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착한 항구에는 엄청난 배가 큰 빌딩처럼 가로 막고 있었다. 숙소배정과 식당, 목욕시설 등에 대한 안내를 받고 각자의 침대칸으로 가서 마음을 정돈해보았다. 저녁식사 후 음악공연을 관람했다. 피아노현의 울림과 바이올린의 선율을 타고 들려오는 리듬에 어깨가 들썩이고 발장단이 저절로 맞춰졌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게 된 동기를 시작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농촌 발전을 위한 이야기,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하고 극복한 이야기, 부도위기를 넘긴 아름다운 이야기 등, 낯선 곳 태평양 바다위에서 닫힌 마음이 열리는 순간들이었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모두들 잠을 청하지만 필자는 목욕탕으로 가서 몸을 물에 담근 채 태평양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저 태양이 우리 집에서도 본 것인데, 여기 태양은 다른 것이 무엇일까? 우리 일행 24명이 함께 이 태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까? 나의 방향을 설정하는 태양, 기대하고 다짐하는 태양, 물살을 가르며 지나는 여객선 위에서 나의 귀농일지를 더듬어 본다.
‘하면된다’는 군 생활에서의 정신무장을 하고 수험생활, 대학생활, 공무원생활, 학원사업, 그리고 귀농하여 다시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에 이른 것은, 나 혼자의 능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나의 성공을 위해 말없이 지켜보는 아내가 있고, 사춘기인데도 부모의 맘을 잘 헤아려주는 두 아들이 있다. 늘 자식의 건강과 성공을 기도하는 연로하신 어머님! 대학시절부터 친동생처럼 여기시는 은사님! 다시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신 교수님들, 그 때마다 나타나는 귀한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좋으신 분들이 나를 도와주고 이끌어주었던 것이다. 오늘 이 여객선에 함께한 24명의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리라. 그 분들께 보답하는 것은 이 사업을 꼭 이루어 놓고 말리라. 내가 이곳에서 연수를 통하여 무엇을 얻어갈 것인가? 무엇을 통하여 나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것인가? 이번 연수를 대하는 자세에서 이미 결정이 났으리라.
▲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 빌딩만큼이나 큰 배안에서 새로운 다짐을 생각하게 되었다. 배 안쪽에서 잠시 사색에 빠진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