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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이 ‘인간애’를 더 할 때
    반세기 쯤 지난 일이다. 해미면사무소 민원실에 날마다 어느 노인이 찾아왔다. 일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무료하게 앉았다 가곤했다. 주로 점심시간이었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여러 날 째 계속되었다. 민원실 한 여성공무원의 눈에 예사로 비치지 않았다. 사연을 들어보니 갈 곳이 없고 점심끼니를 때울 형편이 되지 않아서였다. 이야기를 들은 그 공무원은 다음 날부터 도시락을 두 개씩 준비했다. 부담을 갖지 않고 드실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오랫동안 이어갔다. 얼마 전, 한 중앙일간지에 ‘사우나 전전하던 확진자에 집을 내어준 복지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서울에 폭우가 내렸던 날 오후, 서울 종로구보건소로 전화가 걸려왔다. 형편이 어려워 찜질방을 전전하며 지내던 노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마땅히 격리할 곳이 없다는 구청 담당 직원의 전화였다. 그 노인의 임시 거처를 수소문했지만 숙박업소들도 거부한다며 보건소에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그때 최은정 사회복지사가 “제 집에서 머물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최 복지사는 “당시 퇴근 시간이 가까운 무렵이었고 비도 많이 내렸다”며 “노인 환자분이 비가 내리고 있는데 머물 곳 없이 밤을 보내긴 어렵겠다는 생각에 먼저 제안을 했다”는 것이었다. “전염 가능성도 있는데 꺼려지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주택이라 가족들과 서로 분리한 채 생활할 수 있고 마침 빈방이 있다”며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도 했다고 한다. 가족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최 복지사는 “처음엔 격리할 곳만 제공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약 처방과 식사 마련 등 돌봄이 필요한 것이 많았다”며 “아이들도 ‘엄마가 좋은 일을 하는 데 돕고 싶다’며 식사 준비를 거들었다”고 한다.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 김도아 방문복지담당과 황수미 주무관은 관내 한 가정을 방문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103세의 노인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지만, 고령인 데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어 단독 격리상태로 있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를 파악한 김 담당과 황 주무관은 방호복을 입은 채 3일 동안 식사를 지원하고 처방 약 복용 확인 등 건강 상태를 직접 챙겼다. 두 사람의 헌신 덕분에 이 노인은 무사히 격리기간을 지낼 수 있었다고 했다. 며칠 전 경기도 수원시에서 충격적인 세 모녀 사망사건이 있었다. 8년 전 세상을 울린 송파 세 모녀 사건의 판박이였다. 송파사건 이후 정부에서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짠다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메워지지 못한 틈이 있었다. 규정과 제도를 벗어나는 사각지대의 어려운 사람들에 게 공무원이나 관계자, 그리고 이웃의 보다 큰 관심과 문제의식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코로나가 오랫동안 종식되지 않으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딱한 사정에 있는 분들을 제도적으로는 도와줄 마땅한 방도가 막연한 경우가 없지 않다. 이럴 때 스스로 나서서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베푸는 인정,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보시이고 인간애다. 공직자는 규정에 따라 일하는 것만으로도 그 임무를 다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함에도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위하여 선뜻 나서는 자세는 본받을 만하다. 공직자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할뿐더러 공직사회에 대한 믿음으로까지 연결된다. 칭송 받아 마땅한 일이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익 추구와 국민에 봉사를 책무로 하고 있다. 때문에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비난과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반대로 벗어나지만 않고 범위 안에서 일한다면 책임을 지거나 문책을 받지 않는다. 앞의 사례와 같은 몇 몇 공직자들의 선행이 마중물이 되어 공직내부는 물론이고 사회에 까지 인정이 스며들도록 하게 되리라 믿는다. 공직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미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회에는 순수한 뜻으로 봉사하고 어려운 사람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분들에게 주는 의미도 크다. 모두 사회를 밝히는 빛이고 건강한 사회를 위한 마중물이다. 재워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요소를 해결해 주는 선행이다. 3년 째 창궐하는 역병은 끝이 보이지 않고, 국제경기 침체와 더불어 국내 경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속되는 고물가는 어려운 사람들의 살림을 더욱 팍팍하게 한다. 법에 의한 지원은 한계가 있다. 보이지 않는 ‘구멍’이 있는 것이다. 어려울 때 바라보고 기대고 싶은 곳이 정부이고 지자체이며 공무원이다. 공무원들은 규정에 따라 일하는 자세에 더하여 인간애를 발휘하는 선행과 봉사심은 그래서 더 빛을 더한다. 의무가 아님에도 베푸는 미담은 더욱 돋보이게 마련이다. 글 앞에 소개한 분은 전 서산시 H국장의 옛이야기다./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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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05
  • “나부터 청렴 실천”
