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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지 못하면?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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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1.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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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배.jpg
김풍배/목사

 

신문을 읽고 일어나는데 허리가 시큰했습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좌우로 허리를 돌려보고 두드려도 보았지만 점점 허리에 힘이 빠지고 시큰거리고 아팠습니다. 파스를 붙여도 여전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한의원에 가서 찜질도 하고 침도 맞고 부항도 떴습니다.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했으나, 일어나보니 통증은 더했습니다. 거동조차 힘겨웠습니다. 약국에 가서 근육 이완제와 진통제를 사 먹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문득 박완서 작가의 ‘일상의 기적’이란 글이 떠올랐습니다. 찾아서 다시 읽어보니 바로 내 이야기를 쓴 듯해서 공감이 갔습니다. 작가가 소개한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중국 속담도 실감 났습니다.

아파보니 참으로 우린 기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박사는 일상은 차라리 기적이라며 매일 아침 눈 뜨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제가끔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다름 아닌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적만 바라며 살 수 없습니다. 탈 없는 일상의 기적을 만들어 내려면 반드시 거기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허리가 삐끗한 원인이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르지 못한 내 자세에 있었습니다. 나는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조간신문을 읽습니다. 1면에서 마지막 면까지 제목만이라도 거의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대략 두어 시간이 걸립니다. 그날은 침대와 책상 사이 좁은 공간에서 신문을 방바닥에 놓고 바르지 못한 자세로 장시간 신문을 본 결과였습니다. 바르지 못한 자세. 그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어찌 몸만 그럴까요? 마음도 바르지 못하면 잘못된 길로 갑니다. 불로소득, 일확천금, 이런 건 애초부터 신기루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걸 쫓아다닙니다.

필자가 열일곱 살 때, 그러니까 꼭 육십일 년 전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서울을 가 보았습니다. 작은아버지가 서울로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모처럼 서울 구경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보이는 모든 게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아침만 먹으면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하루는 동대문 근처에 갔을 때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무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한참을 구경하였습니다. 엎어 놓은 컵 세 개, 그 밑에 작은 주사위를 숨기고 돈을 건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요리조리 섞은 후 주사위가 있는 곳을 맞히면 돈을 두 배로 돌려주고, 틀리면 돈을 가져가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나는 열 번이면 열 번 다 맞힐 수 있는데 사람들은 엉뚱한 데를 가리켜 돈을 잃었습니다. 한참을 구경하다 나도 모르게 돈 5천 원을 걸었습니다. 물론 내가 이겼습니다. 주위 어른들이 참 눈이 밝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 더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만 원을 걸었더니 또 내가 이겼습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을 나를 응원했고 주인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때 돌아섰으면 1만 원을 따서 기분이 좋았을 터인데, 어른들이 부추기는 바람에 다시 1만 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졌습니다. 틀림없이 두 번째 컵에 넣었는데 1번 컵 밑에 주사위가 놓여있었습니다. 오기가 생겨서 호주머니에 있는 내 돈을 다 걸었습니다. 가지고 간 돈 2만 원을 다 잃고 돌아섰습니다. 얼마나 후회했는지….

그 후로 나는 정당한 대가가 아닌 돈은 손에 대지 않았습니다. 사행성 오락은 물론 삶 자체에서도 노력 없이 얻는 물질은 절대로 탐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걸 깨달은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사기를 당하는 것도 노력의 대가보다 더 큰 걸 얻고 싶은 욕심 때문은 아닐까요?

가끔 고위 공직자나 정치가들이 불의한 일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구속되기도 합니다. 모두 다 바르지 못한 처사로 인해 패가망신(敗家亡身)을 당한 경우입니다. 모름지기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과 처신을 바르게 해야 합니다. 지난해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직무 관련 정보로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해 충돌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아픈 허리도 상당히 부드러워졌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지 않으면 허리가 고장 납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허리를 만지면서 몸도 마음도 바르게 살기를 작정합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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