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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운 ‘리더십’때문이라고?

데스크칼럼∥이병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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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6.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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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청 공무원들의 잇단 일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술을 마신 후 새벽녘에 시비가 일면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가 하면 한 여성  해설사는 동료 해설사의 핸드폰이 놓여있는 탁자에 커피를 붓고, 가방이 놓여있는 탁자와 의자를 발로 차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고소를 당해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또 일신상의 문제가 불거지자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에서 원만하게 일이 해결되자 명예퇴직 신청을 철회하며 공직자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여기에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민원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이 들통 나면서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는 불편한 얘기들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시청 내부에서는 간부 공무원들에 대한 뒷얘기도 무성하다. 5급 과장으로, 혹은 그 이상의 자리를 꿰차고 앉으면 예전의 의욕적인 활동성이 그냥 멈춰 선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의 얘기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일처리가 능동에서 수동으로, 더불어 방관자적 입장으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그저 밑에서 올린 업무나 보고 받아 지시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결재판에 사인만 한다.

일부 6급 팀장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포착된다. 아니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뒤지지 는 용호상박이다. 명색이 간부랍시고 현안 업무에서 손을 뗀다. 고작 두서너 명에 그치는 아랫사람들이 과중한 업무 탓에 제때 퇴근도 하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나 보다 앞서 이 자리에 앉았던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관례에 따라 나도 그냥 업무 지시만 내리면 된다는 식이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부지런히 뛰어 달라고 소위 간부 계급장을 달아 줬더니 세월아 네월아 하는 철밥통 숫자만 늘려 놓은 꼴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말인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한번 높아진 지위는 절대 ‘빠꾸’가 없고, 공무원이란 철저한 신분 보장에 따른 봉급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차곡차곡 올라가니 이만한 직업이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다.

공직자들의 행태에 대한 잡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한 대책과 해법은 늘 있어 왔지만 크건 작건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에게 유혹도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시청 공무원들의 일탈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맹정호 시장의 리더십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시장이 너무 너그럽고, 관대하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간다. 그러니 공무원들의 나사가 다 풀어졌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해 보인다. 시장이 카리스마를 갖고 스파르타식의 강력한 조직 관리를 하면 공무원들이 ‘나사 풀린 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더더욱이 ‘너그러운 시장의 리더십’이 공직기강을 해이하게 한다는 건 지나친 해석이다.

민주 시민이자 자율적 인격체라면 시장의 리더십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시장의 눈치나 보고 이럴까 저럴까 결정하는 공무원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사고’를 칠 부류에 불과한 것이다.

맹정호 서산시장의 포용적ㆍ관용적 조직 관리는 뒷말을 들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수준 높은 리더의 자질’이다.

서산시청 공무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능동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각자가 책임 있는 조직의 중심이 될 때 일탈행위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경거망동은 무책임에서 비롯된다.

엉뚱한 원인을 찾을 때가 아니다. 진단을 올바로 해야 말끔하게 고칠 수 있다. 일탈행위가 적발된 공직자는 시스템에 따라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 실태를 엄밀히 파악해 정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본인은 물론 주변 동료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행동을 삼가고 자중한다.

필요에 따라 재기의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처방은 신속해야 한다. 공직자의 일탈은 곧 시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자신이 저지른 뒷정리를 하느라 해당 공무원은 그 만큼 업무에 소홀해지고 처리 결과에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민원인이나 동료들은 당사자에게 말을 아끼게 되고 서서히 소통이 단절된다. ‘관대한 시장’과 ‘진정한 공복(公服)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숙한 공무원으로 하루빨리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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