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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7.10.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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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丁亥年)은 충남 최초의 등대인 옹도 등대(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가 100번째 생일을 맞는 해다. 처음 불을 밝힌 지 100주년을 기념해 옹도 등대를 관할하는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올해 헌혈 행사 및 초등학생 대상으로 등대 체험행사를 실시하였고, 10월에는 점등 기념식과 함께 등대 사진전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태안 해안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옹도 등대의 해양문화자원으로서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에는 선착장을 만들었고, 올해는 종합정비 용역 사업을 시행하여 관광코스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근흥면 안흥항에서 배를 타고 30분가량을 가다 보면 5천200여평의 면적에 높이가 80m인 작은 무인섬인 옹도에 등대가 세워져 불을 밝히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07년 1월이다. 옹도 등대는 러ㆍ일 전쟁이 끝난 뒤  정부가 1906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항로표지를 건설하면서 만들어진 26개의 등대 가운데 하나로, 국내 최초의 유인(有人) 등대인 팔미도 등대와 호미곶, 부도, 거문도, 칠발도, 우도, 울기, 절영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세워진 유인등대이다.

옹도 등대는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로서의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1909년 1월부터는 하루 3차례씩 강우량과 기온 등을 측정하는 기상관측소 역할도 수행했다. 이후 충남 서해상에는 1909년 6월 북격렬비도(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 1911년 12월 안도(태안군 원북면 방갈리)에 차례로 등대가 건립됐다. 10여년 전 까지만 해도 북격렬비도, 안도 등대가 모두 사람의 손에 의해 조작되는 유인등대였지만 1994년에 북격렬비도가, 1998년에 안도가 원격조종 무인(無人)등대로 바뀌면서 이제는 옹도만이 충남 서해의 유일한 유인등대가 됐다.

옹도는 그 모양이 마치 독(옹기)과 같이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정상에 커다란 등대가 설치되어있어 등대섬으로도 불린다. 옹도 등대는 100년 동안 수차례의 보수와 증ㆍ개축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14m 높이의 8각형 철근콘크리트 등탑 형태를 하고 있다. 처음 불을 밝혔을 때는 석유 백열등이 사용됐지만 이제는 40㎞ 떨어진 곳에서도 등대 불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메탈 할라이트 전구가 쓰이고 있으며 광도는 180만 칸델라(cd)에 달한다. 사실, ‘불이나 밝힐 뿐’이라는 식의 등대에 관한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인공위성의 전파정보를 받아 하늘과 바다를 하나로 잇는 이른바 DGPS(Differential GPS) 시스템이라는 전천후 첨단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옹도 등대는 대전 위성항법중앙사무소와 연계하며 여기에 서산기상대의 위탁 기상까지 떠맡고 있으니, 일기예보에서 듣는 ‘서해안에는 풍랑이 몇 미터고, 안개는 어떻고’하는 정보도 알고 보면 옹도 등대지기 같은 바다 지킴이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안개가 낀 날이면 43초마다 3초씩 사이렌 음향신호(도달거리 8㎞)까지 발사하며 중국 동해안에서 서해를 거슬러 올라와 인천, 평택, 당진, 대산항을 드나드는 유조선, 컨테이너선, 객선들의 안전운항을 돕고 있다.

현재 옹도 등대를 지키는 이는 소장 1명과 직원 2명으로 2명씩 짝을 이뤄 섬과 육지를 오가며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 등대지기는 옹도에서 근무할 때면 해가 진 뒤 이튿날 동이 틀 때까지 등대 불빛을 밝힌다. 등대지기에게 벗이라고는 망망대해를 유유히 나는 갈매기와 거센 비바람, 그리고 언제나 뭍으로 향하는 파도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주변 경관이 빼어나 주변을 꼼꼼히 둘러보는 것이 낙이라면 낙이다. 등탑에서 내려다보이는 서해의 해돋이와 해넘이는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환상적이다. 옹도는 봄이 되면 동백꽃이 장관을 이루는데 동백나무 군락이 산등성이를 따라 밀집되어 있고 섬의 정상은 밀림을 방불케 한다. 배를 댈 수 있는 동북쪽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가파른 절벽으로 되어 있어 주변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산등성에는 천남성이, 섬찔레, 산벗나무 등의 자생식물들이 많이 자란다.

앞으로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은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일반인들이 유람선을 이용해 아름다운 해넘이와 옹도의 동백꽃 운치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에 있으며, 옹도등대 점등 100주년에 충남 유일의 유인등대인 옹도등대에 지역민이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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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옹도등대 점등 100주년을 기념하며||한관희 대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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