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6(목)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07.07.27 23:28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대입을 둘러싸고 3不(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본고사 폐지)갈등에 이어 내신 반영 비율을 둘러싼 대립이 대학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다.

대학교육의 모든 문제가 고교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는 대학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격이 되버린 것이다.

사실 내신무력화 주장들은 몇몇 기득권을 가진 대학들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들 주장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 과학 성적은 세계에서 1~3등 안에 드는 등 세계 최고의 영재집단이고, 이들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만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대학은 세계 유명 대학 순위에 들지 못하는가. 그 이유를 초중고 교육의 잘못 때문이라고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고 한국 대학 지식인들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는가 하는 비판적인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입장에서 보면, 대학 학력저하 문제의 핵심은 제대로 연구하지도 않고 제대로 가르치려 하지도 않으며, 그저 정치판에나 기웃거리고 정부 기구의 자문위원이나 되려는 일부 기득권을 가진 몇몇 대학교수들에게 있다.

대입의 방식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적 우수 학생을 뽑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그것만이 명문대가 되는 유일한 길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대학들은 보고 있다. 바로 대학들이 내신 반영 비율을 낮추고 수능 성적 위주 전형 비중을 높이는 이유다.

성적 좋은 학생들만 선발하면 명문대가 되는가. 그렇지 않았다. 명문대들이 성적 우수생들을 싹쓸이해 왔지만 ‘세계 100대 대학’에 포함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백수교육’만 할 것인가. 또 자율화규제가 정말 대학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지도 묻고 싶다. 3불정책이나 내신갈등이 없었던 시절에도 한국의 대학들은 질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학들은 틈만 나면 자율화를 주장하지만, 자율화를 요구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대학들이 이러는 동안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덜 입고 덜 먹고 덜 자며 갖은 희생을 치르고 있다. 자녀 학원비를 마련하고자‘가족의 파괴’를 감수하고, 생활 전선에 나서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판국에 대학들은 성적 우수학생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학은 그야말로 경쟁적으로 인재를 키워내는 경쟁력 있는 기관임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홈쇼핑에서도 다이어트 식품 판매할 때, 3개월 내에 체중 감량이 없으면 환불해준다는 세상이다. 한 해 등록금으로 서민 가구 월평균 소득의 두 세배에 해당되는 금액을 몇 년에 걸쳐서 받으면서 정작 졸업생이 취업할 때는 ‘나몰라’하는 식은 너무도 무책임한 발상이고 고교와 수험생, 학부모만 경쟁시키고 대학은 우수학생만 받아 편하게 가르치겠다는 식이어서 너무도 불공평하다.

학생 선발을 통한 양적 팽창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학들은 우수 학생 선발에만 주력하기보다는 공교육 정상화 노력과 동시에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의 일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질적 발전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자율화 문제에 신경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가르쳐서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를 겸비한 완벽한 지성인을 발굴하느냐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도 교수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이다. 논문 편수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성과에 따라 학과도 학교도 평가되고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들, 입시보다는 경쟁력 강화로 거듭나길 적극 촉구한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특별기고-대학이 문제다||조한구/서일고 교장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