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3(월)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09.11.03 20:53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수능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딸아이가 주말을 맞아 학교 기숙사에서 외박을 나왔다. 공부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딸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진다.

엊저녁도 늦도록 인터넷 강의를 들은 탓에 잠을 떨쳐내지 못해 눈을 뜨지 못하는 딸이 더욱 안타까웠지만 “엄마 내가 못 일어나도 억지로 끝까지 깨워야 해요”라며 당부한 말이 생각나 따뜻한 대추차 한잔을 들고 들어가 나직한 소리로 “일어나라” 며 깨운다.

걱정과는 달리 딸아이는 기지개를 힘껏 키며 씩씩하게 일어난다.

아침식사 후 덕산온천으로 향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게 한 다음 다 커버린 여식이지만 팔과 다리 그리고 몸 전체를 깨끗이 씻어 주었다. 평소와 다른 엄마의 배려에 신이 났는지 딸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잘 조잘 늘어놓는다.

“엄마 우리 학교에서 공지영 씨의 즐거운 나의 집이란 책을 읽고 토론회를 가졌는데 생각 외로 아이들이 엄마를 많이 이해하는 편으로 토론회를 마쳤어요.”

딸아이의 설명에 따르면 그 책은 18세 위녕 이란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엄마가 3번 이혼하고 성 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열심히 묵은 때를 밀어 내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딸아이는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어릴 때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 난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 이해할 것 같아요”

유난히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아빠 때문에 엄마가 눈물을 많이 보인 탓일까? 이러다가 엄마 아빠가 헤어지면 어쩌나 늘 걱정을 했었나 보다. 딸아이의 조잘댐이 끝나갈 무렵 나는 내발을 딸아이 앞에 내밀며 “이젠 네가 엄마를 씻어줘야지 넌 힘이 들 테니 엄마의 발만 씻어주렴”하고 말했다. 문득 수능보다 더 중요한 것을 딸아이에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맨손으로 발치와 발 까락사이 등을 꼼꼼히 씻어주는 딸아이에게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을 했다.

“이다음에 엄마가 힘이 없어지면 이렇게 네가 엄마를 씻어 주어야해, 그리고 책을 읽고 너희들이 엄마를 이해해주었다니 정말 고맙구나 하지만 엄마는 좀 생각이 다르단다. 엄마는 20년 전에 한은희 에서 엄마가 되기를 선택했지, 엄마라는 이름은 자기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 가장 행복한 여건을 만들어 주고 그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한단다. 엄마보다 한은희이기를 원했다면 엄마는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해. 자기 존재성이 조금이라도 상실된다고 생각되면 쉽게 이혼을 생각하는 요즘 세대가 엄마는 안타깝게 생각이 드는구나. 이다음에 커서 너도 엄마이기를 선택했을 때 더 참아주고 더 배려하는 엄마가 되렴. 그러면 너로 인해 가정과 네 주변이 훨씬 더 행복해질 거라 믿는다. 엄마는 한은희에서 한사람의 아내로 또 엄마로,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거란다” 한은희 기자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20년 전에 엄마를 선택했단다||한은희 기자의 엄마 일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