    청렴의 뜻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이다. 역사 속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청렴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는 ‘청렴은 목민관의 본연의 임무로 모든 선의 근본이요, 모든 덕의 뿌리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목민관 노릇을 할 수 있는 자는 없다’라고 했다. 서산대사도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말들을 통해 우리는 공용물은 공적인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고, 직무수행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행해야 하며, 이유 없는 특혜를 배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서산시에서도 청렴한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간부공무원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청렴실천 의지를 다지고 다양한 청렴시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5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청렴실천 결의 및 청렴교육을 실시하여 간부 공무원들이 앞장서 공직사회의 관행적 부패를 척결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문화를 조성하는데 모범이 될 것을 다짐했다. 또한 민·관 청렴 거버넌스 구축과 청렴 문화 조성 앞장을 위해 복지문화국, 건설도시국에서는 관련 단체와 청렴 실천 협약식을 갖고 청렴 거버넌스를 통해 지식과 정보 교류, 청렴에 관한 공동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상호 간 신뢰를 확보하고 청렴문화 확산에 기여하기로 했다. 우리 서산시에서는 또 청렴한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비대면 청렴캠페인(청렴서한문, 카카오톡 메시지, 청렴문자 발송 등) ▷청렴결의와 맞춤형 교육 ▷청렴실천 안내서 제작 ▷부정청탁, 감사제보, 갑질피해신고센터 운영 ▷소통의 장인 청렴토크 ▷청렴 거버넌스 구축(민관 협의체 구축) ▷청렴통로 조성 등 다양한 청렴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렴은 모든 공직자의 본연의 의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 되어 주며 모든 덕행에서 최고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공직자의 자세로서 청렴의 기본이 되려면 외부의 통제 수단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단속하는 것, 즉 공직자 스스로의 내부의 통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공무원에 최고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청렴한 공직문화를 구축하고 갑질 근절 및 예방을 위해선 공공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직업인으로서 시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표현에 맞게 청렴한 마음가짐이라는 덕목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함이 분명하다. 우리 공직자 스스로 나부터 청렴한 공직자가 되어야겠다고 실천 의지를 다지고 함께 노력한다면 서산시의 청렴도는 전국에서 제일 으뜸이 되리라고 본다. 우리 서산시가 청렴도 향상을 위해 어떠한 노력 등을 하고 있는지 되새겨 보고 청렴도 1등급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우리 함께 청렴한 서산 만들기에 동참을 당부하고자 한다. 청렴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에게 항상 신뢰받는 행정과 공직자 모두의 청렴을 향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 역시 오늘도 적극행정으로 서산시의 시정구호처럼 ‘도약하는 서산, 살맛나는 서산’을 위한 활기찬 하루를 다짐해본다./한명동 서산시 감사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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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04
  • 얼굴이 붉어지다(진천을 다녀와서)
    한국문협 서산지부 회원들과 함께 추계 문학기행으로 백두진 문학관과 조명희 문학관을 견학하기 위하여 길을 나섰습니다. 8월 끝자락의 하늘은 더없이 맑았습니다. 파란 에메랄드 하늘가엔 흰 구름이 마치 백조가 나래를 펴서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초가을의 바람은 청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두어 시간 남짓 걸려 안성에 있는 박두진 문학관에 도착하였습니다. 안성에는 편운 조병화 문학관도 있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필자는 ‘해’와 ‘갈보리의 노래‘를 즐겨 암송할 만큼 박두진 시인과 그의 시를 좋아합니다. 박두진 시인은 독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많은 신앙 시를 남겼습니다. 박두진 문학관은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북평리에 2014년에 건립계획을 수립하고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2016년 4월에 기본설계를 마치고 2년 반 만에 완공하였습니다. 10.512㎡(315평) 부지에 옥상을 포함한 지상 3층 총면적 999.45㎡(85평) 규모로 2층 건물이며 총사업비 28억 8천만 원으로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박두진 문학관에는 그의 유족이 기증했다는 750여 점의 박두진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그의 저서, 친필원고, 유품, 수석, 글씨와 그림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문학관을 둘씩이나 가지고 있는 안성시에 한없는 부러움을 뒤로하며 진천으로 향했습니다. 고개 하나를 넘으니 충청북도 진천 땅이었습니다. 진천읍 포석길 37-14에 이르니 포석 조명희 문학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문학관은 2011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14년 4월에 착공하여 이듬해인 2015년 5월에 개관하였다고 합니다. 기록을 보니 사업비는 국비 12억 원, 도비 9억 원, 군비 9억 원 등 총 30억 원을 들여 1,180㎡의 부지에 979.32㎡의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로 세워졌습니다. 