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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10.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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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를 떠나기 전에 우리 일행은 휴게소에 들러 우동을 먹었다. 서툰 영어와 일본어를 사용하며 우동을 시켜 먹는데, 우리나라의 휴게소에 느끼는 상업적인 느낌과는 달리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운영하는 소박한 식당으로 느껴졌다. 일본은 자판기 문화를 실감케 하듯, 휴게소에는 갖가지 자판기가 요소마다 설치되어 있고, 메뉴도 자판기에서 골라 식권을 뽑아서 식사를 주문하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차창으로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소박한 가게가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깨끗한 슈퍼마켓 정도다. 지산지소 운동을 펼치므로 분명히 이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리라. 우리지역에도 저런 것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도착한 항구에는 엄청난 배가 큰 빌딩처럼 가로 막고 있었다. 숙소배정과 식당, 목욕시설 등에 대한 안내를 받고 각자의 침대칸으로 가서 마음을 정돈해보았다. 저녁식사 후 음악공연을 관람했다. 피아노현의 울림과 바이올린의 선율을 타고 들려오는 리듬에 어깨가 들썩이고 발장단이 저절로 맞춰졌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게 된 동기를 시작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농촌 발전을 위한 이야기,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하고 극복한 이야기, 부도위기를 넘긴 아름다운 이야기 등, 낯선 곳 태평양 바다위에서 닫힌 마음이 열리는 순간들이었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모두들 잠을 청하지만 필자는 목욕탕으로 가서 몸을 물에 담근 채 태평양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저 태양이 우리 집에서도 본 것인데, 여기 태양은 다른 것이 무엇일까? 우리 일행 24명이 함께 이 태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까? 나의 방향을 설정하는 태양, 기대하고 다짐하는 태양, 물살을 가르며 지나는 여객선 위에서 나의 귀농일지를 더듬어 본다.

‘하면된다’는 군 생활에서의 정신무장을 하고 수험생활, 대학생활, 공무원생활, 학원사업, 그리고 귀농하여 다시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에 이른 것은, 나 혼자의 능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나의 성공을 위해 말없이 지켜보는 아내가 있고, 사춘기인데도 부모의 맘을 잘 헤아려주는 두 아들이 있다. 늘 자식의 건강과 성공을 기도하는 연로하신 어머님! 대학시절부터 친동생처럼 여기시는 은사님! 다시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신 교수님들, 그 때마다 나타나는 귀한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좋으신 분들이 나를 도와주고 이끌어주었던 것이다. 오늘 이 여객선에 함께한 24명의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리라. 그 분들께 보답하는 것은 이 사업을 꼭 이루어 놓고 말리라. 내가 이곳에서 연수를 통하여 무엇을 얻어갈 것인가? 무엇을 통하여 나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것인가? 이번 연수를 대하는 자세에서 이미 결정이 났으리라.

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 빌딩만큼이나 큰 배안에서 새로운 다짐을 생각하게 되었다. 배 안쪽에서 잠시 사색에 빠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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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사농부 김정규의 일본농촌 연수기||태평양 한 가운데서 새로운 다짐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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