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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7.06.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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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날 어른들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며 ‘희망을 갖고 살아라’는 충고를 손아래 사람들에게 많이 들려주었다. 서양 이야기에도 많은 악이 쏟아져 나온 판도라 상자의 제일 밑바탕에는 ‘희망’이 있었다고,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살라는 충고를 힘들 때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다.

농민만 그러한 것이 아니지만 요즘 참으로 힘이 든다. 나도 어렵지만 주변의 소수 농민을 제외하고는 다수가 어려워한다. 소를 키우거나 하우스를 하거나 벼농사를 짓거나 과수원을 하건 누구나 자신의 앞일을 걱정하고 있다. 또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보고 그런 걱정을 할 때 나는 조금만 버티자고 이야기한다. 아니 대단한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화장실 가서 혼자 ‘실실’웃어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논두렁에서 혼자 있을 때 찌푸리고 있다가 ‘실실’속도 없이 웃는다.

농촌은, 농민은, 농업은 지금 어렵다. 과거에도 어려웠다.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남 생각해주지 말고 우리 농민만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울 일도 없다. 여러 내용이 엉켜 있지만 간단한 현실 하나만 생각해보자.

지금은 과일 가격이 좋은 편이다. 쉽게 말해서 소비자들이 과일을 사먹기에 비싸다. 충분히 먹기에는 서민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런데 내가 만나는 주변의 도시 사람들은 과일 가격이 왜 비싼지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가격의 오르내림에 둔한 것이 아니고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에게는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 때 농민이 돈을 좀 벌어야하는데, 어쨌건 생산물이 한정되어 있으니 지금 작황이 좋고 출하를 잘하면 돈을 좀 벌 수가 있다. 이러한 가격이 형성된 건 미국산 오렌지 때문이다. 오렌지가 마구 수입될 때 과일 가격은 폭락했다. 그때도 도시 소비자들은 가격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조금 싼 가격에 넉넉하게 먹었을 것이다. 알지 못하는 양만큼 농민이 고통스러울 때 소비자는 행복했다. 지금 과채류를 생산하는 농민이 약간 행복할 때 도시 소비자는 크게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넉넉한 과채류 소비를 하지 못한다.

앞으로 우리 농민들에게는 당분간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 고통의 뒤끝은 약간 행복할 것이다. 혼자 실실 논두렁에서 웃어도 좋을 것이다. 국가의 계산으로는 십 년이면 농민의 삼분의 일이 줄어든다. 소수의 도시민이 귀농을 하겠지만 이 어려운 농촌에 들어올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상당한 자본이 없으면 귀농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도시인의 ‘하다가 안되면 농사나 짓지’식의 귀농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귀농을 가로 막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농민은 전체 인구의 5%가량 될 것이다. 지금의 추이대로라면 그러하다. 그러면 우리 농민은 도시 소비자들이 약간씩 내뱉어 줄 덜 소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하여 행복해지게 된다. 너무 표현이 어려운지는 몰라도 적나라하게 ‘이웃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고는 표현할 수 없지 않은가?

소 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농민에게는 “너무 걱정 마슈, 옛날에 한 마리 30만원 할 때도 안 있었슈”라고 말한다. 하우스농사를 지으며 가격을 걱정하는 농민에게는 “몇년 전인가 태풍이 왔을때는 다 망가졌어도 그때뿐이지 이렇게 멀쩡히 살잖유,” 과수원을 경영하는 농민에게는 “하늘이 적당히 정리 해 줄거니깐 보험이나 들쥬”이런 삐딱한 소리로 위로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체결로 뒤가 구린 정부가 조금은 농촌지역에 퍼붓기를 할 것이다. 그 내용은 13년 전에 나온 김영삼정부 때의 내용과 그리 차이가 없을 것이다. 어쨌건 이런저런 명목의 ‘늘푼 수’없는 예산은 농촌지역의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며 ‘살아남을 자와 떠나야 할 자’를 구분지어 줄 것이다.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정부의 계산방식과 내가 보는 정부의 정책에 의하면 100명이 시작한 달리기에 65등 안에만 들어가면 농촌에서 잘 살아 남을 수 있다. 나머지 35명의 탈락자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면 65등 안에 들어가는 농민들은 웃어도 좋다. ‘허허 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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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원 코너]논두렁에서 혼자 실실 웃기||심걸섭/본지 자문위원회 부위원장ㆍ율목정미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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