1층은 조명희 선생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전시실로 마련됐으며, 2층은 지역 문인들이 집필 활동과 문화 교류 등을 할 수 있는 창작·문학 사랑방, 문학연수실, 학예 연구실이 있었습니다. 3층은 문학제, 학술발표회 등이 가능한 126석 규모의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태양광에너지 시설과 옥상정원을 설치해 친환경적인 시설로 건축됐다고 합니다. 포석 조명희(趙明熙 1894-1938)는 충북 진천군 출생으로 러시아지역의 대표적인 민족 문학 작가로서 고려인 한글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됩니다. 그는 민족 문학의 선구자로 1923년 우리나라 최초로 창작 희곡집 ‘김영일의 서’를 펴냈고 1924년 우리나라 최초의 미발표 창작시집 ‘봄 잔디밭 위에’를 펴냈으며 1927년 소설 ‘낙동강’을 발표한 근대문학의 거목이라 안내 책자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문학관 앞 정원에 세워진 높이 5.7m의 조명희 동상이었습니다. 금방이라도 포효할 듯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역동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걸어온 삶과 문학을 상징한다는 해설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인구 9만여 명에 불과한 진천 시내 곳곳에서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포석의 생가터에 가보면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조명희를 비롯한 충북 대표 작가 15인의 충북 문학관이 있고 포석 문학공원을 비롯하여 포석의 길이 있고 충북 학생 교육 문학관이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이상설 기념관과 진천 종 박물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천 농다리로 갔습니다. 진천 농다리는 진천군 문맥면 구산동리 굴티 마을 앞을 흐르는 세금천에 놓여 있는 다리를 말합니다. 애초에는 충청북도의 유형문화재 제28호 진천 농교로 지정되었으나 2013년 1월 18일 문화재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가서 보니 커다란 돌을 쌓아 만들어진 다리였습니다. 안내문을 보니 길이는 93.6m, 폭 3.6m, 교각 1.2m 정도로 28칸의 교각이었습니다. 관광 명소로서 오늘도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였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사무국장이 S고문에게 문학기행 소감을 묻자 이렇게 소회를 밝혔습니다. “서산은 18만, 곧 19만 명이 되는 데도 이런 문학관 하나도 없고 이렇게 진천처럼 볼거리, 먹을거리 하나 없는 걸 생각해보니 얼굴이 붉어집니다.…” ‘얼굴을 붉히는 건 어찌 S고문뿐이겠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 삶의 질을 높이는지를 눈으로 본 하루였습니다.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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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04
  • 혼외자에 사인증여 약정 생전에 철회 가능
    [요지] 증여자가 사망할 경우 증여자 소유 부동산을 혼외자에게 주기로 한 사인증여 약정을 생전에 철회할 수 있는지(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245330 판결). [개요] 甲이 내연녀 乙에게 甲과 乙사이에 출생한 혼외자인 丙에게 甲 소유의 부동산을 죽으면 주기로 하는 사인증여 각서를 작성해주면서, 위 부동산을 혼외자인 丙이 아닌 내연녀인 乙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는데, 그 후 甲과 乙의 사이가 안 좋아져 헤어지면서 甲은 혼외자인 丙에게 주기로 한 부동산에 관한 사인증여를 철회한다고 하며 乙이 근저당권자로 설정되어 있는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를 구한 사안. [대법원 판단]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증자는 그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하여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사인증여의 경우 유증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유증자는 언제든지 유증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님을 근거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판시하며, 이 사건에서 甲의 사인증여 철회는 정당하므로 甲이 乙을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를 구하는 것은 이유있다고 하여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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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04
  • 최고의 상소문
    임진왜란 당시에 충무공 이순신의 생명을 구한 약포 정탁의 상소문(伸救箚)이 보물로 지정될 것이라 합니다. 이 상소문을 선우정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최고의 상소문이라 했습니다.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지 5년 만에 다시 쳐들어온 때 충무공은 출정 명령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한양으로 압송되었습니다. 선조는 노하여 ‘임금을 속인 자는 반드시 죽인다’라고 했습니다. 신하들도 입을 모아 이순신을 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때 우의정이었던 약포 정탁이 목숨을 걸고 신구차라는 상소문을 올렸습니다. “이순신은 큰 죄를 지었지만, 성상께서는 극형을 내리지 않고 인을 베푸시려는 일념으로… 이순신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보시려고… 생명에 대한 임금의 어진 뜻이 죽을죄를 지은 자에게까지 미치니 감격을 이길 길이 없습니다.” 임금의 속 좁은 뜻과 반대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순신의 작은 공로를 세워 주며 “무릇 인재는 나라의 보배이므로 주판질하는 사람까지 재주가 있으면 아껴야 하는데 장수의 재질을 가진 자를 오로지 법률에만 맡길 수 있느냐”고 호소했습니다. 