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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2.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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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최근 데이트 폭력범에게 맞은 중상 환자를 의사가 응급수술로 살리려다가 죽었는데 같이 공동 책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모든 의학적 처치는 위험성이 함께 존재하며, 이러한 위험을 감안하고라도 필요한 경우 시행하는 것이다. 의료라는 행위 자체가 위험한 행위로서 얼마든지 뜻하지 않게 정상 조직을 건드려서 전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척추 수술하다가 대정맥을 터트릴 수도 있고, 뇌수술을 하다가 뇌혈관이 터져 죽을 수도 있고, 췌담도 건드리다가 터져서 합병증으로 죽을 수도 있고, 유착박리술하다가 장천공이 생길수도 있다.

 

필자가 약을 처방하면 환자는 알러지로 피부 발진부터 사망까지도 발생 할 수 있다. 과장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내 환자도 약물 부작용 독성괴사로 사망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 회사 그 약은 평생 안 쓴다.

 

경동맥을 커터 칼로 찌른 것도 아니고 의료용 중심정맥관 삽입용 주사바늘로 찔렀다고 해서 환자가 죽지 않는다. 그만큼 뇌출혈로 인해 이미 그전부터 환자의 바이탈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두고 설명 의무를 들어서 밀어서 넘어뜨려 뇌출혈을 일으킨 범죄자와 같이 묶어서 의사도 책임지라고 판결하는 판사의 핀결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심 정맥을 잡지 않아 수술 중 혈압이 떨어져 사망한 경우에도 역시 똑같이 의료진에 책임을 물었을 것이다. 설명의 의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응급실의 복통환자는 사망가능성부터 4,000가지의 병명을 다 설명해야만 할 것이다.

 

의사는 최선을 다한다. 아무리 양심이 없는 돈만 밝히는 의사라도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는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의료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사람들이거나 의료를 삐뚤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온 생각이다.

 

필자나 필자의 가족이 불의의 사고나 질병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치료하시는 의료진에게 절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의사 선생님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설명 할 시간에 먼저 치료를 해주십시오./박경신(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전문의/ 순천향대 의대 외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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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려던 데이트 폭력범과 살리려던 의사가 공범이 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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