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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7.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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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기 서산시의회 의원

기후변화는 이제 단순한 미래의 가능성을 논하는 주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 눈앞에서 일상적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계절은 더 이상 과거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여름은 평균 20일 길어졌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전통적인 계절 구분이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계절의 흐름이 뒤틀리는 이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위기이다.

 

먼저, 농업 현장은 이러한 계절 변화로 인한 혼란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고 있다. 한국 농업은 전통적으로 24절기를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의 변화, 계절의 시작과 종료 시점이 뒤바뀌면서 이러한 절기를 기준으로 한 농사 계획은 점점 맞지 않게 되고 있다. 한창 심어야 할 시기에 예기치 못한 폭우가 쏟아지고, 수확해야 할 시기에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로 작물이 망가지는 일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이는 농업 생산성과 품질의 저하로 직결되며,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나아가 국가 식량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계절적 변화는 단지 농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도시 생활, 생태계, 그리고 국민의 건강에 이르기까지 그 여파는 매우 광범위하다. 여름철 폭염은 에너지 소비를 급증시키며, 특히 노약자와 만성질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도심에서는 열섬 현상이 심화되어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른 냉방 비용의 증가와 전력 수급 문제는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생태계 또한 무너져 가는 계절의 경계로 인해 심각한 교란을 겪고 있다.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꽃이 피고 나무가 싹을 틔우는 시기가 빨라지는 반면, 이를 매개로 하는 곤충과 새들의 활동 시기가 엇갈리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깨뜨리며, 특정 종의 개체 수가 급감하거나 급증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설정한 목표를 넘어선 수치로, 인류가 기후위기의 문턱을 넘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여 농가에 맞춤형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필지 단위의 기상 정보를 바탕으로 가뭄과 홍수 같은 위험 요소를 사전에 알림으로써 농업 재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기상청은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를 ‘여름철 방재기상업무 기간’으로 지정하여 재난 예방과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변화무쌍한 여름철 날씨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의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산업과 교통, 에너지 정책 전반에서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고, 국민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농업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의 절기 중심 농업에서 벗어나 기후 예측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영농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농민들의 생계를 지키는 것을 넘어, 국가의 식량 안보와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셋째, 도시계획과 에너지 정책 역시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도심 내 녹지 공간을 확대하고,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한편,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도시 기반 시설의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민 모두의 인식 변화와 실천이 중요하다.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임을 자각하고, 이에 대응하는 생활습관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개인의 작은 실천, 예컨대 에너지 절약, 재활용 생활화, 대중교통 이용은 집단적으로 모였을 때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계절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시대, 우리는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미래를 결정한다. 무너져가는 계절의 경계를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바로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srsoccer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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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가는 계절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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