이순신을 죽이면 졸장부라니 선조도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상소로 인하여 충무공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며 나라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만 대단해서가 아니라 염라대왕의 마음도 바꿀 수 있는 완벽한 설득의 기술을 보여주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임금과 신하 사이의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지금도 여전히 설득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에게 바른말을 하는 건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처럼 위험합니다. 왕정 시대엔 임금에게 바른말을 했다가는 죽음을 맞이하거나 파직되어 유배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권력자 앞에서 하는 직언은 대부분 권력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충신은 목숨을 걸고 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의 현인 탈레스는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며, 남을 충고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자기 자신의 허물은 감춰두고 단지 타인의 잘못만 지적해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어려운 것이, 충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무의식적으로 고집이 있고, 자존심도 있고 스스로 우월감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감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자기의 주장을 꺾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야 권위나 힘으로 누를 수 있겠지만, 동료나 윗분에게 하는 충고는 다릅니다. 오히려 반감을 갖게 하거나 상처를 받게 할 수도 있고 사이가 더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윗사람에게 드리는 충고는 불이익을 당할 염려와 때로는 위험부담도 따릅니다. 대부분 아랫사람은 상급자의 지시에 토를 달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출세하는 길이요, 처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맹종이야말로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덮어 놓고 따르는 자세야말로 자신은 물론 모두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 해도 인간인지라 실수할 수도 있고 그릇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 옳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아랫사람은 자신에게 미치는 유불리를 불문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진언해야 합니다. 감동하여 생각을 바꾸게 하려면, 윗분보다 몇 배는 더 생각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선출직 지도자일수록 선거를 의식하여 무리한 사업을 강요하기가 쉽습니다. 필자도 그런 분을 모신 적이 있습니다. 고정투자는 신중하여야 함에도 장래를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했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해야 했습니다. 결국 대여섯 가지 문제점을 찾아내어 무사히 넘겼습니다. “참 좋은 안이라 생각합니다.” 제일 처음에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문제들을 하나씩 꺼내며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어떻게 할까요?”라며 의견을 구했습니다. 이렇게 대여섯 가지를 꺼내며 포기하도록 설득하였더니 결국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다행히 별 마찰 없이 소임을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약포 정탁의 상소문을 읽어보며 지난 일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간언을 하는 사람은 몇 배 더 생각하고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다시금 약포의 지혜를 깊이 생각합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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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31
  • 의전
    ‘의전’의 사전적 의미는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해진 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의 ‘의전’은 이른바 ‘높으신 분’들을 좋은 자리에 모시고, 소개도 해야 하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행사를 치름에 있어 행사를 위해 애쓴 사람들을 소개하고, 함께 축하하는 의미는 좋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늘 볼 수 있는 의전은 행사를 치르는 당사자들에게는 부담이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은 물론, 광역·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총선과 지방선거를 치를 때면 이들은 늘상 ‘자신은 시민들의 심부름꾼이며, 시민들을 주인처럼 모실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공무원들이 이 ‘높으신 분’들을 모시고 있으며, 행사를 보려고 찾아온 시민들은 이 ‘높으신 분’들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난다. 의전의 폐해가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높으신 분’들은 또한 무척 바쁘다. 자신들의 소개가 끝나거나, 주요 인사들의 축하 인사가 끝날 때면 한꺼번에 자리를 떠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관련 예산을 책정했으며, 어떻게 사용될 것 등 시민들과의 어우러짐이 아닌, 단지 얼굴을 알리고 형식적인 인사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무의미한 시간이 돼버리는 것이다. 최근 서산시의회가 서산시에 ‘서산시의회 의원 의전 관련 협조요청’공문을 발송한 것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시의회는 이 공문에서 시 주관행사와 보조금 집행행사에서 시장 소개 후 시의원을 소개하고 순서는 의장, 부의장, 운영위원장, 총무위원장, 산업건설위원장 순으로 지정했다. 