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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01.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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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여년 전만해도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흔한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애기엄마’, ‘애기아빠’였다. 그러나 요새 내가 사는 마을 한 바퀴를 둘러봐도 ‘애기엄마’, ‘애기아빠’를 찾기 매우 어려워 졌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지난 해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출산율이 6년 만에 증가되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이 통계치에는 2006년 신생아 수가 45만151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만3452명 증가됐다고 나와 있다. 지난해 상반기 신생아 수에 비해 증가폭이 2.6배 확대된 것이다. 반가워할만한 일이지만 사실 그 내막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지난 2002년엔 신생아 수가 49만여명, 2003년 48만여명, 2004년 47만명, 2005년 43만명이다. 2005년 45만명으로 소폭 오르고 지난해에 50만여명이 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지만 이런 증가세는 쌍춘년과 황금돼지해로 인한 결혼 증가와 출산선호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앞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를 비롯해서 각 지자체들은 그동안 저출산 문제를 막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짜내고 있고 어느 정도 그 효력이 나타나는 경우도 보이고 있다. 서산시도 셋째 아이 출산 장려금으로 100만원을 지난 해 1월부터 지급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출산율 증가로 나타나지 않는다. 출산을 조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지만 출산을 막고 있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출산을 막는 바로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오랫동안의 경기침체는 청년들에게 학습효과를 일으켜 안정적 직장 또는 고수익 직장이 아니면 취업을 포기해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경기침체와 청년들의 고용기피는 유래 없는 청년실업률을 만들었으며 그 때문에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를 키우기 위한 사회적 기반 부족이다. 정부나 지자체 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아직 경제적 어려움으로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애기엄마들이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을 포기하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는 터라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무료로 마음 편하게 맡길 곳이 부족한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국민들의 의식 부족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공감하면서도 막상 아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에 냉담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에 고속버스를 한번 탄 적이 있는데 아이가 어디가 아픈지, 배가 고픈지 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때 버스 승객들은 버스 안에서 자고 있던 터라 아기 울음소리에 깨어났는지 짜증을 내며 아기 좀 조용히 시키라고 아기 엄마에게 면박 주는 것을 본적이 있다.

아기가 우는 것을 아기 엄마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기엄마만 탈 수 있는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닌데... 울먹이는 아기엄마를 보면서 나도 아기 키우는 서러움에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있었다.

점점 인간의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출산율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노인인구는 급증하고 노인을 부양할 젊은 세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이순이 넘어선 노인들이 공장으로 출퇴근 하며 밤새 끙끙대며 아파할지도 모른다. 예전 어느 신문에 나온 만평처럼 노약자석이 젊은이석으로 바뀌어 질 수도 있다.

출산율을 높이는 건 애기 날 때 당장 주어지는 100만원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아기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풍토와 아기를 마음 놓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이다. 이제 유럽 각국들을 비롯해서 선진사회는 다시 출산율 증가추세가 굳어지고 있다. 그 곳은 그야말로 아기, 더 나아가 ‘애기엄마’, ‘애기아빠’가 대접받고 존중받는 시대다. 5명의 아이를 나면 대통령이 직접 가서 축하해 준적도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황금돼지해가 지나고 새해를 맞았지만 올해도 출생 증가추세가 제발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주변에 다시 ‘애기엄마’, ‘애기아빠’가 많아질 그 날이 오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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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출산을 막는 사회||송명근ㆍ서산시청 복지과 여성가족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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