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하면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어깨에는 삽을 메고 논둑을 따라 거닐며 물길을 보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운산면 갈산4리 홍성남(48ㆍ사진) 이장은 논둑 대신 아스팔트를 누비며 치킨을 배달하고 있다. 그가 이장을 맡은 부락은 운산서정마을아파트. 홍 이장은 도시와 농촌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생긴 신세대 이장님이다.
“처음 이장단 회의에 갔을 때는 참 막막했습니다. 이장님 거의 다가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고, 이장 주 업무가 농업관련 업무인데 저는 관련되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 많이 생뚱맞았죠. 하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주민을 위해 할 일을 찾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동네이장 소리를 들은 지 13개월째인 홍 이장은 처음에는 생소한 이장 업무에 무척 고전했다. 그러나 마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선배 이장들의 눈에 띠면서 많은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고, 요즘은 일부러 홍 이장의 가게를 찾아주는 이웃동네 이장님들도 생겼다.
홍 이장은 이장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 아파트 주민들의 복지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아파트 단지에 희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가 있다는 것을 전해들은 홍 이장은 면사무소와 시를 찾아다니며 정책적인 혜택을 받을 수 없는지 백방으로 문의했고, 그 덕분에 지금은 적으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임대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행정구역이 나뉘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이장이 되고 나서보니 어려운 주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생각 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지런히 뛰어다녀야죠, 주민들을 위해.”
홍 이장은 신세대 이장답게 오늘도 주민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갈산4리를 주민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하는 동네로 만들고 싶다는 홍 이장의 소망이 올해에는 꼭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방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