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 년 전, AI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했을 때만 해도 인공지능과의 사랑이라는 건 허구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AI는 이제 사람들과 감정적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만큼 고도화되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AI와 교류하며 우정이나 사랑 같은 감정까지 느낀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능력은 보고서 작성 같은 보조적인 역할을 넘어선 지 오래며, 이제 추론이나 상상, 감정 교류까지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인간의 명령과 개입 없이 작업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혼자서 할 수 없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술 진화 만큼이나 산업의 성장세도 빠르다. 국가 간, 기업 간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불이 붙었다. AI 분야는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어려워서 초기 투자가 중요하다.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의 누적이 AI 서비스의 성능을 높이고, 특히 이 분야의 기술 표준을 선도하면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행정, 산업, 국방, 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인공지능이 접목되는 만큼 AI 경쟁력에서 뒤떨어지면 국가적 경쟁력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
우리 정부도 AI 분야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국가AI컴퓨팅센터’설립을 추진한다. 정부와 민간(특수목적법인)이 2조 5000억 원을 투자해 1엑사플롭스(EF·1초에 100경 번 연산) 이상 규모의 AI컴퓨팅센터를 2027년까지 개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AI 연구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산업 생태계 전반을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전력난이나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센터를 비수도권에 설립할 계획이어서 전국 지자체 사이의 유치 경쟁이 뜨겁다.
우리 충남도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AI 연구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의 연계성이 중요하다. 충남은 수도권과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고, 세종, 대전과도 인접해 정부 부처 및 연구기관과의 협업이 용이하다. 또한 천안 R&D지구 인근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최첨단의 기술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AI 접목을 통한 산업 혁신의 최전선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만큼 충남의 높은 전력 자급률은 상당한 이점이 될 수 있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우리나라 AI 산업의 백년지대계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균형발전은 물론 국가 기술 주권 확보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기술의 연구·개발부터 산업에의 적용까지, 충남은 단연코 AI 산업 전주기(全週期) 지원을 위한 최적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