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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7.12.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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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빛 하늘아래 펼쳐진 쪽빛 바다가 비릿한 내음을 발산하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우리에게 어서 오라 손짓하고,  시야에 펼쳐진 끝없는 수평선 위에 심심치 않게 드나들던 유람선과 갈매기 무리들.. 거기에 피서철에 몰려든 낯선 이방인들의 행렬은 바닷가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나에겐 작은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태안반도, 지난 여름까진 그랬다.

며칠 전 다시 찾은 태안반도는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아픔을 호소하는 신음소리로 변해버렸고 수많은 피서객들은 우주복 차림의 자원봉사자들로 바뀌었다. 유람선은 수 십척의 방제선으로 변했고 갈매기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매일 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던 어느날 지인에게서 전화한통이 걸려왔다. 몇 일전 수능이 끝난 큰아들과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작은 아들과 함께 하루 종일 기름에 덮힌 돌들을 닦고 왔다는 내용이었다. 등에 기분 좋은 땀을 느낄 만큼 봉사를 하고 왔다는 그녀가 왜 그리 존경스럽던지.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바로 세 아이들을 불러 이번 휴일에 온 가족이 방제작업에 참여하자고 엄마로서 명령아닌 명령을 내려보았다. 다행히 세 녀석 모두 별말 없이 찬성했고 남편역시 미소로 답해주었다. 아이들에겐 그 어느 교과서 보다 현장체험이 환경에 대한 가장 큰 산교육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주말에 찾은 태안반도가 앞의 글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망연자실함과 함께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빨리 방제작업에 동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겨운 냄새와 미끄러워 걷기조차 어려운 해변가,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바다만 보며 한숨을 쉬는 어민들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며 돌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을 수밖에 없었다.

지인이 얘기했던 기분 좋은 땀방울이 등을 타고 흘러내리고 아이들의 이마에도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갔다. 바위 틈새 시커먼 겨울바다가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으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하루 종일 앉아 방제작업을 해도 아직 더 넓은 바다에 기름덩어리가 퍼져있다는 생각이 들고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맛있는 음식을 주고 지구에 생명의 숨길을 불어넣는 바다가 지금 작은 손길조차 절실히 원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더 필요하다. 아픈 바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처방이다. 지역부=김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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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서해안 원유유출 사고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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