서산이 대한민국의 핵심이라는 자부심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산의 지위와 역할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방자치’라는 개념에 묶여 ‘우물안 개구리’가 된다면 변화의 속도가 미래를 좌우는 오늘날, 서산은 더욱 작아질 수도 있고, 인근 자치단체에 밀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 시민이 걱정하는 바도 바로 이런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한 예입니만, 얼마 전 충남 어느 작은 자치단체에서 대통령비서실 전 사무실에 떡을 돌렸습니다. 인구가 서산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치단체였습니다. 왜 그 자치단체장은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유권자도 아닌 곳에 사용했을까요? 혹시 아시나요? 그 자치단체가 참여정부 들어 충남에서 가장 많은 예산지원을 받은 것을! 예산지원을 많이 받아 떡이 온 것이 아니라 열성적으로 ‘우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성과를 보인 것은 아닐까요?

누가 서산의 길을 묻는다면, 누가 서산의 미래를 묻는다면 시민에게 그 길을 물어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인이 아직 찾지 못하고 헤매는 길, 이미 우리 시민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저부터 반성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특별기고] 인식 변화의 속도가 미래를 좌우한다||맹정호(청와대 행정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