또 의원은 이름 가. 나. 다 순으로 소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러한 발상이 서산시의회 의장 명의로 공식화됐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지각 원구성으로 비난을 받았던 제9대 서산시의회가 권위 찾기에는 민첩하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또 보조금을 지원받아 행사를 진행하는 단체들의 입장에서 예산권을 담보로 벌이는 갑질 오해를 살수 있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필자는 당초 절반이 넘는 시의원이 초선으로 의정 경험이 없다 보니 과연 집행부 견제를 충분히 할 수 있을까, 집행부 공무원들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정작 들여다봐야 할 것은 못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집행부와 시의회의 안정적인 관계가 절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2중대’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신진 정치인들이 지역정치 무대에 등장했다는 것만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초선이라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일 수도 있다. 그런데, 파격이 필요한 이유가 뭔가? 늘 해오던 틀을 깨지 못하면, 영원히 그 틀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초선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바가 컸었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초선 의원들 중 누구하나 이러한 ‘의전’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데 상실감이 크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치부할 수 밖에 없다. 서산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행사를 취재하다보면 대부분의 의전이 이러하다. 외부행사를 예로 들면. 우선 행사진행자가 내빈을 소개한다. 시장,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은 물론 시의원들도 일일이. 그럼 시의원은 또 일일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게 된다. 다음으로 시장이 축사 또는 대회사를 하는데, 이 연설 내용에는 참석해 준 시의장과 시의원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으로 또 일일이 거명한다. 국회의원도 축사를 하며 마찬가지로 일일이 거명하고, 시의장도 축사하면서 또 ‘내 식구’라고 일일이 호명한다. 몇 번을 소개받는 지 모를 지경. 어떨 때는 소개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또 다시 소개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쯤 되면 행사를 찾은 일반시민들은 짜증이 밀려온다. 행사에 초청돼 왔더니, 내빈 소개와 연설 듣는 데만 20분을 훌쩍 넘긴다. 선거운동 할 땐 그렇게나 시민들을, 주민들을, 주권자를 섬기겠다고 연신 고개 숙이며 간이라도 빼 줄 듯 인사하더니, 이젠 전세역전인가? 아니면 태세전환인가? 이것도 무감각하게, 무비판적으로, 해오던 관습대로의 격식이다. 서두에 말한 대로 초선들이 기대되는 것은 경험은 적어도, 파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의전은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허례허식에 불과함을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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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24
  • 밥만으로는 행복을 채울 수 없다
    2021년 7월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는 한국을 선진국 그룹에 포함한다고 선포했습니다.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70여 년 만에 이룬 기적의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진국의 조건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부의 기준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1인당 소득수준, 산업구조, 교육과 문화 수준, 기대 수명 등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는 인간의 욕구 위계이론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의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는 안전의 욕구, 3단계는 소속과 사랑의 욕구, 4단계는 존중의 욕구, 마지막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자아실현 단계이며 그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욕구의 만족(행복)을 채울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는 곧 문화 수준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란 속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생존의 욕구는 가장 낮은 단계로,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 해당하는 욕구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의 질과 행복은 경제력이나 수명에만 있지 않고 정신적 만족을 채워야만 비로소 참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문화란 바로 자아실현 단계입니다. 그러므로 선진국 조건에 문화 부분이 포함된 건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일찍이 백범 선생은 그의 저서 백범일지에서 이렇게 천명하셨습니다. “부력(富力)은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선생은 문화가 지니는 힘과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3만 5천 불의 국민 소득으로 먹고살 만하게 되었습니다. 