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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7.03.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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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는 모두가 연대적 상관성을 지니고 있다. 불교의 연기설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음으로 그것이 생기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의 일상사가, 날마다 되풀이되는 천체의 운행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되풀이하는 삼라만상이 그렇다.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무한한 우주적 시간에 의지할 필요도 없다. 당대에, 당일에, 당시에 연기적 현상은 무수히 되풀이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도 효력을 상실하지 않은 삶의 진리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현상도 우리의 삶에 다반사로 일어난다. ‘메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도 언어생활의 지표로 삼을 만한 속담이다. 속담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 바로 비유다.

이런 속담들이 우리 일상의 삶에 깊이 작용하여 훌륭한 교훈을 주기도 하고,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언어생활에서 속담은 빛을 발한다. 속담이나 격언이 담고 있는 함의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거나, 직설어법을 완곡어법으로 바꾸어 구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언어생활은 물론이요,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도를 직설적으로 구사하여, 발언 의도를 필요 이상으로 강경하게 함으로써 상호관계를 경색시키는 언중으로 ‘조폭과 정치인’을 들 수 있다. 조직폭력배야 원래 의도하는 바가 상대에 대한 강압적인 위협을 생리로 하는 집단이니 더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시작부터 끝까지 육두문자나 원색적인 욕설로 범벅되어 있다. 가족과 함께 이런 영화를 관람하려면 매우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언어가 이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착각할 때가 있다. 민주 절차에 의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조롱거리로 삼고, 삼권 분립이나 지방자치의 원리와 원칙을 무시하고 사건 사고만 났다하면 온갖 책임을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뒤집어 씌우며, 정치적 금도가 지켜지지 않는, 죽고살기식 상대 깎아내리기를 의도하는 정당 대변인들의 성명은 이 나라 정치의 수준을 추락시킬 뿐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에도, 설사 의견이 대립하여 언쟁을 벌이는 사이에도 써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대립되는 논점에서 벗어나 인격적 모욕을 준다든지, 저주나 욕설이 가까운 폭언을 한다든지, 상대방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어뜯는 음해성 정치언어는 이제 그만 둘 때도 되었다. 왜냐하면 이런 정치언어들이 정치의 수준을 하락시킬 뿐 아니라, 국민 정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런 강경하고 무례한 언어는 조폭들이나 쓸 수 있는 말이요, 폭력적 위세에 밀려 위협당하는 사람이나 들을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를 얻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나, 집권을 꿈꾸는 정당들이 쓸수 있는 용어는 아니다.

이런 거친 언어를 구사하면 그 반응은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발설자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간다. 설사 거친 정치언어가 순간적인 쾌감을 주고, 음해성 대응이 자신을 지지하는 지역이나 국민들로부터 환호를 받을 수는 있어도 결국은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다.

우리 국민은 이런 정치언어를 기대한다. 정적의 인격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촌철살인(寸鐵殺人)할 만한 영향을 주는 정치언어, 들을 때는 폭소를 자아내지만 생각할수록 듣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유머러스한 정치언어, 국민에게 삶의 진정성을 성찰케 하는 정치언어는 진정 연목구어란 말인가?

정치언어도 문학에 접근해야 한다. 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시인 작가와 같은 언어생활을 부지불식간에 구사한다. 속담을 구사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든지, 잠언을 빌어서 가족이나 아랫사람에게 덕담을 주거나 훈계한다. 문학적 함의는 언어생활의 격조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비유적인 표현이나 완곡어법 등은 문학의 주요한 표현기법일뿐 아니라, 우리의 언어생활에 윤기를 더해주고 건조하기 쉬운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데 기여한다. 공인, 특히 정치인들도 이런 비유적인 표현이나 완곡어법을 구사하여 성숙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삭막해지기 쉬운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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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공인의 언어순화||김일환/서산지역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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