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왔습니다 -김풍배 칼럼 4년-
김풍배 칼럼
1월 28일은 필자의 생일이었습니다. 2021년 ‘김풍배 칼럼’ 이란 이름으로 시작해서 만 4년째 되는 날입니다. 저 같은 부족한 사람이 200여 편의 칼럼을 4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서산타임즈 지면 한 자리를 지켰다니 기적 같은 생각이 듭니다. 200자 원고지 2.200매, 책으로 엮어도 두꺼운 책 3권 분량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입니다. 쓸 때마다 기도했고 막히면 하나님께 도움을 구했습니다. 그러면 길이 보였습니다.
저는 칼럼을 쓸 때마다 마치 가파른 산을 등산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 때는 비교적 쉬운 길도 있었으나 어떤 때는 좁고 가파른 길이어서 쉬어가고 싶고 이제 고만 내려갈까 하는 마음도 들 때가 있었습니다. 포기했던 시(詩)도 생각났고 소설도 생각났습니다. 내려가서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속삭임도 들렸습니다.
그때, 문득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보람이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올라가자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그때 들리는 생수 같은 한마디, 그것은 바로 독자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서산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수원에서, 대전에서 때로는 멀리 경상도에서까지 전화로, 카톡으로 격려와 응원이었습니다.
시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으로부터 “칼럼 잘 읽고 있네” “제일 먼저 그걸 본다네”라며 칼럼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신문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며 이 말 한마디가 힘들었던 순간들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수원의 Y 박사님, 대전의 K 부시장님은 수시로 전화나 문자로 격려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그때마다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어느 구독자님께서 카톡으로 보내주신 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무렵 무척 힘들 때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 시간에 쫓긴 때로 기억합니다.
『<가시> 칼럼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번 주 <졸혼 이야기>도 공감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신문이 오면 먼저 선생님의 칼럼을 보게 됩니다』
그때 <고래처럼 춤을>이란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문자들을 다 기록해 두었더라면 참 좋을 뻔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처음 칼럼을 쓰기 시작할 때는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샘물과 같은 시원함이라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칼럼이란 원래 시사성이나 사회적 관심거리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런 걸 쓰는 분은 세상에 널려있습니다. 오히려 나까지 덤벼들면 걸리적거리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하여 마음에 애초에 품었던 마음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끝난 후로는 소재의 빈곤이 찾아왔습니다. 1주일이 왜 그렇게 빠른지, 어느 때는 토요일까지 주제도 정하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남들처럼 사회문제에 대하여 비판하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습니다. 그런 글이라면 열 꼭지도 더 쓸 듯싶었습니다. 그러나 절필할지언정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영혼을 살리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의 글을 보면 마치 으르렁거리는 사나운 개가 연상되었습니다. 어느 때는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섬뜩한 글들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인격을 도저히 존중할 수 없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눈곱만큼도 없는 듯합니다.
아무리 사회가 혼탁하고 어지러워도 누군가 영혼을 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도 목회자라는 신분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소재의 빈곤으로 늘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왜 소재가 없겠습니까? 복잡다단한 우리 삶의 언저리엔 수많은 서사가 숨어 있습니다. 다만, 저의 부족한 안목이 그걸 찾아내지 못할 뿐입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버텨온 건 오로지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오히려 격려와 응원해주신 구독자님들의 사랑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세배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병렬 발행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서산타임즈가 더 좋은 신문이 될 수 있도록 구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도 아울러 당부드립니다./목사, 시인, 소설가,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