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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9.0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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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배.jpg

 

우리 인간들은 강한 듯하면서도 한없이 약한 존재입니다. 한번 무너지면 끝없이 추락하고 마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 듯싶습니다. 가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습니다. 자살 공화국이라는 소리도 듣습니다. 특히 노년층의 자살률은 OEDC 국가 중 세계 1위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어째서 이런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할까요? 학자들은 절망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구원의 손길이 보이지 않을 때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절망감의 원인은 실로 다양할 것입니다. 통계 숫자로 보면 대체로 경제적 어려움, 질병, 우울증 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하여보면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한 것일 수가 있습니다. 빈곤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있었습니다. 항상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오늘의 현실에서 절망을 느끼는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외톨이 문화에서 오는 고독일지도 모릅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주는데 부족한 주택은 지어도 지어도 부족합니다. 모두 나 홀로, 외톨이 때문입니다. 한 집에 열 명도 넘는 식구들이 한 지붕 안에서 오물오물 살던 옛날이라면 지금처럼 주택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고 외로움도 덜할 것입니다. 나 홀로의 삶, 외톨이 인생, 생각만 해도 고독해지지 않는가요?

 

창밖을 보던 아내가 “오늘 범인을 알아냈다”라고 했습니다. 며칠 전 아내가 머루가 자꾸 없어진다고 하며 내가 따먹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따먹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며 꼭 익은 머루알만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관심 없는 이야기여서 잊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궁금했습니다. 누가 따먹었느냐 물으니 바로 새라고 했습니다. 이름 모를 새 두 마리가 날아와 이리저리 기웃거리더니 익은 열매가 없자 그냥 날아가더란 것입니다. 복분자도, 물앵두도 새들에게 거의 빼앗겼습니다. 하나도 억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떼거리로 몰려와 짹짹거리며 즐겁게 먹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새들은 처음부터 떼로 몰려오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한 마리가 날아와 열매를 발견하고는 다음부터 두 마리가 되고 점점 숫자가 많아져 떼거리로 몰려옵니다. 그걸 보면서 나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나도 좋은 걸 공짜로 만났을 때 이웃을 불러 함께 즐겼을까? 아니면 몰래몰래 찾아와 혼자 먹었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며 피식 웃었습니다. 둘 다 내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류는 끊임없이 가장 이상적인 국가나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사회주의라든가 혹은 공산주의라는 제도나 사상이 생겨난 것은, 자본주의가 갖는 물질의 불균형 (빈익빈 부익부) 문제들 때문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제도나 사상만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역사가 증명해주었습니다.

 

설교 예화에 천국과 지옥의 견학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사람이 천국과 지옥을 견학하러 갔습니다. 먼저 지옥에 갔더니 모두 빼빼 말라서 아사 직전인 사람들이 우글거렸고 천국에 가 보았더니 부옇게 토실토실 살진 사람들만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천사에게 물었습니다. “천국과 지옥의 식단이 다릅니까?” 그때 천사가 대답하기를 똑같은 식단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먼저 지옥의 식당에 가봤습니다.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식탁에는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다만 특이한 건 무척 긴 수저가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그 긴 수저로 서로 자기 입을 향해 음식을 넣으려 힘을 썼으나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음식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천국의 식당으로 가봤습니다. 거기에는 벌써 음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긴 수저로 열심히 그리고 정성껏 음식을 떠서 서로 상대편에 사람에게 먹여주고 있었습니다.

 

어디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살 것인가요? 가장 아름다운 삶은 함께 사는 것입니다. 외롭게 떠 있는 섬들도 다리를 놓아 고독을 달랩니다. 마당에 찾아오는 새처럼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물질도, 사랑도, 아픔까지도 나누면서. 김풍배/목사·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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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가치, 어디에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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