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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과 함께 을미년(乙未年) 한 해가 빠진다. 다사다난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파란 많고 곡절 많은 한해, 아쉬움과 회한이 큰 한 해였다. 저물어가는 한 해를 보내면서 즐거운 마음이 드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룬 건 없고 나잇살만 먹어가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 앉아서 해를 넘기기엔 너무 억울하다. 아직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벌써 날은 저물고 한 해가 서산마루에 걸려있으니 어찌 아쉽지 않으랴.

세월은 흐르는 물 같다. 이 세월을 사는 인생도 한낮 찰나에 불과하다. 부드러운 바람이 나뭇잎을 한번 스쳐 지나가듯 그렇게 다가왔던 시간들이 이렇게 또 덧없이 지나간다. 생각해보면 세월무상, 인생무상이다.

세월이 왜 이리 빨리 흐르는 것일까. 그건 지구가 돌기 때문이다. 30~40대는 죽음에 대해 전혀 고려치 않았다. 그런데 50대 중반이 되고부터는 지인들이 뜻하지 않게 저세상으로 가는 걸 보게 될 때,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하고 느끼게 되는 것은 죽음도 하나의 자연의 이치라고 할까?

아무 생각 없이 ‘돈’만 쫓으며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때론 죽음도 준비하면서 살아갈 때 훌쩍 지나간 세월에 대한 후회를 덜 하게 될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인류가 달력을 가진 이래로 수없이 반복해 온 행위이다. 인간에게 과거는 그저 지나버린 시간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지만 의미론적으로 보면 현재에서 과거로, 미래에서 현재로 흘러간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채 과거를 해석하고, 미래의 꿈에 의지하여 현재를 살아간다.

올해 한국정치는 그야말로 ‘갈등’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바람 잘날 없었다. 마치 덤프트럭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형국이었다.

사회와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정치권의 싸움질은 국민들의 근심을 더했다. 국회는 여야 정쟁으로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에 실패하고 내년 4.13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 협상도 공전을 거듭하는 등 ‘식물국회’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여기에 새정치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선언해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둔 야권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솔직히 올해 국내 정치는 눈만 뜨면 싸움판이었다. 얻은 것은 없고, 여야 모두에게 잃은 것뿐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 약속했던 ‘국민 행복시대’, ‘대통합 정치’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고 국민 불안과 분열의 정치로 치닫고 말았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여기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힌 ‘금품 메모’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파문을 일으켰고, 리스트에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가 낙마한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한 고비가 지나면 더 큰 고비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올 한 해를 꽉 메웠다. 아직도 진행 중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포함해 돌이켜 보면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없고, 갈등과 상처만 남아 있다.

오죽했으면 교수들이 2015년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을까.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이 합쳐져 이뤄진 말로 각박해진 사회분위기의 책임을 군주, 다시 말해 지도자에게 묻는 말이다.

2016년 새해 병신년(丙申年)은 붉은 원숭이의 해다. 병(丙)이 상징하는 색이 붉은 색이고 신(申)이 상징하는 동물이 원숭이이므로 이를 더해 붉은 원숭이로 지칭하게 되었다.

붉은 색은 ‘악귀를 쫓아내고 건강, 부귀, 명예’ 등을 상징한다고 알려졌다. 원숭이는 아주 재주가 많고 영리한 동물이다. 새해엔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국방 등 각 분야에서 모든 일이 영리한 원숭이의 지혜로 풀렸으면 한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면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고 우리 정치는 다시 지뢰밭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때일수록 지난 역사의 아픔을 거울삼아 유비무환의 자세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힘을 모으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고 했다. 송구영신! 실의와 절망을 낙조에 실어 보내고 새로운 마음과 자세로 새해를 맞이하자. 그래서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청산하고 화합과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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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30 21:37:43 등록 , 서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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