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6(목)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07.07.22 14:30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여기는 왜 애기들이 없고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 뿐이에요?”

최근 어느 한 시골마을에 들렀는데 서울에서 온 손녀가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질문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불과 13년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맺어질 때만 해도 농촌인구는 대략 530만명이 넘었었고, 농가소득 역시 도시근로자 소득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천재지변이 없고 열심히 땀흘려 노력하면 아름다운 자연에서 복지농촌을 이룩할 수 있는 희망이 보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농촌은 인구감소, 고령화 및 개방확대 등에따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농업소득은 수입과 지출의 양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농산물가격은 생산성 향상과 시장개방 심화에 따라 인하 압력을, 농업생산비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라 인상 압력을 받고 있어 젊은 사람은 하나둘 농업과 농촌에 희망이 없다 여기고 떠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더 심각한 것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OECD 30개국 중 27위에 그치고,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6.8% ('04년)에 불과합니다. 축산물ㆍ유지류ㆍ외식 재료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70년대 86%에 달하던 곡물자급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입니다.

주요 선진국의 식량자급률을 보면 미국 133%, 프랑스 191% 등입니다. 이들 선진국들이 많은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농업을 보호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농업은 생명산업일 뿐 아니라 환경 등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있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식량보다 강력한 무기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농업경시론자들의 논리대로 곡물을 싼값에 수입하면 되는 게 아니라 비상시국엔 억만금을 주고도 못 구하는 게 식량입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 수백만명이 아사한 북한의 악몽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선진국과 후진국 간 식량불균형과 곡물메이저들의 농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각종 FTA(자유무역협정)에서 보듯 농업개방을 압박하는 선진국들도 자국의 농업보호에 혈안인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식량안보와 농업육성은 시대를 초월한 절대 명제인 것입니다.

그러면 농업은 영원히 보호의 대상인가? 누구든 아니라고 말할 것입니다. 때문에 현재의 위기를 ‘강한 농업’으로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농업인은 물론 정부ㆍ지자체 등이 함께 지혜를 모아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입니까! 지난 5천년간 숱한 외침 속에서도 찬란한 문화를 일궈 왔으며 일본의 압제와 한국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하고, 식민지였다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두레ㆍ품앗이ㆍ계 같은 협동정신과 지역축제, 강인한 소농의 생명력과 ‘잘살아보자’는 신명과 극복의지, 온돌문화의 멋과 풍류정신은 우리만의 소중한 정신문화입니다.

손끝 기술과 궁금한 건 못 참는 호기심, 효에 바탕한 가정문화 등 농촌에 뿌리를 둔 고유의 우리 문화는 우리가 스스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하찮게 여겼던 것들 속에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있었음을 알아야 할 때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앞에서,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민들이 끓어오르는 울분을 토해내는 집회 장면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왜 일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농번기철에 저렇게 나와 있는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이런 힘없는 농민을 위해 우리국민 모두는 농업정책들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는 농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라 여겨집니다. 지칠대로 지쳐있는 우리농민에게 우리 농업의 희망과 미래를 심어주기 위해 다같이 힘을 모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희망과 미래가 있는 농업ㆍ농촌을 만들어갈 때 농촌을 이어 지킬 후계 젊은 농업인도 생길 것이고, 마을마다 아기 울음소리도 되살아날 것입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특별기고- 우리농업의 희망과 미래||한기만/서산농협 이사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