군사력도 세계 6위로 감히 어느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음악, 영화, 체육,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싸이, BTS,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많은 K-팝 가수가 세계의 팝을 선도하고 있고, ‘기생충’, ‘미나리’ 같은 영화는 그 유명한 아카데미의 높은 벽을 정복하였습니다.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오징어 게임’, ‘카터’,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들이 세계 순위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세계적 가수 조수미, 신영옥 등은 한국의 자랑이 되었고, 축구 선수 손흥민, 겨우 18세 약관의 나이로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백범 선생이 그토록 염원했던 문화 강국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한류가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할 때 백범 선생의 선견지명에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늘에서 크게 기뻐하실 듯합니다. 지금은 지자체별로 문화의 힘을 깨달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당진을 생각하면 ‘심훈 문학관’이 떠오릅니다. ‘필경대’와 ‘상록학원 터’와 폐교를 이용한 ‘아미 미술관’이 생각납니다. 홍성하면 ‘김좌진 장군’과 ‘한용운 생가터’, ‘이응노 화백의 집’ ‘홍성 문학관’ ‘홍주 천년 문학관’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예산하면 ‘의로운 형제 마을’ ‘황새 공원’, ‘추사 고택’, ‘한국 토종 씨앗박물관’, ‘한국 인장박물관’, ‘윤봉길 의사 기념관’ ‘한글 문자 조형연구소’등이 떠 오릅니다. 문화는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라는 토양에 자아실현의 욕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면 인간이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 말고 어느 동물이 자아실현이란 욕구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사회가 1단계, 생존의 욕구에 집착하고 만다면 천민자본주의 사회에 머물고 말 뿐입니다. 밥만으로는 행복을 채울 수 없습니다.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문화의 힘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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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24
  •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 적법 여부
    [개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응급조치인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의 적법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2도2076 판결) [사례] 가정폭력이 발생하였다는 내용으로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가정폭력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 및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분리조치를 취한 것이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단] 구「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0. 10. 20. 법률 제174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상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제2조 제1호), 가정구성원에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제2조 제2호 가.목). 그리고 ‘가정폭력으로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에 해당하는 죄’는 가정폭력범죄에 포함된다(제2조 제3호 가.목).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응급조치로서,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즉시 현장에 나가서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1호는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를, 같은 항 제2호는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다)”를, 같은 항 제3호는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를, 같은 항 제4호는 “폭력행위 재발 시 제8조에 따라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를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에다가 구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위와 같은 응급조치를 둔 취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함에 있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분리조치를 취한 것은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따른 응급조치로서 적법하고 설령 이에 대해 피해자가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경찰관의 공무집행이 적법하다고 보아, 위 경찰관을 폭행한 피고인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 오피니언
    • 칼럼
    2022-08-24
  •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해당 여부
    [개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12419 판결) [사례] 피고인이 피해아동(여, 15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가슴을 노출하도록 하고, 자신의 자위행위 장면을 보여준 행위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단]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다양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법원은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아동·청소년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대상임을 전제로 판단해왔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하고(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참조),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에 있어서 설령 아동 자신이 동의하였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6480 판결 참조). 아동·청소년이 자신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는 데에 동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1501, 2014전도197 판결 참조).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안에서 원심이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과 피해 아동이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하였고, 이 사건 영상통화가 피해 아동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사정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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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2-08-17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옛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벼가 익는다는 것은 사람의 인격이나 지식의 정도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더 겸손해지라는 말로 해석되고 있다. 어릴 적부터 학교생활을 하면서 줄 곧 들어온 속담이지만 인생을 살면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 듯하다. 표현은 달라도 같거나 비슷한 뜻을 지닌 속담도 있다. ‘곡식 이삭은 여물수록 고개를 숙인다’, ‘여문 곡식일수록 더 머리를 숙인다’, ‘물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 ‘병에 가득 찬 물은 저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속담들이 그런 본보기들이다. 좀 더 직설적인 표현들도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대표적이다. 속담집 ‘우리 속담 풀이’는 “빈 수레가…”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더 아는 체하고 떠든다는 말’또는 ‘가난한 사람이 있는 체하고 유세 부릴 때 빈정거리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속담에 “도랑물이 소리를 내지 깊은 호수가 소리를 낼까” “들지 않는 솜틀은 소리만 요란하다” “먹지 않는 씨아에서 소리만 난다” “못 먹는(안 먹는) 씨아가 소리만 난다”가 있다. 작금의 우리 정치를 들여다보면 이 속담의 실천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대부분이 출마에 나설 땐 저마다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고 민심을 바탕으로 참 정치를 펴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어 국회에 입성한다. 그러나 국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민의는 오간데 없고 자신들이 속한 정당의 당리당략에 맞춰 이해타산에만 집중해 민심을 저버리고 만 정치행태를 보여 민의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집권당이건 야당이건 서로 ‘반대에 의한 반대’만을 일삼으며 민생에 관련된 수많은 법안들이 고스란히 입법절차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를 보면서 국회입성을 위한 노력을 할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양상을 보이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왜 이리도 이 속담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늘 초심으로 국가가 우선이 되고 국민들이 잘사는 나라, 자신들의 지역구가 가지고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할 의원들이 당의 이익만을 앞세워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려고 국민들의 표심이 총선 때만 되면 크게 요동치고 있음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터인 데도 고개 숙인 벼의 모습은 오간데 없어 국민들에게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다. 정치권에 덜 익은 벼이삭 같은 사람들 때문에 또한 너무 익어 알곡이 떨어져야할 사람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진정한 강자나 실력자는 자기를 과시하지 않고 교만을 부리지 않는다. 상대방 말을 잘 들어주고 빙그레 웃고 만다. 그리고 여러 말 하지 않고 핵심만 지적한다. 실력 없는 사람이 거들먹거릴 때도 웃으며 고개만 끄덕일 뿐 비난도 하지 않는다. 환한 얼굴과 부드러운 모습만 보여 줄뿐이다. 잠언에 ‘교만에는 재난이 따르고 겸손에는 영광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겸손한 사람들은 따르는 사람이 많고 적이 없다. 그것은 ‘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참 매력’은 마음씨 즉 덕성에서 나온다. 이 덕성은 교만에 빠지지 않고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데서 자라나는 것이다. 익은 벼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사람들도 지식이나 인격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라고 하는 속담처럼 우리의 국회의원들도 당리당략보다는 민심을 챙기고 잘사는 부강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잘 익은 벼처럼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강춘식 서산인재육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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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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